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들썩이게 한 구글의 인공지능(AI) `알파고`와 이세돌 9단 대결이 15일 제5국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이 9단이 완승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을 깨고 알파고가 승리했다. AI 발전 가능성의 확인을 넘어 `AI포비아`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신드롬을 일으켰다. 지난 일주일 동안 벌어진 알파고 신드롬을 키워드로 정리했다.
◇A(AlphaGo)
알파고는 AI 불가침 영역으로 여겨져 오던 바둑에서 인간과 대등한 수준에 올라섰다. 혜성처럼 등장한 알파고는 불과 일주일 사이 국내 초등학생까지 알 정도로 `유명 인사`가 됐다. 알파고는 지난 2014년 구글이 인수한 영국 벤처기업 딥마인드가 개발한 AI 프로그램이다. 데미스 하사비스 최고경영자(CEO)와 셰인 레그, 무스타 슐레이만 3명이 2010년 영국에서 설립한 딥마인드는 구글에 인수된 후 전폭 지원 속에 알파고를 세계 최고의 AI로 키웠다.
◇L(Lee Se DoL)
천재 바둑기사 이세돌은 알파고와의 대국으로 중국, 일본 등 기존의 바둑 애호국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 등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대국 기간에 이세돌은 극심한 롤러코스터를 탔다. 대국을 앞두고 5대 0 승리를 자신했지만 대국이 시작되자 내리 3연패했다. AI의 우월함을 확인시켜 주는 들러리로 밀려났다. 4국 승리로 분위가 바뀌었다. AI에 약점이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인류의 창의성을 대변하는 `영웅` `마지막 희망`으로 지지받았다.
◇P(Platform)
알파고의 주인은 구글이다. 구글은 안드로이드로 애플과 모바일 플랫폼 분야 양대 산맥을 구축했다. 이 때문에 구글이 알파고로 AI 플랫폼을 구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에 앞서 구글은 개방형 안드로이드로 거대 생태계를 조성했다. AI 분야에서도 오픈소스 소프트웨어(SW) 정책으로 우군을 확보, 플랫폼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한 발 늦은 우리나라로서는 대응 방향이 중요하다. 종속은 피해야 하지만 거대한 흐름을 무시해서는 곤란하다.
◇H(Human)
결국은 사람이다. AI를 만든 것도 사람이고 편익을 누리는 것도 사람이다. 알파고의 등장은 인류가 AI와 공존하면서 시너지를 내려면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을 일깨웠다. 앞으로 AI가 대중화하면 일자리, 인권, 도덕, 법·제도 측면에서 다양한 문제가 발생한다. 준비를 서두르지 않으면 AI라는 열매가 완성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A(AI)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의 새 역사가 쓰였다. 1956년 존 매카시 미국 다트머스대 교수가 AI 용어를 쓴 이래 60년 만의 가장 드라마틱한 순간이다. IBM의 AI가 지난 1997년과 2011년 체스챔피언과 퀴즈왕을 꺾은 것과 또 다른 차원이다. 그만큼 바둑은 AI 분야의 난제였다. 한국에도 AI 열풍이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가 투자를 확대한다. 산·학·연은 원천 기술 개발과 응용 서비스 발굴에 주목한다.
◇G(Google)
알파고와 이세돌 대국의 최대 수혜자는 구글이다. 구글은 알파고 대국으로 기업 가치를 또 한 차례 끌어올렸다. IBM을 제치고 단숨에 AI 리더로 우뚝 섰다. 벤처·스타트업 인수와 투자, 기술 향상으로 이어지는 생태계 공식 전형으로 재미를 봤다. `문샷(Moon Shot)프로젝트`로 불리는 신사업 행보로 기술 혁신기업으로서의 이미지를 강화했다. 마케팅 효과는 추정하기 어려울 정도다. 대국 이전부터 누가 이기든 승자는 구글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온 이유다.
◇O(Over the AlphaGo)
구글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의 과제는 자명하다. 알파고를 뛰어넘고, 알파고 다음을 대비하는 것이다. 알파고가 바둑에서 놀라운 실력을 보였지만 아직 종합 AI로서의 성능은 취약하다. 알파고를 이용해 어떤 서비스와 비즈니스가 가능할지도 미지수다. AI 기술 개발과 응용 기업이 해결해야 할 몫이다. 국내 기업과 연구기관도 마찬가지다. 가만히 앉아서 감탄만 할 수는 없다. 민·관이 지혜를 모아 한국형 AI 기술·산업 육성에 나서야 한다.
이호준 SW/콘텐츠 전문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