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갤럭시S7’ 시리즈를 공개한 지 약 일주일 뒤, 매우 흡사한 스마트폰이 중국에서 등장했다. 비보(VIVO)가 만든 ‘엑스플레이5’다. 이 제품은 화면 양쪽이 휘어져 ‘갤럭시S7엣지’ 모델과 외형이 거의 판박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만든 곡면(듀얼 엣지) 디스플레이를 삼성전자와 비보가 나란히 사용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 계열 부품사가 ‘삼성전자’ 밖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스마트폰·TV와 같은 삼성전자 세트 사업의 성장세가 주춤해지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등 부품 계열사들이 대안 찾기에 나선 것으로 이른바 ‘탈(脫) 삼성전자’가 화두로 떠오른 모습이다.
◇‘전자도 중요하지만’…외연 넓히기
화면 양쪽이 휘어진 곡면 디스플레이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전 세계 유일하게 양산하는 제품이다. 이 곡면 디스플레이는 그간 삼성전자 전용 제품처럼 여겨졌다. 유일 부품이라는 희소성이 삼성전자 스마트폰이 추구하는 프리미엄 전략과 일치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공식은 이제 완전히 깨졌다. 삼성디스플레이가 공급 다변화를 추진하면서, 비보 뿐 아니라 캐나다 블랙베리도 곡면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제품을 내놨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나아가 화웨이, 샤오미에도 곡면 디스플레이 공급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급처 다변화 움직임은 삼성전기에서도 엿보인다.
삼성전기는 중국 시장 개척에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를 상대로 부품 공급을 확대하려는 것으로 전체 매출 중 15% 이상을 목표하고 있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최근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중국 스마트폰 시장을 중심으로 카메라모듈과 MLCC 신규 거래선을 많이 확보한 상태”라며 “전체 매출의 15% 이상을 중국에서 확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의존도 낮추기 성공할까
삼성 계열 부품사가 신규 거래처 확보에 적극적인 것은 삼성전자 상황과 연관이 깊어 보인다.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전기는 그동안 삼성전자와 성장의 궤를 같이 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체 매출의 60%가 삼성전자와의 거래에서 발생, 삼성전자 스마트폰이나 TV가 판매 호조를 띠면 부품사도 함께 웃을 수 있었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삼성전자 완제품 사업이 최근 주춤거리고 있다. 스마트폰 사업은 전체 시장 성장세가 낮아지면서 한풀 꺾이고 있고, TV는 시장 포화에 이르면서 영향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가 올해 처음으로 스마트폰과 TV 판매 목표를 전년도보다 하향 조정했다고 알려질 정도로 전망도 부정적이다.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최대 고객사의 부진은 부품 공급사에 비상일 수밖에 없다. 부품 업체로서는 신규 거래처 확보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고, 실제 시행으로 가시화됐다는 분석이다.
부품 업계 관계자는 “전장 등 신규 사업 발굴에 속도를 내는 것도 기존 사업이 예전만큼 크게 성장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관건은 삼성 부품사가 얼마나 거래처를 다변화할 수 있을지다. 삼성전자 매출 비중이 매년 50% 이상을 상회할 만큼 수년간 고착된 상태여서 실제 변화를 이끌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자료: 각사 사업보고서>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