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연중 최고 수준까지 상승한 가운데 바닥을 다졌다는 낙관론과 하락 여지가 크다는 신중론이 팽팽히 맞섰다. 글로벌 생산·재고량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선이 상반된 전망으로 이어졌다.
13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3월 둘째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평균 거래가는 전주 대비 3.14달러(9.05%) 오른 배럴당 37.81달러로 연중 최고 수준까지 상승했다.
주간 가격은 4주 연속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11일에는 뉴욕상업거래소(NYMEX) WTI 4월 인도분이 전날보다 66센트(1.7%) 오른 배럴당 38.50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지난해 12월 이후 3개월 간 최고치를 찍었다.
최근 산유국간 동결 합의 분위기가 확산되는 가운데 국제에너지기구(IEA)가 국제 유가 저점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상승세에 기름을 부었다.
IEA는 11일 발간한 월간 보고서에서 미국 등 비 석유수출국기구(OPEC) 생산량이 빠르게 감소했다는 점을 근거로 유가가 저점을 통과했을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저유가에 따른 영향으로 2016년 비OPEC 석유 생산량이 지난해 대비 하루 75만배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전월 전망치인 하루 60만배럴보다 크게 늘어난 수치다. 2월 OECD 국가 석유제품 재고도 1년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미국 자원개발 서비스 기업 베이커 휴즈도 같은 날 미국 원유 시추기 수가 전주 대비 6기 줄어든 386기를 기록했다고 발표해 유가 상승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12주 연속 감소이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2014년 10월 10일 1609기 보다 76% 낮은 수준이다.
반면에 골드만삭스는 하락 가능성을 높게 봤다. 지난달 유가 급등을 석유 카르텔 속임수(Fake)라고 지적한 데 이어 최근 미국 원유 저장시설 포화 가능성을 제기하며 유가 반락에 배팅했다. 막대한 원유 재고로 인해 미국내 감산의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의 2분기 유가 전망치는 25~45달러 사이로 폭넓게 제시했는데 40% 가까이 하락할 수 있다는 의미다. 내년 전망치도 기존 60달러에서 57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산유국 생산량 동결 합의 불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유가 하락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봤다.
손재현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회동이 산유량을 동결할 수 없다는 이란의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하는 데 그친다면 유가 관련한 불확실성은 지속되며 단기 상승 폭을 반납하는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호 전기전력 전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