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LG전자 정수기 모든 디자인 틀을 깨고 탄생한 게 바로 LG퓨리케어 정수기입니다.”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만난 노형원 LG전자 H&A디자인연구소 소형가전팀 책임연구원, 조나정 선임연구원, 주정현 주임연구원은 LG전자 정수기 디자인 역사상 가장 오랜 공을 들인 신제품에 대해 이같이 강조했다.
LG전자가 지난 2월 선보인 퓨리케어 정수기는 물탱크가 없는 직수형 정수기다. 업계 최초로 IH(자기장을 열로 변환하는 기술) 순간온수 플러스 기능을 넣었다. 기존 LG전자 정수기가 가진 각진 디자인, 색감, 기능 등을 모두 탈바꿈한 전략 신작 정수기다.
2년 전부터 기획된 퓨리케어 정수기를 위해 연구진은 일반 가정을 방문했다.
실제로 소비자가 정수기를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탐구했다.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인도 가정까지 방문했다. 주방 안 정수기 위치, 어떻게 버튼을 눌러 물을 따르는지, 필터 교체는 어떻게 이뤄지는 등 세심히 살폈다.
노형원 연구원은 “기존 LG전자 정수기 디자인 기간보다 2배 이상 시간이 소요됐다”며 “LG퓨리케어 정수기만을 위해 컴프레셔 개발부서에서는 소형컴프레셔를 따로 개발했다”고 말했다.
가전제품 디자이너지만 그들은 단지 ‘예쁜 정수기’를 만드는 게 최종 목표가 아니었다.
최우선은 ‘깨끗한 물’을 제공하는 위생과 사용자 편의성이었고 그 다음이 디자인이라는 설명이다. 퓨리케어정수기는 국내 정수기 중 유일하게 취수구가 180도로 돌아가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소비자가 직접 고정된 취수구에 그릇을 대는 게 아니라 취수구가 이동해 고객에게 가까이 와야 한다는 발상 전환이다.
아이디어는 노형원 연구원이 턴테이블을 보다 생각해냈다. LP판을 돌릴 때 침이 LP판 노래위치를 찾아가는 장면에서 ‘유레카’를 외친 셈이다.
가전제품이 고객을 향해 있어야 한다는 조성진 LG전자 사장 평소 소신과 일맥상통한다.
조성진 사장도 퓨리케어정수기에 큰 관심을 갖고 연구진을 격려하고 조언했다. 그가 실제 사용 결과 맨위 상단부 정수기 조작부 버튼이 평면이면 키가 작은 어린이나 손톱긴 주부가 이용하기 힘들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제공해 조작부 각도를 7.5도 높이도록 했다. 지금도 조성진 사장은 LG퓨리케어 정수기를 사용하며 디자인팀에게 이메일로 피드백을 전달한다.
LG퓨리케어 정수기 디자인은 주기적으로 정수기 필터를 교체해주는 LG헬스케어매니저 편의성도 우선시했다. 집에서 편하게 물을 마시도록 하는 디자인만큼이나 정수기 관리자가 편하게 필터를 교체하고 정수기를 관리할 수 있는 디자인도 중요하다는 원칙이다.
디자이너와 개발자간 충돌도 적지 않았다.
개발자가 원하는 스펙과 디자이너가 추구하는 방향이 항상 같기 힘들기 때문이다.
조나정 선임연구원은 “타원형태 정수기를 만들자는 제안을 처음 했을 때, 조작 버튼부도 함께 이동할 수 있게 디자인 하겠다는 제안을 했을 때 등 번번이 개발진과 의견 충돌이 있었다”며 “그런 가치 있는 충돌과 밤샘 토론이 결국 LG퓨리케어 정수기를 탄생시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LG퓨리케어정수기는 사용할수록 소비자에게 감동을 주는 정수기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주정현 주임연구원은 “넘친 물을 받는 트레이에 물이 가득차면 부표가 올라와 노란 띠로 표시를 해주는 디자인, 이물질 닦기 편한 세로형 헤어라인 등 아주 작지만 고객이 사용하다 발견해 감동받을 만한 디테일이 많이 담겼다”고 말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