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아의 브라보 육아라이프] (10)학부모 만남 초반에 절대 피해야 할 9가지

[정인아의 브라보 육아라이프] (10)학부모 만남 초반에 절대 피해야 할 9가지

지난 번 ‘초등 1학년 엄마 모임 어디까지 쫓아다녀야 하나?’ 칼럼에 이어, 그렇다면 ‘처음 엄마들과의 네트워크를 쌓을 때 어떻게 해야 좋은 관계를 맺어갈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 답하고자 한다.

좋은 관계는 좋은 첫인상으로 시작된다. 사람의 첫인상을 정하는 시간은 단 ‘3초.’ 그리고 각인된 첫인상을 바꾸는 데는 40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엄마들과의 모임이나 네트워크에 전혀 관심이 없는 엄마도 굳이 나쁜 인상을 남기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좋은 관계를 쌓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자신의 악의 없는 말이나 행동이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또한 첫인상으로 남아서 관계 시작 전부터 나쁜 인상을 주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본인도 모르는 사이 남에게 상처도 주고 생각 없는 사람으로 낙인찍힐 수도 있다. 조금만 남을 배려하고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면 학부모 관계도 더욱 신뢰 있고 좋아지게 된다.

여기서는, 성립 초기 즉, 서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엄마들과의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들에 대해 정리해 보겠다. 이것들만 피하면 나의 의도와 상관없는 실수를 줄이고, 학부모들과의 관계에서 기피 대상이 되진 않을 것이다. 특히 이야기의 사례들은 선, 후배, 동료 엄마들과의 인터뷰를 통한 실제 예임을 말해둔다.

성공적인 학부모 관계를 위해, 모임 초반에 피해야 할 9가지

① 일부러 튀어서 나쁜 인상을 남기지 말라

첫인상이 1년을 좌우 한다! 학부모 모임에서 나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첫 번째 기회는 ‘학부모 총회’이다. 학교의 첫 공식적인 행사인 만큼 대부분의 엄마가 참여한다. 학부모 총회는 담임선생님이 주관한다.

학부모 총회 시 드레스 코드는 ‘깔끔하고 단정하게’이다. 예로, 청바지에 재킷, 무릎 보다 긴 스커트에 스카프. 바바리코트. 정장느낌이 나는 가디건 등이 있다.

이때 피해야 할 것은, 너무 크게 눈에 띄는 액세서리다. 반 주먹만 한 크기의 반짝반짝 눈부시게 빛나는 귀걸이. 치렁치렁 화려한 팔찌. 누가 봐도 눈에 띈다. 또 하나, 매우 진한 입체 화장. 결혼식 날도 아닌데 너무 신경 써서 메이크업하고 출석하면 오히려 성격이 셀 것 같은 느낌을 줄 수 있다. 이 날은 모두 처음 보는 날이라서 심하게 눈의 띄지 않으면 나쁜 인상을 주기는 어렵다. 3월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짧은 스커트를 입고 오는 엄마들도 있다. 본인 취향이지만 굳이 이날 나쁜 쪽으로 튈 필요는 없다.

② 인사를 아끼지 말라

1학년 때는 학교 하교 시 엄마나 보호자가 아이를 데리러 가는 경우가 많다. 이때 얼굴을 모르더라도 아이가 친구라고 인사 하면 엄마도 아이 친구나 친구 엄마에게 인사를 하자. 그 엄마에게 관심이 없거나, 때로는 귀찮아서 인사를 생략하는 경우가 있다. 귀찮아도 인사 잊어서는 안 된다. 인사 한두 번 안 해서 의도치 않게 예의 없는 엄마로 인식되기가 쉽다.

③ 만남을 거부하지 말라

처음 서로를 알아가는 시기에는 잦은 모임이 따른다. 지난 칼럼에서도 언급했듯이 누군가 만나자고 하면 피하지 말고 나가야 한다. 유의할 점은, 부르는 모임에만 수동적으로 임하지 말고 내가 손을 내밀기도 해야 한다는 점이다. 자주 나가게 되는 모임이 생기고 그 구성원과 잘 맞는 다면, 세 번에 한번은 용기 내어 모임을 주도해 보자. 성격에 맞지 않는데 일부러 먼저 모임을 주선하는 것이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나와 좋은 관계를 맺고자 상대방이 노력하는데, 나도 좋은 관계를 원한다면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④ 초면에 막장 드라마 찍지 말라

정말 이런 사람들이 있을까? 나도 이야기를 듣고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슨 ‘막장 드라마’에나 나올법한 행동을 하는 학부모들도 있다. 너무 황당해서 믿을 수 없을 정도지만 아래의 예들은 모두 실제 있었던 일이다.

