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A가 파격 제도는 아니에요. 하지만 고위험 투자를 해 왔으면 비과세가 되기 때문에 더 유리하긴 합니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출시일인 14일 본지 기자가 직접 ISA에 가입하고자 은행과 증권사 지점을 찾았다.
‘만능통장’으로 알려진 ISA 출시일이지만 은행, 증권사 창구는 생각보다 한산했다. 은행에서는 고객이 전적으로 투자를 맡기는 ‘일임형’에 준비가 안 돼 있어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었다. 증권사는 주가연계증권(ELS) 등 고위험 상품이 아닌 이상 고객에게 추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ISA 창구 첫 손님이라며 직원이 긴장한 채로 맞이했지만 상품을 설명하다가 막히자 뒤에서 지켜보던 차장이 나섰다. 만 29세부터 청년형에 가입이 가능하단 사실을 모르는 직원은 이리저리 전화하며 사실 확인에 바빴다.
직원이 건넨 ‘투자자 정보 확인서’를 체크하자 기자는 ‘위험 중립형’에 해당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위험 중립형은 3등급으로 투자위험을 인식하며, 예·적금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면 일정 손실 위험을 감수할 수 있음을 뜻한다.
창구 직원은 주가연계증권(ELS) 가입을 추천했다.
수익이 높을 뿐만 아니라 비과세 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자가 원금보장 불확실성을 묻자 “예·적금이나 펀드를 ISA로 가입하면 혜택이 크지 않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국내 주식형 펀드뿐만 아니라 해외 주식형 펀드는 ISA에 따로 가입하지 않아도 비과세 혜택을 받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B은행 직원은 “일임형 ISA는 다음 달 중순께 나오기 때문에 우리도 상품 정보가 전혀 없다”면서 “지금 은행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고객이 선택하는 신탁형인데 예·적금이나 펀드는 비과세 혜택이 미미하기 때문에 지인 빼고는 추천을 못하는 상황”이라고 털어놓았다.
증권사는 좀 더 적극성을 보였다. 위험 중립형 투자 성향이지만 고위험 상품이 비과세 혜택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수료나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설명하지 않았다.
가입을 머뭇거리자 증권사 직원은 파생결합사채(ELB) 상품을 추천했다. 회사가 망하지 않는 한 3.50%금리를 보장한다면서 금리표를 제시하고 가입을 종용했다. 가입을 머뭇거리자 “특판 상품으로 오늘 안에 조기 소진될 것 같으니 바로 가입하셔야 한다”고 종용했다.
낮 12시가 될 때까지 은행이나 증권사 창구에서 ISA에 가입하기 위한 고객은 만날 수 없었다.
한 은행 관계자는 “ISA 출시 첫 날인데 지점 현황을 파악한 결과 아직 조용한 것 같다”면서 “첫 1~2주에 고객이 몰리기 때문에 며칠 더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은행과 증권사 등 33개 금융기관이 14일 전국 지점에서 일제히 ISA 판매를 시작했다. 은행 14곳, 증권 21곳, 생보사 2곳 등 총 37개 금융사가 ISA를 출시할 예정인 가운데 은행 13곳, 증권 19곳, 생보사 1곳 등 33곳이 먼저 ISA 판매에 들어갔다.
김지혜 금융산업/금융IT 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