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산업 온·오프라인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초고속 인터넷과 스마트폰 대중화로 전자상거래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플랫폼 구분이 모호해졌기 때문이다.
유통가는 ‘옴니채널(Omni-Channel)’ 전략을 마케팅 전면에 내세웠다. 옴니채널은 온·오프라인 매장을 결합해 고객이 언제 어디서든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쇼핑 환경이다.
인터넷·모바일 플랫폼에서 성장한 오픈마켓과 소셜커머스는 신선식품, 생필품을 취급하면서 전통 오프라인 사업자를 위협한다. 백화점, 대형마트는 막대한 물량을 무기로 온라인·모바일 커머스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섰다. 플랫폼 경계와 함께 취급 상품 경계도 무너지고 있다.
◇온라인 커머스, 오프라인 ‘성역’ 넘보다
오픈마켓, 소셜커머스, 종합몰 등 온라인 커머스는 그동안 대형마트가 취급한 생필품, 신선식품은 물론 프리미엄 백화점 상품 등을 대거 입점 시키며 새로운 수익 모델을 개척하고 있다.
그동안 저가 상품이 많은 생필품은 배송비 부담, 신선식품은 유통 과정 변질 문제 때문에 오프라인 사업자가 시장을 주도했다. 온라인 커머스는 무료배송, 당일배송 등 물류 서비스를 개선하면서 해당 상품군을 고객에게 안전하게 제공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온라인 커머스는 현재 자체 생필품, 신선식품 전문관을 개설하는 한편 대형마트와 제휴를 추진해 해당 상품군을 중개 판매하고 있다. 실제로 G마켓과 옥션은 홈플러스와 손잡고 당일배송 전문관을 구축했다. 쿠팡은 자체 배송 서비스 ‘로켓배송’ 상품군에 생필품 협력사를 대거 포함시켰다. 티몬은 자체 생필품 판매 채널 ‘슈퍼마트’, 롯데닷컴은 온라인 야채·과일 판매 숍 ‘삼촌네 가게’와 온라인 정육점 ‘고기의 맛’을 각각 선보였다.
온라인 커머스는 오프라인 매장 보다 저렴한 가격을 추구하며 빠르게 고객 수를 늘리고 있다. 티몬 슈퍼마트는 지난해 11월 매출 150억원을 돌파했다. 해당 서비스를 출시한 같은 해 6월 30억원에 그친 것을 감안하면 5배 상승했다. 같은 기간 월 객단가(1인당 구매 단가)는 3만원대에서 5만원대로 증가했다.
티몬 관계자는 “모바일이 생필품 구매 채널로 자리 잡은 흐름에 따라 전용 마트 서비스를 출시한 전략이 맞아 떨어진 것”이라며 “전용 콜센터, 최저가 정책, 무료 반품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머스는 백화점 전용관이나 백화점 자체 쇼핑몰을 플랫폼 인 플랫폼(PIP)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온라인 판로를 확보하려는 백화점과 상품군 다양화를 노리는 온라인 플랫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온라인 쇼핑은 백화점 상품 입점에 따라 저가 생필품부터 고가 명품까지 상품 라인업을 확대하게 됐다.
그동안 백화점은 전용 쇼핑몰 이외 온라인 쇼핑몰에 상품을 공급하는 사례가 드물었다. 백화점이 가진 ‘명품’ ‘프리미엄’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백화점 자체 쇼핑몰은 오픈마켓이나 소셜커머스에 비해 방문자 수, 상품군 경쟁력에서 뒤처진다. 온라인 쇼핑족 증가에 따라 PIP 협력을 추진한 것으로 분석된다.
오픈마켓 관계자는 “고가 백화점 상품을 온라인·모바일에서 합리적 가격에 구매하려는 소비 경향이 강해졌다”며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자체 쇼핑몰로 성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오프라인, 옴니채널로 온라인에 맞불
백화점, 대형마트 오프라인 유통 채널은 온라인·모바일 플랫폼으로 진격하고 있다. 대규모 마케팅 자금과 상품 물량을 기반으로 대대적 옴니채널 전략을 편다. 전자상거래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기존 오프라인 소비 수요가 대거 이탈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그룹은 온라인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최근 인기 배우 공유, 공효진을 앞세운 ‘쓱(SSG)’ 광고가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에서 250만건에 달하는 조회 수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신세계에 따르면 지난 1~2월 SSG닷컴 신규 가입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했다. 20대 신규 가입자는 53% 늘었다.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2030 소비자 비중이 오프라인 백화점 매장에서 지속 감소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고무적이다.
같은 기간 누적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32% 증가했다. 전체 매출 가운데 약 50%를 차지한 모바일 매출은 같은 기간 66% 늘었다.
카테고리별로 살펴보면 백화점 생활상품과 언더웨어·패션소품 매출이 각각 69%, 66% 상승했다. 스포츠상품은 47%, 패션잡화는 41% 증가했다. 전체 매출 40%가량을 차지하는 식품 상품 매출은 30% 이상 신장했다. 신세계몰, 신세계백화점, 이마트몰, 트레이더스, 분스 5개 온라인 몰을 SSG닷컴 하나에 담아 쇼핑 편의성을 강화하는 전략이 적중했다.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 지시에 따라 지난해부터 옴니채널 구축 작업에 본격 돌입했다. 그동안 축적한 유통 채널 운영 노하우를 모바일과 온라인에서 접목시킨다는 복안이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고객 기호에 따른 할인 쿠폰 정보를 제공하는 비콘(Beacon) 서비스를 도입했다. 온라인에서 구매한 상품을 별도 지정한 롯데백화점 오프라인 매장에서 수령할 수 있는 ‘스마트픽(Smart Pick)’ 서비스도 선보였다. 배송 편의성을 강화하는 한편 롯데백화점 방문객을 늘려 상품 구매를 유도할 수 있는 일석이조 전략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 1월 백화점 상품 전용 온라인몰 ‘더현대닷컴’을 오픈했다. 명품부터 식품까지 1000여개 브랜드 50만개 상품 선보인다. 백화점이 보유한 상품 경쟁력을 온라인 플랫폼에 접목해 온라인 커머스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전략이다. 그룹은 오는 2020년까지 더현대닷컴에서 연 매출 50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윤희석 유통/프랜차이즈 전문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