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는 문제와 같이 이게 누구 책임인지는 모르겠지만, 유행 따라 쏠림형태로 연구예산을 배정하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이대수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안전측정센터 책임연구원이 과학기술계에 내놓은 쓴 소리다. 그간 테라헤르츠를 중심으로 10년 넘게 연구해 오며 평소에 느꼈던 소감이다.
이 책임은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한 뒤 대학원에 진학해 반도체 분광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반도체 분광학은 전자여기 후의 반응을 분광학적으로 측정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는 원자 최외각에 있는 전자가 외부로부터 에너지를 받아 에너지 준위가 높은 궤도로 옮겨가는 현상이다.
프랑스 툴루즈 국립응용과학원(INSA)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1년간 근무한 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 들어가 광소자를 연구했다. 이때 내놓은 반도체 레이저 관련 논문이 IEEE 포토닉스 테크놀로지레터스에 게재되기도 했다.
“2005년 한국표준과학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기며 테라헤르츠를 본격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테라헤르츠가 1990년대 초부터 세계적으로 연구가 시작되면서 블루오션으로 주목받게 됐죠.”
이 책임은 표준연 길이센터에서 운영하던 테라헤르츠 연구교류회에 참여하다 이쪽으로 눈을 뜨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성과도 냈다. 테라헤르츠파(T-레이)를 이용한 3차원 고속 단층 촬영기술을 확보했다. 비파괴검사기술로 활용가능하다.
사실 T-레이는 깊이방향 스캔 속도가 느려 3차원 내부영상을 얻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또 수평방향 스캔을 위해 검사대상을 직접 움직이거나 T-레이 발생기와 검출기를 움직여야하는 불편 때문에 산업현장에서 이를 사용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이 책임이 이를 모두 해결했다. 고속촬영을 위해 이 책임은 전자제어광샘플링 기법과 파장 훑음 레이저를 쓰는 광혼합 기법을 이용했다. T-레이를 움직여야하는 불편 해소를 위해선 빔 스캐너 자체를 개발했다.
“사실 연구에도 유행이 있습니다. 테라헤르츠는 몇 년 전 붐이 일었죠. 지금은 말만 꺼내도 손사래를 칠 정도로 눈총 받는 분야가 됐습니다. 이제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많이 아쉽습니다.”
이 책임은 단기간 연구로는 결코 노벨상 같은 굵직한 업적을 내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역대 노벨상을 보더라도 장기간 꾸준히 밀어주는 분야에서 나오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환경이 갈수록 팍팍해지는 느낌입니다. 챙겨야하는 것도 많고 어려움이 갈수록 늘고 있어요.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자긍심과 보람에 대해 많이 생각하려 합니다.”
일하는 보람도 들려줬다. 안전측정에 관한 연구를 하다 보니 현장 중심으로 일할 때가 많다는 것. 현장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해결하는 직접적인 대국민 서비스가 면대면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이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이 책임이 속한 안전측정센터는 올해부터 교각 케이블 결함과 비탈면 기장력 측정, 철의 발청(녹) 두께 측정 등에 관한 비파괴검사를 시작했다.
대전=박희범 과학기술 전문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