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개정된 업무용 차량 경비처리 관련 세법이 적용되면서 최고급 수입차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대부분 브랜드는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20~50%가량 줄었다. 일부 `슈퍼카` 는 올해 단 한 대도 팔리지 않았다.
28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 들어 2월까지 국내 시장에 등록된 법인 수입차는 1만1721대로 전년 동기 대비 25.2%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개인 수입차 등록대수는 2만184대로 전년 동기 대비 3.9% 줄어드는데 그쳤다. 법인 수입차 감소폭이 개인 수입차보다 7배가량 큰 것으로 나타났다.
법인 수입차 등록이 크게 줄어든 것은 올해 초부터 시행된 `업무용 차량 경비 처리 관련 세법` 때문이다. 개정 세법에 따르면 올해부터 업무용 승용차 경비를 해마다 1000만원까지만 비과세 비용으로 인정해 주고, 감가상각비는 연간 800만원까지만 경비 처리가 가능하다. 유류비, 통행료, 보험료, 자동차세 등 다른 비용은 200만원까지만 경비 처리할 수 있다. 다만 운행기록을 작성하는 부분은 1000만원을 초과해도 비용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다.
법안이 강화되자 법인차 비중이 80~90%를 차지하는 최고급 수입차 판매는 대폭 감소했다. 영국 명차 벤틀리는 올 들어 2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50% 감소한 40대 밖에 등록되지 않았다. 2015년 19.6%, 2014년 96.3%, 2013년 21.5% 등 최근 몇 년간 성장세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 모습이다. 롤스로이스 역시 지난해 63대 등록하며 전년 대비 40% 성장했지만, 올해에는 20% 감소한 8대 등록에 그쳤다.
대표적인 `무늬만 업무용 차량`인 스포츠카는 판매 감소폭이 더욱 크다. 독일 스포츠카 `포르쉐`는 올 들어 2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18.6% 감소한 474대 등록됐다. 슈퍼카 브랜드 람보르기니는 올해 단 한 대도 팔리지 않았다. 판매량을 공개하지 않는 페라리, 마세라티 등 이탈리아 슈퍼카 브랜드 역시 판매 부진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슈퍼카 업체 관계자는 “의사, 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나 개인사업자가 주요 고객군이었는데, 법인 차량으로 등록해서 매달 지불하는 리스 비용을 경비로 처리해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며 “하지만 올해부터 업무용 차량 과세 기준이 강화되면서 구입을 주저하는 사람이 많아졌고 수억원에 달하는 차량을 순수하게 구입할 수 있는 개인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업무용 차량 경비 처리 규제가 강화되는 다음 달부터는 법인차 판매량이 더욱 감소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4월부터 법인차량은 임직원 전용 자동차보험에 가입된 경우에만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해당 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법인(개인사업자 제외)은 업무용 차 관련 비용을 한 푼도 경비 처리할 수 없게 된다. 임직원 전용보험에 가입했다가 중도해지 하는 경우도 당해 사업연도에 자동차 관련 비용 전액을 인정받지 못한다. 운행기록도 4월 1일부터 작성한 내용을 기준으로 1월부터 3월까지 적용한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수입차 시장에서 법인 구매 비중은 40% 이상을 차지했지만 지난해 관련 세법이 개정되면서 처음으로 40% 밑으로 떨어졌고 올해는 30% 초반까지 떨어질 것”이라며 “다만 법인차 판매 감소가 올해 판매절벽을 맞고 있는 수입차 시장 전체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류종은 자동차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