첫 번째 에피소드

A유치원 모임에서 있었던 일이라고 한다. 첫 번째 반 모임. 어떤 엄마가 모임 장소에 들어오자마자 “어머, 선배님~” 하며, 세 명의 엄마들이 선배님, 후배님 하며 큰 소리로 얘기하는데, 공교롭게도 이반 아이들 엄마 중에 같은 학교 출신의 세 명의 의사가 있었다고 한다. 서로 잘 알지도 못하는 상황인데 본인들끼리 자랑하듯이 자기들 얘기만 하며 시작하기도 전에 편을 가르는 느낌이 났고 분위기가 안 좋아졌다. 선후배를 만나 반가운 것은 알겠는데, 반가우면 셋이 따로 만나서 동문회를 하면 될 것이다.

두 번째 에피소드

D 초등학교 1학년 첫 번째 반모임. 20여명 정도가 나온 조금은 어려운 자리. 적막을 깨고 한 엄마가 갑자기 이런 말을 했단다. “우리 애는 DNA가 달라서요.” 엄마들은 처음에 무슨 말인가? 궁금해 하며 듣고 있었다. 그 엄마 왈 “제가 S대 나왔잖아요.” 당황스럽지만 뭔가 말을 해야겠기에 “아 그래요.” 대답한 반대표엄마. S대 출신 엄마가 한 다음 말은 “저희 집 안와 보셨구나. 남편도 S대 교수에요.” 그랬다는 것이다. 처음에 듣고 개그 콘서트 이야기인지 알았다.

내가 겪은 또 한 경우. 얌전하고 예의 밝고 말투도 조용조용한 엄마가 있었다. 인사 한번 한 것 빼고, 처음으로 소규모로 만나 차를 한잔 하게 되었다. 앉자마자 그 엄마가 하는 말 “제가 S대 나온 스타일이라 서요.”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S대를 나왔다는 거야 뭐야? S대 스타일은 뭔 말이지?’ 이해 못하고 있는데, 이어진 말 “저랑, 남편이랑 다 S대 나왔거든요.” 어찌나 황당스럽던지. 내가 이 이야기를 하면 다들 “그런 사람이 있어요?”라며 믿지 않는다. 그런데 진짜 있었던 일이다.

본인들은 돌려서 은근히 자랑을 한 것이지만 듣는 입장에서는 심한 거부감이 생기고 나쁜 선입견을 갖게 된다. 너무 이상해 보이고 다시 만나고 싶지 않다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 자랑은 나중으로 미루고 상대방의 마음을 생각하자.

세 번째 에피소드

이런 사람을 보기 전에는 드라마에만 나오는지 알았다. 처음 만나자 마자, 통성명을 하고 바로 “자기 학교 어디 나왔어?” “남편 뭐해?” 하고 묻는 엄마가 있었다. 모임에 나온 엄마들 모두 당황해서 대답을 해야 할지 말아야할지 ‘멍’하게 있었다.

엄마 개인 신상이 궁금하다면 나중에 친해지고 물어봐도 늦지 않다. 굳이 궁금증을 못 참아 ‘이상한 사람, 기피 대상’으로 낙인찍힐 필요는 없다. 그리고 처음에 물어보기 꺼려지는 질문은 친해져도 하지 않는 것이 맞을 것이다. 상대방이 답하기 거북스러운 질문은 하지 않는 것이 서로에 대한 예의 아닐까.

⑤ 반모임에서 내말만 오래 하지 말라

엄마들끼리의 반모임에서 자기 개인에 대한 얘기만 주구장창 하는 엄마들이 있다. 이런 태도는 좋지 않다. 첫모임에는 ‘들어주는 자세, 열린 마음’으로 임하는 것이 좋다.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어도 존재감이 없으므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어주고 동의하는 내용에 맞장구도 치며 서로를 알아가는 것이 좋다.

