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작은 이어폰으로 지구촌 매혹한 스타트업 성공담

세상에서 가장 작은 이어폰으로 세계적 화제를 모은 ‘이어린’은 스웨덴의 창업 3년차 스타트업 ‘에피칼AB’가 만들었다. 개발 후 미국 소셜펀딩사이트 ‘킥스타터’에 소개돼 8359명으로부터 150만달러를 모았다. “선 없이 소리에만 집중하자”는 작은 아이디어가 올린 성과다.

펄 센스트롬 에피칼AB 공동 창업자(이어린 개발자) / 서형석기자
펄 센스트롬 에피칼AB 공동 창업자(이어린 개발자) / 서형석기자

펄 센스트롬 에피칼AB 공동 창업자는 8일 전자신문과 인터뷰에서 “오디오 시장에서 이어린만의 브랜드 가치를 개척하겠다”고 말했다. 이어린은 케이블은 물론 마이크, 소리 조절 버튼 등을 제외해 ‘소리’에만 집중한 이어플러그형 이어폰이다. 귀에 꽂기만 하면 되는 초경량, 초소형 모델로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기술 자신감과 풍요로운 창업환경이 이어린을 탄생시켰다. 센스트롬은 노키아, 소니에릭슨에서 휴대폰을 만들던 엔지니어 경력을 살려 이어린을 구상했다. 그는 “휴대폰은 모든 부품을 작게 만드는 생각에서 출발한다”며 “블루투스 원천기술을 보유한 에릭슨에서의 기술 노하우가 있었기에 무선, 블루투스를 응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13년 옛 직장 동료들과 회사를 세웠다.

‘좋은 기술’은 세상이 먼저 알아봤다. 2014년 6월 킥스타터에 제품 구상을 올린 지 2개월 만에 펀딩에 성공, 제품을 내놓을 수 있었다. 센스트롬은 “스타트업이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킥스타터에서는 그렇지 않다”며 “대중으로부터 검증과 의견, 자금을 모으는 게 수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린 <제이제이게임즈 제공>
이어린 <제이제이게임즈 제공>

시장 내 독보적 경쟁력이 도움이 됐다. 두 귀 간에도 선이 없는 100% 무선 이어폰은 이어린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독일 브라기(Bragi)가 유사 형태 제품을 내놓았지만 음악 감상보다 건강관리에 중점을 뒀다. 유선이 당연하다 여겨졌던 이어폰·헤드폰 업계에 ‘무선의 파격’을 선보였을 뿐만 아니라 인터넷에서 수렴한 고객 의견을 반영했다.

다양한 지원 제도도 힘이 됐다. 특히 옛 직장 노키아가 그의 독립에 밑거름을 댔다. 센스트롬은 “퇴사 후 첫 창업에 나섰을 때 회사가 지원을 해줬다”며 “창업은 어려운 일이지만 스웨덴에서는 창업 지원제도가 많아 본인 자산 일부를 더하면 수월하게 회사를 세울 수 있다”고 소개했다. “자녀가 창업에 나선다면 기꺼이 응원하겠다”고도 덧붙였다.

이어린은 미국, 일본, 싱가포르를 거쳐 올해 초 제이제이게임즈와 손 잡고 국내에 정식 판매를 시작했다. 29만9000원 가격에도 입소문을 타고 해외 직접구매(직구) 수요가 컸을 만큼 반응이 뜨거웠다. 2분기에는 유럽, 중국, 호주에도 정식 출시, 세계적 브랜드로 거듭난다. 디자인을 개선한 차기 모델도 준비 중이다.

센스트롬은 “앞으로의 일은 누구도 모른다”며 “이어린이 오디오 업계 혁신의 선두주자로 자리 잡도록 브랜드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펄 센스트롬 에피칼AB 공동 창업자(이어린 개발자)가 `이어린(왼쪽)`을 들어보이고 있다. 오른쪽은 보관 및 충전용 캡슐. / 서형석기자
펄 센스트롬 에피칼AB 공동 창업자(이어린 개발자)가 `이어린(왼쪽)`을 들어보이고 있다. 오른쪽은 보관 및 충전용 캡슐. / 서형석기자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