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OIS2016 현장을 가다]에너지·온실가스 감축 기술, 혁신은 계속된다

장 파스칼 트리쿠아 슈나이더일렉트릭 회장이 에너지 수요 전망과 회사 경영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장 파스칼 트리쿠아 슈나이더일렉트릭 회장이 에너지 수요 전망과 회사 경영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에너지를 만드는 일보다 어떻게 효율적으로 쓰고, 관리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지구가 직면한 문제다. 2050년까지 세계 에너지수요는 지금의 두 배로 늘어나지만, 온실가스는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 건물, 산업, 도시 등 에너지를 쓰는 모든 분야의 불필요한 낭비 요인을 없애고 최적 소비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지난 1일(현지시각) 슈나이더일렉트릭이 파리 베르사유전시장에서 연 `라이프 이즈 온 이노베이션 서밋(LIOIS 2016)`에서 에너지·온실가스 감축 기술 미래를 엿봤다.

슈나이더일렉트릭 관계자가 데이터센터 운영 솔루션 DCIM를 가상 구동해 에너지 관리 체계를 설명하고 있다.
슈나이더일렉트릭 관계자가 데이터센터 운영 솔루션 DCIM를 가상 구동해 에너지 관리 체계를 설명하고 있다.

◇생활·문화를 바꿀 혁신적 기기 쏟아져

장 파스칼 트리쿠아 슈나이더일렉트릭 회장은 “세계 건물 80% 이상이 아직 에너지 효율이 개선되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다”며 “에너지 관리 만으로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여지가 많고, 디지털화된 혁신적인 제품이 이를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

슈나이더는 장 파스칼 회장이 언급한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최신 에너지 관리 솔루션과 미래 사업 전략을 공개했다. 업계 최초로 출시해 단연 관심을 끈 초소형 무선 스마트미터 `파워태그`도 여기 포함됐다.

파워태그는 건물 내 에너지사용량, 전압, 전류 등 데이터를 빌딩 시설 관리자에게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일종의 센서다. 파워태그가 전달한 데이터를 건물관리시스템(BMS)으로 분석해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지금까지 건물 내 모든 설비에 일일이 센서를 연결해야 했지만 파워태그는 이미 설치한 전력차단기에만 설치하면 된다. 큰 공사가 필요 없고 다른 제조사 차단기와 결합할 수 있는 범용성이 장점이다.

슈나이더일렉트릭이 업계 최초로 선보인 초소형 스마트미터 파워태그.
슈나이더일렉트릭이 업계 최초로 선보인 초소형 스마트미터 파워태그.

`돼지코` 플러그만한 작은 기기지만 건물 전기 사용량 20%가량을 줄일 수 있다. 필립 들롬 슈나이더 부사장은 “파워태그는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지향점이 요약된 제품”이라며 “단순 제품 생산에 그치지 않고 사용자와 소통할 수 있는 ICT기반 기기를 만들어 어떤 분야든 에너지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회사 목표”라고 설명했다.

`데이터센터용 스트럭처웨어(DCIM)`에도 이런 전략은 잘 묻어난다. 데이터센터는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릴 정도로 에너지 소비량이 많다. 지난해 서울시 건물 에너지 사용량을 측정한 결과 데이터센터 면적당 에너지사용량(0.2448TOE)이 가장 많았다. 하지만 대다수 설비 효율이 높지 않아 운영에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DCIM는 데이터센터 설비 교체 없이 최적 운전 조건을 찾아내는 솔루션이다. IoT, SW 기술로 전력 사용 현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 운전 조건을 제시해 소비 전력을 크게 낮춘다.

슈나이더일렉트릭이 내놓은 전기차 충전시스템.
슈나이더일렉트릭이 내놓은 전기차 충전시스템.

슈나이더는 무정전전원장치(UPS), 냉각시스템 등 데이터센터 하드웨어만 공급하다가 DCIM를 개발, 상용화했다. 데이터센터 하드웨어(제품)과 소프트웨어(운영시스템)을 동시에 공급하는 토털 솔루션 기업이다. 가트너로부터 2년 연속 DCIM부문 최우수 기업상을 수상하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으면서 고효율 데이터센터를 원하는 기업 수요도 늘었다.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데이터센터로 불리는 노르웨이 그린마운틴 데이터 센터가 대표적이다.

노르웨이 서부에 위치한 섬 지하 100미터에 지어진 데이터센터에 서버를 제외한 모든 제품과 DCIM을 공급했다. 크너트 모라그 그린마운틴 CEO는 “과거 사람이 파악한 산소농도, 습도, 온도 등 2만여개 데이터를 센서가 수집하고 DCIM이 이를 분석한다”면서 “수많은 정보를 얻었고 이로 인해 기존 데이터센터 대비 20% 이상 운영 비용을 줄이고 있어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제품`에서 `솔루션`으로

슈나이더는 지난 1997년 제품과 산업 인터넷인 이더넷을 연결했다. `투명한 공장(Transparent ready)`으로 이름붙인 이 프로젝트는 기존 표준을 버리는, 당시로서는 무모한 도전이었다. 하지만 이더넷이 사실상 사물인터넷 통신 표준으로 자리잡으면서 경쟁사 대비 5년 이상 앞선 경쟁력을 확보했다. 이더넷 범용성과 산업 분야 에너지 관리와 관련해 IoT 산업 성장 가능성에 주목한 전략의 승리다.

슈나이더는 에너지 관리를 위해 단순히 제품 효율만 높일 것이 아니라 사용 과정에서 낭비 요인을 제거해야 된다고 판단했다. 1990년대 후반 IoT, SW 역량를 집중 배양하기 시작한 배경이다.

데이터센터 관리 1위 기업인 APC를 비롯해 감시제어데이터 수집시스템(SCADA) 전문 기업 텔벤트, 에너지 관리·모니터링 프로그램 개발 업체 서밋 에너지, 공장자동화 소프트웨어 기업 사이텍 등 크고 작은 인수합병(M&A)도 지난 20여년간 이어졌다. 지난 2014년 공장자동화 소프트웨어 1위 기업 인벤시스를 인수하는 데는 6조원이 넘는 뭉칫돈을 풀었다. 중전기기 기업이 SW, ICT 분야에 너무 많은 투자를 쏟아 붓는 것 아니냐는 회의적 시선도 따랐지만 도전은 혁신으로 이어졌다.

회사 매출은 지난 1995년 65억유로에서 지난해 266억유로로 크게 늘었다. 이익(EBITA)은 5억5000만유로에서 36억4000만유로로 증가했다. 중전기기 시장 경쟁 심화로 레드오션이 됐지만 제품과 IoT, SW를 결합한 솔루션화 전략의 성공으로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클레멘스 블럼 슈나이더 일렉트릭 인더스트리부문 부회장은 앞으로 데이터 분석 능력이 기업간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내다봤다.
클레멘스 블럼 슈나이더 일렉트릭 인더스트리부문 부회장은 앞으로 데이터 분석 능력이 기업간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내다봤다.

클레멘스 블럼 슈나이더 인더스트리부문 부회장은 “산업인터넷 표준이 사실상 이더넷으로 굳어지면서 폐쇄적 네트워크를 고집하는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게 됐다”며 “대다수 기업이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하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같은 데이터에서 유의미한 분석을 이끌어내 효율성을 높이는 분석 능력이 앞으로 기업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이슈인 보안 문제도 표준이 단일화되면서 오히려 대응이 쉬워질 것”이라며 “앞으로 이러한 트렌드에 부합한 투자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프랑스)=

최호 전기전력 전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