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경 2㎞ 이상 무선으로 통신할 수 있는 사물인터넷(IoT)용 칩이 내년 세계 최초로 상용화된다. 이 칩은 TV주파수(470~698㎒) 중 방송으로 사용하지 않는 TV 유휴대역(White Space)을 이용한다.
ETRI는 전력관련 정부투자기관과 제주 구좌읍에 구축된 스마트그리드 테스트베드에서 이 칩을 기반으로 한 원격검침인프라(AMI) 서비스 현장 실증을 오는 상반기 완료할 계획이다.
에이투유정보통신과는 향후 검증 및 테스트 과정을 거쳐 내년 상용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상용제품이 나오기는 이번에 세계 처음이다.
연구진이 활용한 TV 유휴대역은 기존 와이파이(Wi-Fi) 주파수에 비해 전파 도달거리가 넓고 건물 등에 대한 투과율이 좋다. 이 때문에 와이파이 사용 폭증으로 유발된 2.4㎓ 및 5㎓ 비면허 주파수 대역 혼잡 문제를 해소할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ETRI가 2014년 미국전기전자공학회(IEEE)에 국제표준으로 제안, 채택한 것으로 사물인터넷용 직교주파수분할방식(OFDM)을 취하는 무선통신 시스템이다. 32비트(bit) 마이크로 컨트롤러 유닛(MCU) 기반 시스템온칩(SoC) 형태로 만들었다.
베어칩은 크기가 6.8x6.0㎜ 이지만 128핀으로 패키징하면 가로, 세로가 15x15㎜ 정도 된다. 연구진은 향후 불필요한 기능을 제거해 10x10㎜ 미만으로 만들 계획이다.
이 칩을 계량기 내에 내장하거나 다양한 센서와 연결, 주변 이동통신망이나 인터넷망에 붙이면 양방향 400~1600kbps 속도로 정보를 수집하거나 교환이 가능하다.
활용도는 무궁무진하다. 가정에서는 전등, 냉장고, 세탁기와 같은 기기를 무선으로 온·오프 제어하는 스마트홈 서비스나 전기, 수도, 가스와 같은 계량기 사용 정보를 무선으로 원격검침 하는 건물 모니터링에 적합하다.
전기가 쓰이지 않는 곳을 스스로 차단, 불필요한 전기소요량을 줄이는 스마트그리드 서비스에도 유용할 전망이다.
화재감시, 범죄예방, 독거노인 안전서비스, 공장 및 조선소 자재관리 등 다양한 사물인터넷 서비스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진은 내다봤다.
과제책임자인 최상성 ETRI UGS무선통신연구실 책임연구원은 “전송속도를 다양하게 할 수 있어 화재가 난 곳 주변 상황을 칩을 통해 전송해오는 영상을 보고 실제 불이 났는지, 범죄가 일어났는지 실시간 파악하는 응용도 가능하다”며 “상용화를 위해 칩 전력소모량을 20~30% 낮출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연구결과는 2013년부터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기술개발 사업으로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 지원한 `스마트그리드 무선통신 인프라 및 응용기술 개발` 과제 일환으로 수행됐다.
대전=박희범 과학기술 전문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