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태양광 호황의 이면

[기자수첩] 태양광 호황의 이면

태양광 시장이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며 호황을 누리고 있다. 2, 3년전 업계를 강타한 중국발 공급과잉도 정리가 되면서 살아남은 ‘플레이어’들은 승자독식 특혜를 누린다. 한화, LG 등 태양광을 성장동력으로 낙점한 우리 기업도 지난해부터 수익을 내며 궤도에 올랐다. ‘이제됐다’는 안도의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또다른 위기론이 나온다.

현재 태양광 시장은 결정질 실리콘계가 주류다. 건물 옥상이나 대규모 발전단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태양전지다. 최근 기술 발달로 광전환효율이 상승하고 폴리실리콘 가격이 폭락하면서 경제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 이로 인해 미국, 중국, 일본을 비롯한 세계 전역에서 친환경 발전으로 태양광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반길 일이지만 한때 결정질 실리콘 태양전지와 보완 관계를 형성한 화합물 박막 태양전지가 자취를 감춘 것은 아쉽다. 우리 기업과 정부가 R&D(연구개발)를 주도했고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을 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던 기술이다.

LG전자가 아몰포스 실리콘(a-Si) 개발을 중단했고, ‘구리·인듐·갈륨·셀레늄(CIGS) 박막태양전지’ 사업에 진출한 현대아반시스·삼성SDI·LG이노텍·SK이노베이션이 연구개발(R&D)을 중단했다. 박막 태양전지는 결정질 태양전지에 비해 가격이 싸고 가변성이 좋아 건물 외벽, 창문 등에 적용할 수 있는 제품이다. 결정질 실리콘 태양전지 가격이 급락하면서 경제성을 잃었고, 기업도 시장 창출 노력에 나서지 않으면서 사실상 잊혀졌다. 에너지기술평가원이 주관하는 박막태양전지 국책과제 참여 의사를 밝히는 기업이 없어진지도 한참이다. 박막 태양전지 시장성은 분명하다는 평가다. 자동차, 창호, 의류 등에 접목한 응용 상품 개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결정질 태양광 시장에서 거대 내수 성장을 등에 업은 중국 기업 영향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R&D 진입 장벽이 높은 박막태양전지는 날카로운 무기가 될 수 있다. R&D가 다시 활기를 띠고 우리만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모습을 기대한다.

최호 전기전력 전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