⑥ 아이 관련 사항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말라

1학년 초반 소규모 모임이 있었다. 이 때 한 엄마가 모 유치원에 대해 이런 말을 내뱉었다고 한다. “G유치원은 물이 안 좋아서 다른 분점으로 옮겼어요.” G유치원은 그 동네에서 아이들이 꽤 다니는 유치원이었다. 그 얘기는 모임에 가지도 않은 엄마들에게도 들려왔고, G유치원을 나온 아이의 엄마, 그리고 그 유치원을 다니지 않았던 엄마들도 매우 안 좋은 인상을 가지게 됐으며 나쁜 첫인상은 1년이 지속됐다.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것은 자유지만, 듣는 사람의 입장도 고려해서 이야기하고 아이들 관련된 유치원이나 학원 등에 대해 부정적인 말은 피하도록 하자.

⑦ 친해진 후라도 ‘흉’보지 말라

같은 상황에서 어떤 사람은 기분이 나쁠 수 있고 어떤 사람은 웃어넘길 수도 있다. 어떤 엄마에 대해 서운하거나 흉 볼 일이 있어도 함께 아는 다른 엄마에게 얘기 해서는 안 된다. 그 사람이 자리에 없는 상황에서는 절대로 그 사람 ‘뒷담화’를 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기분 상한 일도 있었겠지만, 참는 자에게 좋은 관계가 쌓인다.

⑧ 내 맘대로 상대방 ‘호칭’ 정하지 말라

모임에서 상대방의 얼굴만 보고 나이를 측정하여 내 임의대로 호칭해서는 안 된다. 나는 아이 엄마들 사이에서 나이가 많은 편이다. 그러다보니 대부분의 아이 친구 엄마들보다 나이가 많다. 그런데 처음 나이를 모르고 만나면 내 나이보다 어려 보일 때도 있다. 그런 경우에 초면임에도 불구하고 반말을 하는 엄마가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말투가 원래 그런 엄마였는데 첫인상이 좋지 않았다.

또 나이가 있는 엄마 중에, 동료 엄마들이 대부분 본인보다 어리기 때문에 초면에 말을 놓는 경우가 있다. 나는 친해지고 싶어서 편하게 얘기하는 것이지만 상대방이 나이가 어리더라도 기분 나쁠 수 있다.

내가 나이가 많다 보니 나이 어린 엄마들이 너무 평등하게 ‘00이 엄마’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00이 엄마 보다는 ‘언니’라고 불러주는 게 나는 더 기분이 좋다. 하지만 많은 엄마들이 자기에게 묻지도 않고 자기를 ‘언니’라고 부르는 것에 거부감이 생긴다고 얘기해 주었다. 호칭이 은근히 예민한 부분이라서 듣는 사람이 기분이 나빠도 상대방에게 지적할 수가 없다. 따라서 내 맘대로 호칭을 정해서 부르지 말고, 상대방의 취향을 알아보고 정하자. 그래야 좋은 관계도 성립되고 장기적으로도 편하게 지낼 수 있다.

⑨ 학모라고 특권의식 갖지 말고, 학모 일에 뒤에서 딴소리 하지 말라

학모는 학부모 대표인데 학부모 대표라고 특권의식을 가지고 행동하는 엄마가 있었다. 학모는 내 아이를 위해 또 다른 아이들도 위해 봉사하는 모임이다. 따라서 학모는 학교 정보는 반의 모든 학부모와 동시에 공유하고, 결정할 일도 전체 투표를 통해 공정하게 진행하는 것이 좋다. 반면에, 본인은 학모 활동도 하지 않으면서 뒤에서 ‘감 놔라, 대추 놔라.’ 하는 엄마들도 있다. 건의 사항이나 불만이 있으면 공식적으로 반대표에게 얘기하거나, 반모임에서 얘기하면 된다. 학모는 아이들을 위해 일부러 시간을 내서 우리 반을 위해 일해 주는 모임이다. 고마운 마음으로 협조 하면서 지내는 것이 좋다.

위 내용의 어떤 부분들은 친분이 쌓이고 서로를 알게 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처음에 서로 알아갈 때는 서로를 존중하는 자세로 상대방의 마음을 좀 더 배려해 보자. 앞으로 만나게 될 내 아이 친구의 엄마가 어쩌면 나의 평생 친구가 될 수도 있다. 첫인상 결정의 시간은 3초다. 좋은 첫인상, 좋은 관계는 나의 마음가짐과 노력으로 만들 수 있다.

정인아 칼럼니스트

제일기획에서 국내 및 해외 광고를 기획 하고, 삼성탈레스, 나이키코리아 광고팀장을 지냈다. ‘즐기는 육아’를 위한 실질적인 방법을 연구하고 있으며, 저서로 가 있다. [육아/교육 칼럼 블로그 m.blog.naver.com/inahje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