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은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 3조2789억원으로 국내 증권사 가운데 톱6에 드는 회사다.
현대증권 전신은 1962년 6월 설립된 국일증권으로, 1986년 6월 현재 회사명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당시인 1999년 3월 `바이코리아` 펀드를 출시, 유명해졌다. 2000년 2월에는 서울 명동에 사이버영업소를 개설하기도 했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4조2672억원이다. 영업이익은 2976억원, 당기순이익은 2795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매각 이슈로 영업 환경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전년에 비해 큰폭의 실적 개선을 이뤄 내며 시장 강자로서의 이미지를 다졌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매각 이슈로 인해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중장기 사업 준비에 제약이 따른 반면에 지기자본 대비 수익률(ROE)은 대형사 가운데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순이익이 전년 대비 10배 이상 성장했다. 이는 투자은행(IB) 부문이 실적을 견인하고 리테일 부문 흑자의 영향이 컸다.
현대증권의 강점 가운데 하나인 해외 부동산 투자에서는 차별화한 경쟁력을 보여 준 한 해이기도 했다. 지난해 8월 일본 최대 쇼핑업체인 이온쇼핑몰의 매각으로 투자 2년 만에 215억원가량 수익을 냈다. 도쿄에 있는 오피스빌딩 요쓰야빌딩 매각도 현재 추진하고 있다.
현대그룹 자구계획 일환으로 지난해 매물로 나와 매각 수순을 밟은 현대증권은 10월 인수를 추진하던 일본계 오릭스 프라이빗에쿼티 코리아로부터의 지분 계약 해제 통보를 받으면서 매각 작업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애초 현대그룹은 지난해 6월 일본계 금융자본 오릭스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 버펄로파이낸스유한회사에 발행 주식의 22.56%를 6475억원에 매각하는 내용의 지분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오릭스 본사는 현대증권 인수에 대한 한국 내 여론이 부정적이라는 점 등을 우려, 계약 해제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계 자금의 국내 증권사 인수에 대한 반감을 무시할 수 없는 데다 정치권에서 제기된 `파킹거래` 의혹 등이 부담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파킹거래는 매각자가 사모펀드 등에 경영권을 넘긴 뒤 일정 기간 후에 되사는 거래를 말한다.
이후 4개월이 흐른 올해 2월 다시 공고를 내고 매각 절차에 들어가 오늘에 이르렀다.
현대그룹은 2월 2일 유동성 위기를 겪는 현대상선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현대증권 재매각을 비롯한 고강도 추가 자구안을 확정하고 하루 뒤인 3일 현대그룹과 매각 자문사인 EY한영 회계법인이 현대증권 매각 공고를 냈다.
현대증권은 매각 전 올해 사업계획을 발표하면서 수익성이 낮고 경쟁이 심한 사업 부문은 과감히 축소하고 잘할 수 있는 부분에 자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기업신용공여와 인수금융 등 IB 부문과 해외부동산 투자 및 글로벌 트레이딩 등 자본활용 사업 투자에 주력하고, 지난해 시장의 관심을 받은 부동산 금융 투자에도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인터넷은행 진출을 계기로 자산관리 부문에도 고객 저변을 넓혀 나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성민 코스피 전문기자 s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