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차세대 아이폰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공급권을 놓고 디스플레이업계가 격돌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최우선 협력사로 확정되자 제2 공급사 자리를 놓고 경쟁이 뜨겁다.
LG디스플레이가 제2 공급사로 선정될 가능성은 높지만 핵심장비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재팬디스플레이(JDI), 샤프를 인수한 대만 홍하이그룹이 OLED 시장 진입을 노리면서 3파전으로 전개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애플과 정식 계약을 체결하고 올해 공급 물량을 확정했다. 시장에서는 올해 삼성디스플레이가 월 6만장 규모의 플렉시블 OLED 패널 생산 능력을 확보해 애플에 공급할 것으로 추정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와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등에 납품할 물량까지 고려하면 전체 생산 능력은 이보다 더 늘어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미 A3 2단계 투자에 돌입했다. 후발주자가 추격하기 전에 수율과 생산 능력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라인 증설 후 생산량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생산 원가를 낮출 수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제2 공급사의 지위가 유력한 것으로 점쳐지던 LG디스플레이는 최근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애플이 LG디스플레이가 아닌 다른 일본·대만 제조사를 염두에 둔다는 시각도 일각에서 제기됐다.
LG디스플레이가 유력한 제2 공급사 지위를 확정하지 못한 것은 플렉시블 OLED 공정 핵심장비인 증착기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중소형 OLED 증착기는 일본 캐논도키가 시장을 장악하다시피 했지만 삼성디스플레이와 중국 BOE가 대규모 선 발주를 해 LG디스플레이가 물량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시장에서 중소형 OLED 투자는 삼성디스플레이와 BOE가 중심”이라면서 “양사가 발주한 물량과 캐논도키의 연간 장비 생산 규모를 고려하면 앞으로 3년 동안 추가 주문을 받지 못할 상황”이라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LG디스플레이가 올해 애플용으로 월 7000장 규모의 생산 능력을 갖출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핵심장비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것이 변수다.
일본 JDI는 제3 공급사로 선정될 것으로 점쳐졌지만 대만 폭스콘이 일본 샤프를 인수하면서 잠재 경쟁자로 떠올랐다. JDI는 약 30억엔(약 313억원)을 투자해 이시카와 공장 OLED 시제품 라인을 확충하고 오는 2018년부터 소형 OLED 패널을 양산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샤프는 소형 OLED 양산 경험은 없지만 오랫동안 연구개발(R&D)을 해 오고 있다.
업계는 플렉시블 OLED를 적용한 초기 아이폰에서 삼성디스플레이가 최소 50%에서 70~80% 수준의 물량을 공급할 것으로 예상했다. 후발주자들이 얼마나 빠르게 수율과 생산 능력을 높이느냐가 추후 경쟁 구도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 관계자는 “소형 OLED 시장은 LCD와 달리 2위, 3위가 살아남기 힘든 1위 독식 구조가 될 가능성도 있다”면서 “선발주자가 펼치는 초격차 전략을 후발주자가 얼마나 빠르게 따라잡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