야당이 직권상정된 테러방지법의 본회의 의결을 막기 위해 47년만에 벌인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이 24일 오전 7시며 12시간 째 계속되고 있다. 첫 주자인 더불어민주당 김광진 의원이 전날 오후 7시 7분께 반대토론을 시작으로 5시간 30분 넘도록 발언했다. 이어 문병호 국민의당 의원과 은수미 더민주 의원이 차례로 바통을 이어받으며 12시간 넘게 지속되고 있다. 야당은 당분간 ‘밤샘’ 필리버스터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사실상 19대 국회 마지막인 2월 임시국회 역시 ‘빈손’으로 막을 내릴 가능성이 커지면서 우여곡절 끝에 합의한 선거구 획정안도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필리버스터는 소수파가 다수파의 독주를 막거나 의사진행을 고의로 방해하는 행위로, 법의 테두리 안에서 벌어지는 합법적 거부권 행사다. 이를 멈추기 위해서는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하지만 현재 새누리당 의석수(157석)로는 불가능하다.
더민주는 소속 의원 108명 전원이 나서 다음달 10일까지 필리버스터를 이어갈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테러방지법 관련 독소조항에 대한 수정안을 새누리당이 받아들이면 테러방지법 처리를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여야 간극을 좁힐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앞서 국회는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안을 기초로 하는 20대 총선 선거구 획정기준에 합의한 바 있다. 오는 26일 본회의를 통해 처리할 방침이었으나 현재로선 본회의 개의 조차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나선 김광진 더민주 의원의 발언 시간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5시간 19분 필리버스터 기록을 넘어선 것으로 역대 최장 발언이다. 김 의원은 평소보다 느린 속도로 말했고 A4 용지 15장짜리 ‘국가 대테러활동 지침’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기도 했다.
‘밤샘’ 필리버스터가 진행되는 동안 야당 의원들은 조용히 본회의장을 지켰고 일부 의원들은 책을 읽었다. 또 필리버스터에 나서는 의원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상임위별로 본회의장을 지키기로 해 3시간 간격으로 의원들을 배치했다.
필리버스터에 강력히 반발한 여당은 시작부터 참석률이 저조했다. 자정에 긴급의원총회를 열고 원내부대표단을 중심으로 대기조를 편성한 새누리당은 2시간 간격으로 1~3명의 의원이 본회의장 자리를 지켰다.
필리버스터는 이후 정의당 박원석, 더민주 유승희·최민희·강기정 의원 등이 차례로 이어갈 예정이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