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교육방송(EBS) 스타 수학 강사가 드론에 빠졌다. 항공촬영용 드론에 이어 `레이싱 드론`에 손을 댔다. 레이싱 드론은 `완제품`이랄 게 없었다. 유저가 부품을 일일이 조립한다. 진입장벽이 높다.
파트너 몇 명을 모아 완제품 형태의 레이싱 드론을 직접 개발했다. 21번 실패하고 22번째 기본 디자인을 완성했다. 1년 동안 개량해 동호회에 시제품을 내놨다. 주문이 900대 밀려들었지만 일손이 모자라 180대만 출하했다.
`스포츠 드론` 기업으로 불리는 드로젠(대표 이흥신)의 탄생 신화다. 이흥신 대표는 원래 EBS에서 강의하던 스타급 수학 강사였다. 2013년 중반부터 2015년 6월 15일 회사 설립 전까지 우여곡절을 겪었다. 강사 일을 접고 사업가로 변신했다.
이 대표는 “애초에는 강사 일과 겸업을 생각했지만 이쪽(드로젠)에 계속 무게가 실리고 끌려다니다 보니 불가능했다”면서 “이제는 돌아갈 곳도 없고, 직원 16명에다 여기에 곱하기 4(직원 가족 포함) 하면 64명을 책임져야 한다”며 웃었다.
`스포츠 드론` 콘셉트는 드로젠이 치열한 시장 경쟁에서 차별화에 성공한 무기다. `로빗` 시리즈는 고속 비행은 물론 수직 급상승, 급하강, 공중 연속 회전 등 곡예비행까지 가능하다. 속도만이 전부인 레이싱은 지나치게 좁은 의미라며 `D-스포츠`를 키워드를 내세웠다.
진입 문턱을 낮췄다. 기체와 주요 부품이 모두 조립된 완제품 형태로 판매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누구나 쉽게 D-스포츠 문화를 즐기도록 만들고 싶다. 다음 달 `카페 드로젠`이 문을 연다. 교육과 서비스, 용품을 판매한다.
이 대표는 “6곳 정도에 카페 계약을 했고, 4~5월쯤에 모두 개장한다”면서 “드론과 D-스포츠 문화를 즐기고 확산시키기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가 주목하는 D-스포츠의 묘미는 `추락`과 `파괴`다. 치열한 승부와 곡예, 고속 비행 과정에서 드론이 파손되거나 추락하는 일이 잦을 수밖에 없다. 그 속에 짜릿함이 있다. 드론으로 이런 스릴과 재미를 추구하는 것이 D-스포츠의 본질이다.
덕분에 제품 주기가 짧고 액세서리, 튜닝 수요가 많아 사업 상 이점도 크다. 덩치가 작고 자금 회전이 빨라야 하는 드로젠에 적합한 사업 모델이다.
이 대표는 “인터넷에서 F1을 검색하면 가장 많이 나오는 영상이 사고 영상”이라면서 “D-스포츠는 치열한 승부가 주는 긴장감, 추락과 파괴가 주는 짜릿한 박진감으로 대중을 사로잡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