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에서 이세돌이 내리 세 판을 졌다. 이 덕분에 인공지능(AI)이 각광받고 있다. 어떤 신문은 생후 2년밖에 안된 AI가 세계 1위 이세돌을 이겼다고까지 표현하고 있다. 과연 그렇게 놀랄 일인가, 그렇게 모든 언론이 특집으로 다룰 만큼 대단한 일인가, 어쩌면 구글의 치밀한 홍보 전략에 우리가 놀아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좀 더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컴퓨터가 특정 영역에서 인간을 이기고 있었다. 잘 아는 IBM의 왓슨이라는 AI가 퀴즈, 체스 프로그램에서 인간을 이겼다. 바둑이 경우의 수가 많다는 점 때문에 인간과의 대결에서 승리한 것이 인상 깊기는 하지만 사실은 시간문제였다. 앞으로 컴퓨터게임 ‘스타크래프트’에 도전하겠다고 하는데 이것도 당연히 컴퓨터가 이길 것이다.
미국의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2035년이면 컴퓨터 1대의 지능이 인간 1명의 지능을 추월하게 되고 2045년이면 컴퓨터 1대의 지능이 인류 전체의 지능을 넘어서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것도 이미 10년 전에 예측했다. 이렇듯 컴퓨터의 발전 속도가 이전과 다르게 기하급수의 빠른 속도로 발전해 가는 변곡점을 그는 특이점(Singularity)이라고 불렀다. 지금 우리가 그 특이점을 통과하고 있을 뿐이다.
그동안 컴퓨터의 가장 큰 약점은 고양이와 강아지를 구별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사람은 인지가 깨쳐지는 3살만 넘으면 고양이와 강아지를 자연스럽게 구별하지만 컴퓨터는 그렇지 못했다. 다시 말해서 일정한 규칙을 따르는 수치 계산은 천문학 속도로 할 수 있지만 패턴을 구별하는 것은 정해진 규칙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감각의 인식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 과학자들은 컴퓨터의 최대 약점이던 이 문제도 딥러닝(Deep Learning)을 통해 해결했다.
사실 인공지능이라고 부르지만 내용상으로는 딥러닝이다. 딥러닝은 지속 학습해서 전보다 더 정확하게 인식하고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우리 인간도 가정에서, 학교에서, 사회에서 하루하루 배워 가며 살고 있다. 다들 태어나서 똑같이 배우지만 배워서 계속 진보하는 사람도 있고 배워도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퇴보하는 사람도 있다. 제사를 지낼 때 조상님 위패에 ‘學生之府君’이라고 쓰는 이유도 따지고 보면 공부하고 학습하는 사람을 제일로 치던 유교의 가르침 때문이다. 공부가 단순한 입신양명(立身揚名)의 길이 아니라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데 있어 불완전함, 불안함, 불안정함을 보완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임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이세돌과 인공지능의 대결이라는 말도 정확하지 않다. 왜냐하면 이세돌 스스로도 수많은 학습을 통해 세계 1위의 자리에 올랐다. 모든 바둑 기사가 하나같이 열심히 공부하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이세돌이 체력, 집중력, 기억력, 성실성, 창의력에서 가장 뛰어났기 때문에 세계 1위에 올랐을 것이다. 그런데 컴퓨터는 집중력, 기억력, 성실성에서 인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능력이 뛰어나다. 다만 창의성이 문제가 되겠지만 창의성을 수많은 과거 사례를 종합하고 최선의 대안을 찾아내는 학습 능력으로 보완하고 있다. 이에 따라서 지능을 인간지능과 인공지능으로 나누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인간이든 컴퓨터든 지능은 그냥 지속된 학습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머지않은 장래에 스스로 프로그래밍을 하는 컴퓨터가 나올 것이다. 스스로 학습하고, 스스로 잘못된 점을 보완하고, 스스로 개선해 나가는 그런 컴퓨터다. 이런 컴퓨터가 정말 ‘나’라는 개념을 지니게 되면서 강한 인공지능(Strong AI)이 되면 무서운 속도로 진화해 나갈 것이다. 그것도 먹지도 쉬지도 자지도 않고, 후회하지도 않으면서 줄기차게 학습을 할 것이다.
우리가 이번 대결을 통해 배워야 할 것은 학습의 중요성이다. 우리 인간이 생물로서 진화하는 것도, 인류역사가 진보하는 것도 다 과거의 사건과 기억과 교훈과 진리를 학습한 결과다. 현실적으로 2015년에 열린 세계경제포럼 다보스에서 앞으로 5년 안에 기존의 일자리 700만개가 사라지고 새로운 일자리 200만개가 창출되면서 그 결과 일자리 500만개가 사라진다고 발표했다. 단순한 검색, 시간 때우기, 생각하기 귀찮아하고 학습하는데 게을리하는 사람들에 대한 직접 경고다. 배우기를 게을리하면 자기 자신과 가정이 위태로워진다는 뜻이다.
AI 알파고가 인간을 이긴 것이 경이로운 것이 아니라 알파고가 지속된 학습을 통해서 인간보다 더 나아진 것이 경이로운 것이다. 컴퓨터가 인간을 이겼다고 해서 놀라거나 두려워하지 말고 일일신우일신하는 자세로 디지털 환경의 새로운 지식을 지속해서 학습해야 한다.
CIO포럼 명예회장(명지대 교수) ktle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