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레몬·체르노빌 거대지렁이…현상을 넘어 거짓판치는 `원전괴담`

“체르노빌 버리진 땅엔 뱀처럼 큰 거대 지렁이가 산다.”

“오렌지는 피폭을 입어 해괴망측한 우주괴물 모양이 됐다.”

인터넷 포털이나 커뮤니티에 옮겨 퍼지며 원전에 대한 나쁜 이미지만 확대 재생산시켜온 억측이나 루머에 대해 전문기관이 나서 사실관계를 알리기로 했다.

한국원자력문화재단과 국민소통자문위원회는 인터넷에 자주 등장하는 진위를 알 수 없는 소문과 질의응답 콘텐츠를 찾아 정확한 사실 관계를 붙이기로 했다. 괴담의 확대 재생산을 막고 원자력과 방사선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리기 위해서다.

원자력문화재단은 우선 포털 내 원자력 관련 질문 3만127건과 게시판, 언론 자료를 분석해 50건 이슈를 뽑았다. 50건 이슈는 국민소통자문위원회에 자문을 의뢰, 33건에 대해 회신을 받았다.

50건에 포함된 이슈는 △수입산 수산물 취식 △일본 여행 △체르노빌 현재 상황 △기형 동식물 △후쿠시마 원전 주변 기상현상 등이다. 재단은 처음엔 의문 제기로 시작됐던 콘텐츠가 다른 사이트로 옮겨 다니면서 진위 여부와 상관없이 우려를 증폭시키는 것으로 분석했다.

원자력문화재단 관계자는 “일반적인 자연현상이 방사선에 의한 것으로 오해를 받고 검증되지 않은 자료들이 유통되면서 막연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며 “국민 궁금증과 우려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계속해서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체르노빌엔 2800명 근무

악마의 레몬·체르노빌 거대지렁이…현상을 넘어 거짓판치는 `원전괴담`

원전사고 대표명사가 된 체르노빌. 1986년 옛소련 체르노빌 원전 4호기 원자로가 파괴되면서 방사성물질 누출로 막대한 피해와 복구노력이 들어간 사고다. 3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원전사고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례다. 최근에는 세계에서 가장 무서운 곳으로 꼽히면서 황폐화된 주변 놀이공원 사진과 함께 재조명받기도 했다.

체르노빌에 대한 대표 소문은 아직도 이곳은 사람이 살 수 없다는 것이다. 방사선 차폐 물질 5000톤이 투하되고 1986년에는 파괴된 원자로를 콘크리트로 덮는 석관 작업이 완료됐지만 아직도 이곳은 치명적인 방사선 피폭을 피할 수 없는 곳으로 흔히 알려져 있다.

실상은 체르노빌이 지금도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전력시설이라는 점이다. 폐로작업과 함께 송전기지, 전력허브 기능을 하고 있고 하루 2800여명 근로자가 출퇴근하고 있다. 원전 부지 밖 방사선량은 자연 상태와 그리 다르지 않다.

비극적 역사 현장이나 재난 현장을 돌아보며 교훈을 얻는 `다크 투어리즘` 여행 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있다. 다음은 우르라이나 출신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체르노빌에 대해 평이다.

“체르노빌에 대한 신화만 남았다. 신문과 잡지는 더 무서운 이야기를 쓰기 위해 경쟁한다. 여기에 안 와본 사람이 공포를 더 즐긴다. 사람 머리만 한 버섯에 대한 이야기는 안 들어본 사람이 없지만 실제로 본 사람도 없다. 괴담, 공포와 소문, 사람들은 방사선이 아닌 그것 때문에 죽었다. 시장에 내다 팔 것이 없으니 체르노빌, 그들의 고통을 파는 것이다.”

◇후쿠시마 미스테리 안개의 정체는

논란이 되었던 후쿠시마 `미스터리 안개` 사진(출처.일본 2CH 커뮤니티
논란이 되었던 후쿠시마 `미스터리 안개` 사진(출처.일본 2CH 커뮤니티

지난해 후쿠시마 원전 주변에 낮고 얇은 막 형태로 넓게 퍼진 안개 사진이 퍼지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국내 언론에서도 이 사진을 보도하며 방사선 유출에 의한 안개라는 설이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마치 줄은 그은 듯이 보이는 안개의 모양에 △원전사고에 의한 환경오염 △삼중수소로 만들어진 안개 △냉각시스템에서 누출된 방사능 현상 등의 의견이 제기됐다.

전문가 의견은 달랐다. 안개는 습분이 많은 공기가 차가운 공기를 만날 때, 공기 내 함유할 수 있는 포화 증기량 감소로 나타나는 자연 현상일 뿐 방사선으로는 생길 수 없다는 견해다. 삼중수소 누출도 감지되지 않았을 뿐더러 상중수소가 포함된 증기는 안개를 형성하기 더 어려운 성질이 있다.

냉각시스템 누출 방사선 현상이란 주자도 안개와 유사한 물질이 새어 나오려면 발전소 내부에 높은 온도와 압력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 후쿠시마 원전 내외부 온도와 압력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어 가능성이 낮다. 띠 형태의 모양도 세계적으로 바나나 산 속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자연 현상 중 하나다.

◇방사선과 기형 동식물의 인과관계는

악마의 레몬·체르노빌 거대지렁이…현상을 넘어 거짓판치는 `원전괴담`
악마의 레몬·체르노빌 거대지렁이…현상을 넘어 거짓판치는 `원전괴담`

원전사고 후 논란이 되었던 동식물로는 `악마의 열매`로 불린 기형 레몬과 후쿠시마 인근 데이지꽃, 체르노빌 거대 지렁이 등이 있다.

기형 레몬은 영양을 골고루 섭취하지 못하고 과잉 혹은 결핍됐을 때 일어나는 생리장애 현상으로 일본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종종 발견되는 현상이다. 기형 데이지꽃 역시 줄기 일부가 편평해지는 대화현상으로 어느 지역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체르노빌 거대 지렁이는 사실 `giant gippslad earthworm`으로 불리는 지렁이의 한 종류다. 원전사고와 관련 없는 호주, 브라질 등에 서식하고 있으며 이미 진위가 밝혀졌지만, 여전히 거대 쥐, 거대 메기와 함께 방사선 기형 동물 단골손님으로 언급되고 있다.

조정형 에너지 전문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