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누구나 0.1% 안팎 금리 차이에도 계좌를 옮길까 흔들리는 저금리 시대다. 저성장 저금리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런 상황에 14일 각 은행과 증권사가 동시에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출시했다. 저금리·저성장 시대에 국민 걱정을 덜어줄 상품이다. 절세효과와 함께 중장기 투자로 목돈 마련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다. 원금이 보장되는 예·적금은 물론이고 손실 위험이 있지만 그에 걸맞은 투자 수익 과실을 딸 수 있는 상품도 함께 담을 수 있어 `만능계좌`나 `만능통장`으로 불린다. 절세 효과가 적다는 비판도 있지만 5년 후 미래를 그릴 수 있는 투자 상품이다.
◇`만능 계좌` ISA 판매 시작
14개 은행과 21개 증권사, 2개 보험사가 14일 ISA 상품을 한꺼번에 쏟아냈다.
ISA는 정부가 저금리 시대에 국민 자산을 여러 투자수단으로 늘려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영국에서 처음 시작해 좋은 반응을 얻자 일본이 지난 2014년 도입했다.
우리나라에 도입한 ISA는 일본과 영국 제도를 절충해 마련됐다. 국민 재산 늘리기 프로젝트인 만큼 비과세 혜택은 ISA의 가장 큰 특징이다. 근로소득자나 사업소득자 모두 계좌 하나를 가질 수 있다.
은행과 증권사가 앞다퉈 내놓은 ISA 상품은 크게 신탁형과 일임형으로 나뉜다. 투자자는 두 상품 중 하나만 골라 가입할 수 있다. 신탁형은 투자자가 직접 투자 종목과 종류·비중·위험도를 모두 지정해 담을 수 있는 상품이다. 증권사나 은행이 별도 자산 구성 방식을 제시할 수 없다.
일임형은 증권사나 은행에 투자금을 맡겨 운용한다는 계약을 맺고 가입한다. 금융사가 투자자 성향에 맞게 투자 상품 종류와 비중 위험도를 정해 제시하면 투자자는 이들 상품 가운데 선택해 가입할 수 있다. 투자자는 분기 1회 이상 주식이나 저축, 채권 등 상품 비중을 다르게 조절 할 수 있다. 투자자금 전부를 특정 종목과 금액을 지정하는 경우에는 일임형 계약을 할 수 없고 신탁형만 가능하다.
◇모델 포트폴리오 다양하게 갖춘 일임형
일임형 상품의 가장 큰 특징은 신탁형과 달리 모델 포트폴리오가 다양하다는 점이다. 증권사나 은행마다 각각 다양한 투자상품을 진열해 놓고 투자자 성향에 따라 적합한 상품을 제시해야 한다. 일임형을 먼저 판매에 나선 증권사는 108개 모델 포트폴리오를 제시했다. 은행도 4월 일임형 판매에 맞춰 모델 포트폴리오 구성할 예정이다.
상품은 투자성향에 따라 초저위험, 저위험, 중위험, 고위험, 초고위험 등 5단계로 구분했다. 저위험 상품은 은행 예적금, 환매조건부채권(RP), 머니마켓펀드(MMF), 해외 상장지수펀드(ETF)를 포함한 글로벌 자산배분 형태가 주를 이룬다. 변동성이 낮은 상품으로 구성했다.
중위험과 고위험 상품은 RP 투자 외에 주식형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 파생결합증권(DLS) 등 여러 투자 상품을 담았다. 절세 효과가 큰 해외주식형 펀드와 주식 등을 비롯한 분산투자로 적극적인 수익률을 추구하는 방식이다.
신탁형 상품은 RP, 국공채, 은행 예·적금 등 저위험 상품부터, 펀드와 DLS 등 투자성 상품까지 투자자 성향에 맞춰 상품을 구성할 수 있다.
운용에 따른 보수는 각사마다 다르지만 위험도가 높을수록 수수료는 높아진다.
일반적으로 신탁보수는 0.1~0.3% 수준이고 펀드 편입에 따라 판매 보수가 별도로 있다. 일임 보수는 위험도에 따라 다르다. 저위험 상품 평균 보수수준은 0.1~0.4%정도다. 중위험부터 초고위험 상품은 0.5%~1.0% 사이에 책정됐다. 신탁형과 달리 판매보수는 별도로 받지 않는 상품으로 구성됐다. 은행이나 증권에서 판매하는 자문형 랩 상품과 비교하면 절반 정도 수준이다.
일임형 ISA는 온라인 계약도 4월 중순부터 가능해진다. 모바일 앱이나 온라인을 활용해 계약 체결을 할 수 있다. 증권사와 시중 은행이 온라인 영업을 병행할 방침이다.
◇5년 중장기 대비한 가입 필수
ISA는 한번 가입하면 최대 5년까지 매년 2000만원까지 총 1억원을 가입할 수 있다. 첫해에 한해 2000만원 한도를 채우지 못했을 경우 마지막 연도에 추가 납입 할수 있다. ISA는 서민에게 큰 목돈 마련 기회다.
주의할 점은 5년제 상품으로 의무 가입 기간이 3년이다. 의무가입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해지하면 세제혜택이 사라진다. 투자 유형에 따라 손실 위험도 있다. 투자위험을 꼼꼼이 챙겨야 할 이유다. 일임형의 경우 계약시 모델 포트폴리오마다 투자에 따른 손실 위험을 알려준다. 주식이나 펀드 상품 편입은 글로벌 시장 변동 상황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질 수 있어 손실 위험이 있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성인모 금융투자협회 WM서비스 상무는 “ISA는 국민 재산 늘리기 프로젝트 일환으로 정부가 어렵게 만든 상품”이라며 “상품 투자에 따라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투자시에는 자신의 투자 성향과 투자 목적에 맞게 알맞은 상품을 고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경민 코스닥 전문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