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날씨로 봄이 부쩍 다가왔음을 느낀다. 하지만 따사로운 봄볕을 즐기기란 쉽지 않다. 미세먼지가 하늘을 뿌옇게 뒤덮고 있기 때문이다.
황사와 달리 미세먼지는 인공으로 만들어진다. 국내 자동차 누적 등록 대수가 2200만대를 넘긴 지금 미세먼지 농도가 짙어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국내에서는 2011년 이후 수입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판매량이 늘면서 디젤 판매 비중도 급격히 높아졌다. ‘클린디젤’ 엔진은 탄소배출량을 줄여 운전자에게 디젤을 친환경 연료로 착각하게 만들었다.
지난해 신규 등록 디젤차는 전체 내수 판매의 52.5%에 이르는 96만여대를 기록했다. 누적 판매량도 전체 41.1%에 이르는 862만대로 집계됐다. 반면에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 친환경차 누적 등록 대수는 18만여대로 전체 등록차량의 0.9%에 불과했다.
디젤 차량은 연료 특성상 가솔린, 액화가스(LPG)보다 더 많은 미세먼지를 방출해 ‘보이지 않는 살인마’로 불린다. 2012년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디젤차 배기가스를 기존의 2급에서 1급 발암물질로 상향 조정했다.
안 이달고 프랑스 파리 시장은 2020년까지 파리 시내에서 디젤 차량을 추방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우리 정부는 올해를 ‘친환경차 대중화 원년’으로 삼고 지원금을 지난해보다 갑절 이상 늘린 1500억원을 확보했다. 완성차 업계도 올해 내수 시장에 투입하는 친환경 차량만 20종가량 된다. 특히 하이브리드(플러그인하이브리드 포함) 신차는 총 14종으로, 올해 시장 규모는 5만~6만대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정부와 시장은 준비가 됐다. 이제 소비자 선택만 남았다. 과거처럼 살 만한 차량이 없는 것도, 지원금이 부족하지도 않다. 전기차 구입이 망설여진다면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가 대안이 될 수 있다. PHEV는 동급 디젤 차량 대비 가격이 5~10% 비싸지만 다양한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몇 년을 탄다면 경제성이 더 높을 수 있다. 친환경차는 지구 유지비용까지 아낄 수 있게 한다.
류종은 자동차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