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터블 하이파이’ 시장이 꿈틀댄다.
좀 더 높은 음질을 감상하려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다만 하이파이 구현에 필요한 장비가 다수 필요하고 가격도 만만치 않다. 고정된 공간에서 사용해야 해 일반 사용자가 즐기기에는 부담감이 상당하다.
공간 제약에서 벗어나 사용자 접근성을 높인 기기가 ‘포터블 하이파이’ 기기다. 음질은 상황에 따라 다소 낮을 수 있으나 누구나 시도해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이미 시장에도 관련 제품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원음 콘텐츠도 늘고, 사용자의 고음질 요구도 증가 추세다.
고음질 시장을 바라보는 스마트폰 제조업체 시선이 예사롭지 않다. 하향 곡선을 그리는 스마트폰에 또 다른 혁신으로 오디오가 꼽힌다. 그동안 디자인, 디스플레이, 모바일AP 등은 지속적으로 진화·발전해왔지만 오디오 성능만큼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공간 제약을 벗은 포터블 하이파이는 유선 환경에서도 탈출을 꿈꾼다. 유선보다는 무선 환경이 좀 더 자유로운 경험을 줄 수 있다. 문제는 고음질이다. 최근 스마트폰에는 무선 환경에서도 고음질을 구현하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그래픽 성능은 많은 발전이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오디오 성능은 이슈화되지 않았다”며 “최근 여러 업체가 포터블 오디오 또는 리시버 음질 향상을, 특히 블루투스를 이용해 유선 환경을 무선으로 대체하며 주목받는다”고 설명했다.
김문기 넥스트데일리 이버즈 기자 moon@nextdaily.co.kr

◇유명 오디오 브랜드 품은 스마트폰
스마트폰 제조업체와 유명 오디오 브랜드 협업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기획뿐만 아니라 기술 개발, 해당 기기까지 함께 제작하면서 하이파이 음원 시장 저변을 넓히는 중이다.
LG전자는 지난해 5월부터 뱅앤올룹슨과 협업해 ‘G5’ 확장 모듈을 제작했다. 헨릭 타우돌프 로렌슨 B&O 플레이 대표는 “LG전자와 협업해 그간 쌓은 경험을 모바일 기기로 확장하고 한국은 물론 글로벌 모바일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가겠다”고 말했다.
이미 LG전자는 AKG와 협업해 ‘쿼드비트3’ 이어폰을 설계한 바 있다. 쿼드비트3는 지난해 출시된 전략 스마트폰과 함께 보급됐다.
뱅앤올룹슨과 협력한 업체로 HP도 꼽을 수 있다. HP가 지난 2월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공개한 ‘엘리트 X3’ 스마트폰은 소음 제거 및 스피커 음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뱅앤올룹슨 기술을 적용했다.

SK텔레콤이 올해 내놓은 TCL ‘쏠’은 JBL과 협력한 사운드 솔루션이 접목됐다. 1.2W 스피커 두 개는 JBL과의 기술 제휴로 탄생했다. JBL 인이어 헤드셋도 추가됐다.

한 때 HTC는 비츠일렉트로닉스를 인수해 스마트폰에 해당 사운드 솔루션을 접목시키기도 했다. 비츠는 그 이후 애플에 인수돼 다양한 서비스와 결합됐다.
돌비는 스마트폰 대다수에 적용될 정도로 보편화된 사운드 솔루션을 보유했다. 레노버는 최근 돌비 애트모스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폰 ‘바이브 K5 플러스’를 공개했다. 360도 방향에서 입체 음원 감상이 가능하다. 영화관에 주로 사용되던 사운드 솔루션을 포터블기기로 전이시킨 사례다.

◇무선 오디오 환경 ‘제자리걸음’
올해 스마트폰 오디오에서 부각되는 기능은 블루투스에 기반을 둔 무선 포터블 하이파이 구현이다. 선 없는 환경에서도 유선에 가까운 음질을 경험케 하는 데 주력한다.
기존 무선 환경에서는 높은 음질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전송방식 때문이다. 무선 음원 재생은 포터블기기에서 일정한 형태로 압축된 음악 콘텐츠를 블루투스 전송을 위한 코덱으로 재압축한 뒤 이어폰과 헤드폰 등에 전송하면 리시버가 이를 다시 풀어 음악을 들려주는 형태다. 압축한 음원 자체를 또 다시 압축해서 전송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손실이 늘어난다.
이러한 전송 과정 때문에 블루투스 환경은 코덱이 중요하다. 코덱은 일종의 통로 역할을 해준다. 손실 없이 압축 가능한 코덱이 지원된다면 콘텐츠가 가진 능력을 100% 발휘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하드웨어도 이를 지원해야 한다.
초기 블루투스 제품에서 주로 사용한 코덱은 ‘SBC’였다. SBC 코덱으로 무선 음악 콘텐츠 감상이 가능했지만 CD 음질 이상을 기대할 수 없었다. SBC가 애당초 CD 음질을 대상으로 설계돼 무선 전송 비트레이트를 올려도 CD에 가까운 수준까지만 도달한다.
통상적으로 음질을 논할 때 CD 수준인 16비트/44.1㎑를 기준점으로 꼽는다. 전자는 디지털 신호 최소단위로 음을 분리해 표현한다. 후자는 초당 몇 번 샘플링을 해주는지 알려준다. 두 수치는 높으면 높을수록 뛰어난 음질을 들려준다.
SBC 코덱 대안으로 제시된 솔루션이 영국 반도체 업체 CSR가 개발한 오디오 코덱 ‘apt-X’다. CD 수준 음질을 재생해 주목받았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많은 인기를 누렸다. 삼성전자, LG전자, 모토로라, HTC 등이 apt-X 코덱을 지원하는 스마트폰을 내놓기도 했다.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구매할 때 패키지에 apt-X 문구가 새겨진 것도 이를 지원한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다.
하지만 apt-X는 한계점이 명확했다. 원음 수준인 24비트/192㎑까지는 어려웠다.

