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 더 얇게 `두께 전쟁`…원가 낮추기 경쟁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을 더 얇게 만드는 `두께 전쟁`이 시작됐다. LCD 가격 하락이 지속되면서 생산원가 절감이 당면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두께를 줄이면 원재료비를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무게가 줄어 물류비도 절감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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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LCD 기판유리 두께를 0.6t(㎜)에서 0.4t로 줄인 새로운 공정을 적용했다. 박형 0.4t 기판유리는 스마트폰, 태블릿, 노트북 등 중소형 IT기기 위주로 적용됐으나 소재, 물류비 등을 절감하기 위해 대형 LCD 패널에도 적용하기 시작했다.

TFT, 액정, 컬러필터를 감싸는 유리기판은 위 아래로 각각 1장씩 총 2장을 사용한다. 총 두께를 0.4t로 구현하려면 상·하판 유리를 각각 0.2t로 맞춰야 한다.

패널 제조사는 더 얇은 유리를 적용하면 유리기판 자체 단가가 낮아지는 효과는 물론이고 물류비, 기판유리 제작에 드는 소재 등 비용절감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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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수율이다. 중소형 패널 위주로 적용하다 8세대 이상 대형 패널에 새롭게 적용하다보니 수율이 낮아지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패널 일부분에 불량이 생기면 레이저로 수리해 사용할 수 있지만 유리기판이 얇으면 공정 처리 중 깨져버린다”며 “유리가 깨지면 해당 패널을 전부 버려야 하므로 수율에 상당한 악영향을 끼친다”고 설명했다.

패널 업계는 삼성디스플레이 행보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LG디스플레이도 0.4t 도입을 앞두고 수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찾는 중이다.

다른 관계자는 “새로운 공정을 적용하면 일시적으로 수율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당장은 수율이 낮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극복해 0.4t 유리기판이 대형 LCD 시장에 자리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BOE와 대만 AUO도 0.4t 유리기판 도입을 추진한다. BOE는 지난해 12월 코닝과 함께 중국 허페이에 10.5세대 유리기판 생산 설비를 설립키로 합의하면서 0.4t 두께 8.5세대용 `이글 XG 슬림`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두께 0.4㎜의 8.5세대용 `코닝 이글XG 슬림` 유리 기판. (사진=코닝)
두께 0.4㎜의 8.5세대용 `코닝 이글XG 슬림` 유리 기판. (사진=코닝)

AUO는 오는 2018년부터 0.4t 기판유리를 도입할 방침이다. 아직 구체적 움직임은 없지만 대형 패널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중국에 대항하기 위해 원가 절감으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 일환이다.

4~5세대 규모 패널 생산라인 운영을 재검토해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것도 비용절감 방안 중 하나다. LG디스플레이는 구미에 위치한 3.5세대 P2라인과 4세대 P3라인 운영 전략을 다시 마련하는 중이다. 조명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생산 라인 전환, 노후장비 매각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초 5세대 LCD를 생산하는 L5라인 장비 일체를 중국에 매각했다. 업계에서는 같은 5세대인 L6라인 매각 가능성도 높다고 예측했다. L6는 옥사이드 공정으로 전환 중이다.

양사가 3~5세대 LCD 라인 운영을 재검토하는 것은 생산 효율성 때문이다. 7세대 이상 대형 라인 위주로 운영해야 최소 비용으로 대형 패널을 제작하기 쉽다.

시장조사업체 IHS는 오는 2018년까지 LCD 공급 과잉이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때문에 LCD 패널 제조사의 공정 전환, 노후라인 재조정·매각, 기업간 인수합병 등 생산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려는 시도가 활발할 것으로 전망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