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CPU 코어 사업 첫 성과물 나온다

한국형 CPU 코어 사업 첫 성과물 나온다

정부 주도로 시작한 `한국형 중앙처리장치(CPU) 코어 상용화 사업`의 첫 결과물이 나온다. `그게 되겠느냐`는 비아냥거림 속에서 시작한 사업이어서 정부는 결과물 공개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다만 이 사업에 코어 제공 업체로 참여한 민간 기업이 최근 경영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개발 결과물이 상용화까지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3일 정부와 산업계에 따르면 한국형 CPU 코어 상용화 사업에 참여한 팹리스 업체 8곳 가운데 엠씨에스로직, 디에이아이오가 제품 설계를 마치고 파운드리 업체에 엔지니어링샘플(ES) 생산을 맡겼다. 첫 샘플은 4~5월 중에 나온다.

엔지니어링샘플이 나오면 테스트 후 갖가지 문제점을 해결, 고객사에 제공하기 위한 커스터머샘플(CS)을 새로 내놓는다. 이후 공급 계약을 성사시키면 `상용화에 성공했다`고 평가받는다. 이는 반도체 개발, 영업, 공급의 일반 과정이기도 하다.

엠씨에스로직과 디에이아이오는 에이디칩스의 이스크(EISC) 기반 em코어를 제공받아 지난해 6월부터 각각 고음질 무선 스피커용 원칩 시스템반도체, 저전력 외장형 SD카드 컨트롤러 시스템온칩(SoC)을 개발했다.

정부는 지난해 국산 코어를 활용, 제품화할 팹리스 업체 8곳을 선정하고 업체당 4억8000만원의 과제 지원금을 줬다. 코어 제공 업체, 기관에는 해당 코어를 사용하는 업체당 1억원의 지원금을 지급했다. 2년 동안 진행되는 이 사업의 총 예산은 운용비용을 포함해 55억원 수준이다.

엠씨에스로직과 디에이아이오 외 △빌리브마이크론(디지털 무전기용 무선통신&신호처리 SoC 개발) △언맨드솔루션(소형 이동로봇 제어 SoC) △씨앤유글로벌(저전력 먼지센서 SoC 모듈) △한컴지엠디(저전력 모바일 헬스케어 SoC) △에스앤에이(보안 강화형 스마트미터 SoC) △엠텍비젼(음성인식 SoC)이 이 과제에 참여했다.

코어 제공 업체, 기관은 △특허청·KAIST·다이나릿시스템(코어A) △한국전자부품연구원(멘사) △한국전자통신연구원(알덴바란) △에이디칩스(이스크)다.

에이디칩스 코어로 정부 과제를 진행하는 업체로는 엠씨에스로직, 디에이아이오, 씨앤유글로벌, 한컴지엠디가 있다. 빌리브마이크론은 특허청 등이 개발한 코어A, 언맨드솔루션은 한국전자부품연구원 알덴바란, 엠텍비젼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멘사를 각각 채택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주목표는 팹리스 업체가 한국 CPU 코어를 활용, 반도체 칩 상용화의 성공사례를 만드는 것”이라면서 “성공사례가 많이 나올수록 외산 CPU 코어 활용 비중이 줄어들 것이고, 이를 통해 수입 대체 효과를 내겠다는 게 최종 목표”라고 설명했다.

지금은 대부분 팹리스 업체가 영국 ARM이나 이매지네이션에서 각각 ARM이나 밉스 CPU 코어를 사들여 칩을 만든다. 영국으로 빠져나가는 코어 라이선스 비용과 칩당 로열티를 최소화하겠다는 것이 정부 생각이다.

다만 민간 코어 제공 업체로 참여한 에이디칩스가 최근 경영난을 겪고 있어 당초 목표처럼 `상용화를 통한 성공사례 발굴`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참여 팹리스업체 절반이 이 회사 코어를 받아와 정부 과제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이디칩스는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적자를 기록, 최근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올해까지 적자를 내면 상장 폐지된다. 이미 이 회사 최대주주는 지난해 말 창업주이던 권기홍 대표이사에서 투자회사로 변경됐다. 회사를 팔고 나갔다는 의미다.

이 사업에 참여한 한 팹리스업체 대표이사는 “코어 제공업체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면 상용화도 힘들다”면서 “어떤 완성품 업체가 기술 지원이 불가한 칩을 공급받겠느냐”고 우려했다.

김미선 에이디칩스 대표는 “적자 사업부를 폐지, CPU 사업부를 적극 지원할 방침으로 2분기부턴 안정된 이익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려를 일축했다.

한국형 CPU 코어 사업 첫 성과물 나온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