◇무선 블루투스 코덱 ‘원음’ 지원
퀄컴 블루투스 오디오 코덱인 ‘apt-X HD’는 모바일 생태계에 기반을 두고 확장될 수 있는 솔루션이다. 지난 2014년 CSR를 인수한 퀄컴은 지난 1월 열린 CES 2016에서 apt-X보다 진화한 apt-X HD를 공개했다.
안소니 머레이 퀄컴 수석 부사장은 “높은 해상도의 프리미엄 오디오 청취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apt-X는 자유로운 무선 오디오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성장했다”며 “apt-X HD를 이용해 다양한 디바이스 제조업체가 개발 시간을 단축하고 신속하게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apt-X HD를 지원하는 퀄컴의 블루투스 칩셋 ‘CSR8675’가 탑재된 제품은 이미 공개됐다. LG전자가 넥밴드형 블루투스 헤드셋 ‘톤플러스 HBS-1100’가 이를 지원한다. 블루투스 환경에서 24비트/192㎑를 재생할 수 있게 됐다.
오디오 환경 특성상 리시버만 코덱을 지원해서는 안 된다. 음원을 재생하는 기기도 해당 코덱을 지원할 수 있는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를 탑재해야 한다. 퀄컴 스냅드래곤820이 탑재된 전략 스마트폰이 apt-X HD를 지원할 것으로 추정된다. 바꿔 말하면 스냅드래곤 820이 적용된 스마트폰은 apt-X HD를 지원할 수 있다.
생태계가 급속도로 빠르게 전개될 가능성도 상당하다. 이어폰과 헤드폰, 스피커 등 다양한 포터블기기에서 퀄컴 코덱을 적용, 더 많은 기기가 이를 활용할 수 있다.
소니는 일찌감치 하이레졸루션오디오(HRA) 구현에 매진했다. 지난해 무선으로 고해상도 음원을 재생할 수 있는 코덱 ‘LDAC’를 공개했다. SBC 대비 최대 세 배 전송 폭인 990kbps를 지원한다. 무선으로도 24비트/96㎑ 음질을 경험할 수 있다. 고음질 음원 주파수와 비트를 지원하기도 하지만 손실을 최소화하며 압축해 음질 저하를 막을 수 있는 코덱으로 이목이 집중됐다.
코덱 개발과 동시에 블루투스 플레이어와 헤드폰, 스피커 시스템이 통합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1년 반 동안 태스크포스(TF)를 꾸려 LDAC를 발전시켰다. 소니는 LDAC가 24비트/96㎑ 이상 음원에도 대응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고 강조했다. 향후 발전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무선 하이파이 공략
퀄컴 apt-X HD 코덱을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으로 LG전자 G5를 꼽을 수 있다. 퀄컴 스냅드래곤820 프로세서에 기반을 둔 플래그십 모델이다.
LG전자는 이전부터 스마트폰 오디오 성능에 주목했다. 대표 모델은 지난 2013년 출시된 ‘G2’다. MQS 콘텐츠를 재생할 수 있는 스마트폰용 하이파이 사운드 기능을 개발, 적용했다. 지난해 출시된 V10은 하이엔드 오디오 전문업체인 ESS 사브레32비트 DAC 9018C2M을 탑재했다. 음원을 세분화한 다음 재조합하는 과정을 거쳐 부족한 공간감과 음장감을 더해주는 업비트·업샘플링 기술도 접목시켰다.
콘텐츠를 재생하는 기기뿐만 아니라 이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리시버도 중요하다. LG전자는 톤플러스 HBS-1100가 apt-X HD를 지원한다. 톤플러스 시리즈는 지난해까지 1000만대 이상 판매량을 기록할 정도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G5와 시너지가 기대된다.
박형우 LG전자 IPD BD 담당 상무는 “톤 플러스 시리즈는 프리미엄 사운드 기술력을 집약한 제품으로 블루투스 헤드셋 한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차원의 사운드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차별화된 사운드 성능과 디자인을 앞세워 시장에서 리더십을 공고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니는 LDAC 지원 제품을 꾸준히 늘려오고 있다. HRA 플레이어와 헤드폰, 이어폰과 스피커 등 다양한 제품군을 갖췄다. 스마트폰은 ‘엑스페리아Z3+’ ‘Z4’ ‘Z5’가 LDAC를 지원한다. 헤드폰은 ‘MDR-1ABT’가 대표적이다. MWC에서 공개한 차세대 스마트폰 ‘엑스페리아X 퍼포먼스’와 ‘엑스페리아X’도 사용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