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짐차`로 홀대 받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국내 자동차 시장 `대세`로 떠올랐다. 아웃도어, 레저활동이 중요해지고 가족 중심 생활방식이 확대되면서 크고 넓은 SUV 선호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SUV 판매량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시장 점유율 30%를 돌파했다. 올해는 기존 SUV 열풍을 이끌었던 소형 SUV 모델이 늘어나고 플래그십 SUV 신모델이 대거 출시돼 시장 점유율 35%도 넘어설 전망이다.
16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국산 SUV는 내수 시장에서 전년 대비 33.9% 증가한 45만2200대 판매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국산차 전체 시장이 전년 대비 9.3% 성장한 것보다 세 배 이상 커진 것이다. 2011년 이후 5년 연속 성장세를 기록한 SUV는 지난해 내수 점유율 역시 사상 최대치인 34.1%까지 확대됐다.
전문가는 SUV 시장이 점차 커지면서 올해 내수 점유율 35% 이상 달성할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해부터 지금가지 소형 SUV 인기가 지속되고 있고, 올해 중대형 신차가 대거 출시되기 때문이다.
한 자동차 전문가는 “과거 SUV 시장은 큰 차를 선호하는 사람과 일부 아웃도어 매니아에게 인기를 얻었지만 최근에는 고급스럽고 뛰어난 승차감을 갖추면서 다양한 고객에게 사랑받고 있다”며 “올해 출시되는 신차 중 30%가량이 SUV인 만큼 지난해보다 더 높은 판매량과 시장 점유율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SUV 시장이 커지는 것은 캠핑, 아웃도어 등 레저활동 영향이 크다. 주5일제 근무와 생활문화 수준 향상으로 주말에 가족과 함께 보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동급 세단 대비 여유로운 적재공간과 실내공간을 갖춘 SUV 수요가 커진 것이다. SUV는 넓은 트렁크 캠핑용품, 스키장비, 서핑보드 등 큰 짐을 싣기 용이하다. 골프백도 동급 세단보다 2~3개 정도 더 실을 수 있다.
또 다른 SUV 인기비결은 다양해진 차종이다. 과거 SUV는 중형 또는 대형 SUV가 주를 이뤘다. 디자인도 투박해 남성 운전자에게만 인기를 얻었다. 최근에는 쌍용차 `티볼리`, 르노삼성차 `QM3` 등 작고 귀여운 디자인을 갖춘 차량이 늘어나면서 여성운전자도 SUV를 많이 선택하고 있다.
소형 SUV 수요가 늘어나자 완성차 업체는 앞다퉈 신차를 출시했다. 국내 소형 SUV 시장이 본격적으로 시작한 2014년 국내에서 판매된 소형 SUV는 한국지엠 `트랙스`, 르노삼성차 `QM3`, 미니 `컨트리맨`, 닛산 `쥬크` 4종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쌍용차 `티볼리`, 푸조 `2008`, 지프 `레니게이드` 등 신차가 쏟아지면서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혔다. 그 결과 지난해 국내 소형 SUV 시장은 전년 대비 195% 이상 성장한 8만8659대를 기록했다.
완성차 업계는 올해도 다양한 소형 SUV 신차를 출시한다. 먼저 포문을 연 곳은 쌍용차. 지난 8일 리어오버행(뒷바퀴 차축에서 후면 끝까지 거리)을 290㎜가량 늘린 티볼리 롱바디를 출시했다. 기아차도 이달말 소형 하이브리드 SUV `니로`를 국내 출시한다. 니로는 하이브리드 차량이면서 기존 소형 SUV와 비슷한 2000만원대 가격을 갖춘다. 동력원으로는 카파 1.6GDi 엔진과 6단 더블클러치변속기(DCT)를 적용해 최대 출력 105마력, 최대 토크 15.0㎏·m를 구현했다. 전기 동력원으로는 1.56㎾h 배터리, 35㎾ 모터를 장착했다.
수입차 업체도 다양한 소형 SUV를 내놓는다. 피아트와 혼다는 올 상반기 중 소형 CUV `500X`와 `HR-V`를 각각 출시한다. 500X는 지프 레니게이드와 플랫폼을 공유해 여유로운 공간을 제공한다. 엔진도 1.4 가솔린 터보, 2.4 가솔린, 2.0 디젤 등 다양하다. 혼다 HR-V는 1.5 가솔린 엔진과 1.6 디젤엔진을 장착했다. 연료탱크를 중앙에 둬 공간을 충분히 확보해 내부 활용도를 높인 것이 강점이다.
전문가는 올해 국내 소형 SUV 시장이 15만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보다 50% 이상 성장하는 것이다. 올해 신차도 많고 기존 차량에 대한 인지도도 높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올해 SUV 시장 또 다른 특징은 중대형 신차가 많다는 것이다. 중대형 SUV는 신차 개발기간이 8~10년에 달한다. 개발 비용도 수천억원에 달하는 만큼 각 업체의 첨단 기술이 적용된다. 완성차 업체는 지난해 소형 SUV가 시장을 이끌었다면 올해에는 중대형 모델이 SUV 시장을 견인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아차는 지난달 8년 만에 `모하비`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했다. 모하비는 엔진을 유로6 3.0 S2 엔진으로 교체하고 실내 인테리어를 세련되게 바꿨다. 외관에는 큰 변화를 주지 않았지만 국내 유일 대형 SUV라는 점에서 소비자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출시 한 달 만에 올해 판매 목표 1만5000대 절반 수준인 7000여대가 계약됐다.
한국지엠은 오는 21일 중형 SUV `캡티바`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출시한다. 캡티바는 2006년 `윈스톰`으로 출시된 이후 2011년 페이스리프트를 한차례 거친 차량이다. 르노삼성차는 올 하반기 9년 만에 풀체인지(완전변경)하는 `QM5` 신모델을 출시한다. QM5는 현대차 `싼타페`, 기아차 `쏘렌토`와 경쟁하는 중형 SUV이다.
수입차 업계는 플래그십 SUV를 출시, 국산차와 차별성을 둔다는 방침이다. 볼보는 오는 6월 10년 만에 `XC90` 풀체인지 모델을 출시한다. 아우디 역시 이번 달에 플래그십 SUV `Q7` 신 모델을 10년 만에 내놓았다. Q7은 아우디 신형 MLB 플랫폼을 적용, 중량을 325㎏ 줄였다. 메르세데스-벤츠와 벤틀리는 올 하반기 최고급 SUV `MLS`와 `벤테이가`를 국내 시장에 내놓은 예정이다.
류종은 자동차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