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식음료 포장 로봇 시스템, 내년 시험대 오른다

식·음료 포장 공정을 자동화하는 국산 로봇 시스템이 내년 등장한다. 그동안 국산 로봇을 개발해도 제어기와 소프트웨어(SW) 등 핵심 시스템을 외산에 의존했던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수작업 의존도가 높은 식·음료 포장 공정에 로봇 도입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작년 하반기부터 국내 로봇기업 로픽과 손잡고 ‘고온·방수 기능의 식음료 핸들링 및 포장용 고속 동작 로봇시스템 및 표준화 기술 개발’ 과제를 수행 중이다.

식음료 핸들링 및 포장용 고속 동작 로봇시스템.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 한국NI가 `오토메이션월드 2016`에 중간 결과물을 전시했다.
식음료 핸들링 및 포장용 고속 동작 로봇시스템.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 한국NI가 `오토메이션월드 2016`에 중간 결과물을 전시했다.

국산 로봇을 기반으로 제어시스템과 SW, 생산라인 모니터링 시스템을 국산화하는 과제다. 과제 3차연도인 내년 하반기부터는 해태제과와 천호식품 라인에 실제 도입해 성능을 검증한다. 수요기업으로 참가한 두 회사는 개발 요구사항을 제공하고 시범 운영할 로봇 시스템을 제공받는다.

로봇 시스템은 식·음료 2차 포장 공정에 활용된다. 비닐 포장된 낱개 제품을 박스에 옮겨담는 공정이다. 고속으로 움직이는 컨베이어 벨트에서 정확하게 제품을 포착해 집어 옮긴다. 컨베이어 벨트를 멈추지 않고 실시간으로 포장 공정을 수행한다. 제품을 인식하는 비전 카메라, 제품을 이송하는 로봇, 로봇을 제어하는 제어기 하드웨어(HW)와 SW가 핵심 기술이다.

식음료 핸들링 및 포장용 고속 동작 로봇시스템 구성 개념도
식음료 핸들링 및 포장용 고속 동작 로봇시스템 구성 개념도

이 중 로봇은 로픽이 국산화를 마쳤다. 포장공정 특성상 수직 다관절 로봇이 아닌 병렬 로봇, 스카라 로봇 등이 사용된다. 기존 수직 다관절 로봇보다 하중은 적지만 이송 속도가 빠르다. 고속으로 움직이는 컨베이어 벨트 위 제품을 집어 옮기기 적합하다. 일부 기업이 국산 로봇을 사용하고 있지만 제어기와 시스템은 아직 외산에 의존한다.

식음료 핸들링 및 포장용 고속 동작 로봇시스템 제어기. 현재는 내쇼날인스트루먼트(NI) 컴팩트리오 플랫폼이 활용됐다.
식음료 핸들링 및 포장용 고속 동작 로봇시스템 제어기. 현재는 내쇼날인스트루먼트(NI) 컴팩트리오 플랫폼이 활용됐다.

이 제어기와 SW를 국산화해 전체 시스템 가격을 떨어뜨리는 것이 이번 과제 목표다. 라인 당 설치 비용이 2억~3억원대로 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생기연은 과제 1차연도에 SW 개발을 어느 정도 마무리했다. 로봇 제어기 플랫폼에는 아직 내쇼날인스트루먼트(NI) 컴팩트리오를 활용한다. NI 플랫폼 위에 생기연 SW를 입혀 로봇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차기 진도에서 제어기 자체를 국산화, 국내 기업에 기술이전할 계획이다.

이번 과제 결과로 식·음료 포장 로봇 시스템이 국산화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 동안 국산 로봇을 개발해도 핵심 시스템은 외산에 의존하던 상황이 개선되기 때문이다. 총 4년 과제 기간 중 2년은 기술 개발, 나머지 2년은 수요기업 도입과 성능 검증에 활용한다.

과제 수행 중 식·음료 포장 로봇 표준화도 추진한다. 산업 특성상 위생설비와 환경조건, 내고온·방수 성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로봇 시스템 전반이 국산화되고 산업 특성을 고려한 표준 제원이 마련되는 셈이다. 그동안 수작업 의존도가 높았던 식·음료 포장 공정 자동화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생기연 관계자는 “과제 3차연도부터는 그 동안 개발했던 로봇 시스템을 수요기업 현장에 실제 도입하는 것이 목표”라며 “로봇 시스템 전반을 국산화하면 도입 가격을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