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부진 등 경기악화로 시장에서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졌지만 한국은행은 9개월째 기준금리를 연 1.50%로 동결했다.
최근 미국, 중국, 유럽 등 국제 금융 시장 불안성과 북한발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겹치고 있어 국내 경기 상황을 더 지켜보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10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연 1.50% 기준금리에 대해 “충분히 완화적 수준”이라며 “현재 금융수준이 실물경제를 제약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이 총재는 국내경기에 대해 “수출부진 지속으로 경기 개선흐름이 약화됐다”고 평가했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최근 국내외 경제동향’과 ‘3월 통화정책방향’에 따르면 소비와 설비투자 감소, 수출 감소 상황 등이 두드러졌다.
2월 중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2.20% 감소했고 1월 중 소매판매는 승용차 등 내구재 소비 감소로 전월 대비 1.40% 감소했다. 설비투자는 6.00% 줄었다.
다만 이 총재는 미국 경제가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어 우리 경제에도 긍정적인 신호라고 강조했다. 그는 “유가가 상당 폭으로 반등했고 미국 경제 지표가 호전됐다”며 “글로벌 경제에 긍정적인 신호이며 수출 여건, 금융시장 안정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성장경로 불확실성이 높은 점, 국내외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이 여전히 남아있는 점 등을 고려해 앞으로 상황 변화를 면밀히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하성근 금통위원은 지난달에 이어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하는 소수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재는 다른 국가가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경쟁적으로 펴는 상황에서 국내 통화정책 역시 더 완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일본은 디플레 우려가 높고 경제가 거의 침체 수준이라 국내와 사정이 전혀 다르다”며 “기축통화 지위를 이용해 그런 조치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타국 중앙은행 조치를 보고 한국은행은 왜 그렇게 안하냐고 하는데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금리 인하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재차 드러냈다.
외국인 자본유출과 관련해서는 “2월 중순까지 외국인 증권자금이 큰 폭으로 감소하다가 중순 이후 흐름이 유입으로 전환됐다”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금리 인상을 미룰 것이란 기대, 유가 반등, 주요 국가 경기부양 정책 등으로 외국인 투자심리가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지혜 금융산업/금융IT 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