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사원 A씨는 초행길인 B기관을 찾아가기 위해 차량에 장착된 내비게이션에 위치를 입력하고 출발했다. B기관 근처에 도착하자 내비게이션은 “목적지 부근에 도착했습니다. 목적지는 50m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라며 안내를 마쳤다. 차에서 내린 A씨는 주차장 입구를 찾지 못해 건물 주변을 한 바퀴 돌고 나서야 확인할 수 있었다.
#직장인 C씨는 내비게이션이 알려준대로 정차하고 주변을 둘러보니 목적지가 차선 반대편에 있었다. 하는 수 없이 200여m 더 가서 U턴해서 돌아와야 했다.
최근 내비게이션 정확도가 높아졌다고 하지만 목적지 부근에 도착하면 안내를 중지하는 바람에 당황스러운 때가 더러 있다. 앞으로는 이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차로까지 구분할 수 있는 차세대 내비게이션(정밀 위성항법) 기술이 개발돼 실용화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차로 구분이 가능한 오차 1m 이내 수준 동적 위치측정을 할 수 있는 차세대 도로교통용 정밀 위성항법(GNSS·Global Navigation Satellite System)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 실용화 사업과 기술성과 보급을 앞두고 8일 오후 충북 오창에서 기술시연회를 가졌다.
차세대 내비게이션의 평균 오차는 20~90㎝로 중심선을 기준으로 좌우 10~45㎝ 수준이다. 최대 허용오차는 1.5m다. 자동차나 스마트폰에 탑재한 일반 내비게이션은 오차가 15~30m에 이르는 데다 도로를 벗어나 달려도 본선을 달리는 것처럼 표시하는 맵 매칭기술로 지도에 표시하기 때문에 차로구분이 필요한 자율주행차나 차세대 지능형교통시스템(C-ITS) 등에는 사용할 수 없다.
국토부 관계자는 “GPS 등 인공위성을 이용한 항공·해상 및 측지용 위치 결정시스템이 이미 개발돼 있지만 자율주행차 관점에서 볼 때 정확도나 동적운행에 따른 신뢰성, 비싼 단말 가격 문제 등으로 실제 적용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밝혔다.
국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2009년 차세대 내비게이션 기술개발에 착수, 작년 말 원천기술 개발을 완료하고 오창 테스트베드에서 성능 검증을 마쳤다. 세계 최초로 차로구분을 할 수 있는 오차범위 1m 이내 수준 도로교통용 초정밀 위성항법 기술을 확보했다.
이 기술은 현행 내비게이션이 사용하는 GPS코드에 더해 GPS 반송파를 사용해 위치 오차를 개선해 이동 중인 상황에서도 실시간으로 정밀 위치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특히 기존 저렴한 GPS 상용칩을 사용하기 때문에 내비게이션 등 단말 가격 차이가 없어 상용화와 보급이 빠를 것으로 국토부는 내다봤다.
기술 시연회는 GPS 전파수신에 장애가 되는 아파트와 개활지가 적절하게 혼재해 실제 자동차 주행 시 주변 상황을 잘 모사할 수 있는 충북 오창 시가지 테스트베드에서 진행됐다. 국토부는 기술 시연을 위해 오창 시가지 정밀지도를 제작해 시연용 내비게이션에 반영하고 안성·공주·보은·음성 등 주변 네 곳에 GPS 수신국을 구축했다. 또 중앙제어센터(항우연)에서 보정신호를 DMB로 송출하면 시험용 내비게이션에서 보정신호를 받아 위치를 바로잡아 준다.
기술 시연회에서는 개발된 정밀 GPS 내비게이션을 상용화 준비 중인 바이모달 트램 차량에 장착하고 오창 시내를 주행하면서 차로구분이 가능한 지 보여준다. 바이모달 트램은 세종시와 청라국제도시에 도입 검토 중이며 2량 1편성 하이브리드 전기 차량으로 지하철처럼 100% 저상차량이다.
국토부는 시연회를 계기로 통신·방송, 내비게이션 단말, 스마트폰 등 관련 업계에 제품개발을 검토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알릴 계획이다. 또 기술 보급을 위해 이달 실용화 사업을 시작해 단말 기술을 민간에 이전하고 GPS 신호를 보정하는 인프라를 수도권에 우선 구축한다. 내년 수도권에서 시범서비스를 시작해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자율주행차 시범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2018년부터 전국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차세대 내비게이션 기술은 자율주행차 외에 C-ITS, 상업용 드론, 고기능 스마트폰, 조밀한 골목길 및 시각장애인 보행안내, 골프 스마트 캐디 등에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어 위치정보산업 경쟁력 향상은 물론, 수조원의 사회경제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국토부는 이 기술을 국제표준으로 제안하는 등 국제 표준화 활동을 추진해 정밀 위치정보 산업을 주도할 계획이다.
주문정 산업경제(세종) 전문기자 mjjo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