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노믹스] 박병욱 "손해액 산정 시 전체시장가치 적용을"

미국 연방대법원은 지난 21일 삼성이 제기한 상고허가 신청(petition for a writ of certiorari)을 받아들였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 상고 허가에 따라 올해 10월 초부터 내년 7월 초까지인 2016~2017년 회기에 상고심 변론이 열릴 전망이다. 이에 따라 미 연방대법원은 1890년 `카펫 디자인 특허 사건` 이후 120여년 만에 디자인 특허 사건을 다루게 됐다.

박병욱 테스 지적재산팀장
박병욱 테스 지적재산팀장

삼성이 이번에 제기한 상고심 심리 범위는 디자인 특허 보호 범위 획정 방법과, 손해액 산정을 부품이 침해자 이익에 기여한 정도로 한정할 것인지 여부가 될 전망이다.

이 중 두 번째 쟁점을 살펴본다. 현대는 기술과 산업 발전에 따라 융합·복합적인 제품이 대부분의 산업과 시장을 지배한다. 스마트폰의 경우 특허권자가 일부 부품에 대한 침해에 따른 손해액을 산정할 때 미 법원은 최소 판매단위(SSPPU)를 기준으로 손해액을 산정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한다. 지난 2012년 미 연방항소법원은 SSPPU에 의한 손해액 산정이 일반적이고, 전체 시장가치 법리(EMVR)에 의한 손해액 산정은 예외적이라고 판시했다.

SSPPU는 관련 시장에서 해당 부품이 판매 중이거나 판매될 수 있는지, 특허권리범위의 구성요소가 해당 SSPPU에 적용되는지 등을 고려한다. 반면 EMVR는 특허가 적용된 부품에 한정하지 않고 완제품 가치를 기준으로 손해액을 산정한다. EMVR는 특허권이 부여된 부품이 전체 제품의 “소비자 수요의 기초”가 되는지 여부에 따른다는 것이 미국 법원의 대체적인 입장이다.

그러나 디자인 특허는 전체 제품 외관에 관한 것이면 SSPPU 적용이 어려운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EMVR를 적용해야 하지만 이 경우에는 구체적인 타당성을 갖기 어렵고 디자인 특허에 대한 정의 규정 및 입법 취지에도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또 미 특허법 제289조는 디자인 특허의 존속기간 중에 라이선스를 받지 않고, (1)특허된 디자인을 판매용 제품 생산에 적용하거나 (2)이러한 디자인을 적용해 생산한 제품을 판매하거나 판매용 전시를 한 자는 누구라도 권리자의 전체 이익까지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했다.

따라서 삼성의 주장은 “전체 이익”의 대상이 스마트폰의 전면 디자인, 베젤, 아이콘 배치 등으로 얻은 이익이고, 스마트폰 전체에 대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는 디자인이 곧 주요 기능인 카펫에 적용한 논리를 스마트폰 같은 복합적인 제품에는 동일하게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스마트폰은 수많은 부품으로 구성돼있고 디자인 외에도 중요한 특성이 있기 때문에 동일한 법률을 적용하면 디자인 특허를 과도하게 보호할 수 있다는 논리다.

반면 우리나라 법원은 손해액을 산정할 때 제품의 일부 부품에 관한 특허인 경우 해당 부품이 전체 제품에 기여한 부분을 산정해 할당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지난 2006년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는 디자인권 침해가 문제가 된 방음벽 지주 가림판 사건에서 디자인권이 차지하는 기여율을 100%로 판단해 EMVR를 적용한 것과 동일한 결과를 낳았다.

그러나 이 판결은 예외적이고 대부분의 법원 판결에서는 특허권이 적용된 부품이나 부분이 시장에서 소비자 수요의 기초가 되는지 여부 등을 판단하지 않는다. 최근 우리나라도 실질적으로 특허권자를 보호하기 위해 손해액 현실화를 고민 중이지만 관련 논의가 3배 배상제도나 강제 증거제출에만 쏠리는 경향이 있다. 손해액 현실화를 위해서 일부 부품에 대한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EMVR 법리 적용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삼성의 상고심 허가를 계기로 적극적인 논의와 검토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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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욱 테스 지적재산팀장 bwpark@hit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