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AI `알파고` 바람 금융권도 덮친다

인간을 뛰어넘은 구글 인공지능(AI) ‘알파고’가 금융가도 덮쳤다. 은행과 증권사가 AI 알고리즘을 활용한 로보어드바이저 도입에 적극 나섰다.

구글 AI `알파고` 바람 금융권도 덮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은행과 증권사가 잇따라 로보어드바이저 도입을 검토 중이다.

로보어드바이저란 주식시장에서 수익률을 예측하고 투자를 조언하는 컴퓨터 알고리즘 서비스다. 과거 시장 데이터와 인간 운용 노하우를 컴퓨터 알고리즘에 결합시켜 만든다. 미국 금융가에서 시작됐지만 국내에서도 쿼터백, 에임(AIM), 데이터앤애널리틱스(DNA), NH투자증권 등이 개발을 마치고 서비스에 들어갔다.

신한은행은 최근 DNA와 손잡고 로보어드바이저 모델을 만들기로 했다. DNA가 자체 개발한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주식, 상장지수펀드(ETF), 펀드, 파생상품 등을 포함한 자산배분 기술을 적용한 상품이다. 수익과 리스크를 동시에 연산해 고객성향에 맞는 상품과 투자비율을 결정해준다. 신한은행은 다음 달 로보어드바이저 알고리즘을 탑재한 펀드추천 서비스 베타버전을 출시할 예정이다.

삼성증권도 자체 개발한 로보어드바이저를 오는 6월 내놓는다.

세기의 대결로 기존 업체가 선보인 로보어드바이저 인기도 치솟았다.

양신형 쿼터백투자자문 대표는 “알파고 영향으로 로보어드바이저 관심이 더욱 커졌다”며 “KB국민은행을 비롯해 대우증권, NH투자증권 등과 제휴를 맺은 것 외에도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을 팔겠다는 은행과 증권사가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알파고가 보여줬듯 로보어드바이저가 앞으로 계속 진화를 거듭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양 대표는 “알파고가 판을 거듭할수록 더 많은 데이터를 쌓고 수를 익히듯 데이터와 운용 경험 축적으로 알고리즘 운용능력은 빠르게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국내에서 로보어드바이저가 자리 잡으려면 규제 걸림돌이 치워져야 한다.

로봇이 직접 자산 운용까지 맡는 것은 법을 넘어선 행위다. 결국 로봇 역할은 운용자가 펀드 등을 운용할 때 조언하는 정도에 그칠 수밖에 없다.

금융사 지점이나 영업점 직원과 얼굴을 맞대고 가입해야 하는 대면 계약만 허용되는 것도 풀어야 할 과제다. 투자자가 가입을 하려면 지점이나 오프라인 영업 창구를 방문해야 한다. 비대면 일임 계약은 ISA에 한정해 허용됐기 때문이다.

로보어드바이저 활성화로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은 금융사와 임직원이 떠안을 과제다. 로봇이 자금운용을 맡기 시작하면 자산운용 인력은 로봇과 알고리즘 엔진을 제어하는 SW 기술자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 전국 지점과 영업점 역할도 축소될 전망이다. 로봇이 제조공장뿐만 아니라 금융권 일자리마저 위협하는 셈이다.

한 증권사 임원은 “알파고처럼 AI가 고도화되면 사람을 뛰어넘는 직관과 통찰력으로 인간을 앞서는 수익률을 낼 것”이라며 “투자자는 자연스럽게 로봇 투자를 선호하고 증권사 운용인력은 설 자리를 잃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이경민 코스닥 전문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