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을 개발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소요됩니다. 대신 성공작이 나오면 `대박`입니다.”
최상성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UGS무선통신연구실 책임연구원 얘기다. 최 책임은 최근 TV 유휴대역(TV White Space)을 이용한 사물인터넷(IoT)용 무선통신 칩을 개발해 관심을 끌었다.
이 칩은 TV 주파수 중 지역에 따라 방송으로 사용하지 않는 470~698MHz 대역을 이용해 무선통신하는 기술이다.
TV 유휴대역은 그냥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우리나라에선 연구반을 만들어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엄밀하게 법적으로는 미비상태다. 하지만 잘 해결될 것으로 관련업계에선 낙관하고 있다.
미국은 법을 정비해 언제든 사업화가 가능하도록 했다. 유럽도 사업 가능하다. 일본은 일부 풀어놨다.
최 책임은 “진주 촉석루 공원과 충청도 단양 비상방송 등 공익용으로 고출력 시범사업을 진행했었다”며 “당시는 칩이 나온 상태가 아니어서 실질적인 서비스를 많이 보여줄 수 없었지만 지금은 다르다”고 언급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칩 개발 관련 표준화까지 추진, 아쉽지만 일단 정리한 상태다. 산업부는 한국전력에서 무선원격검침(AMI)관련 과제를 만들어 ETRI가 3년 전 시작했다. 오는 5월이면 종료된다. ETRI가 칩을 만들면 한전에 공급하게 된다. 한전은 제주실증단지에서 AMI를 설치해 검증하는 게 목표다. 실증은 이달부터 시작한다.
최 책임은 “시스템 칩은 메모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며 “통신기술을 축적할 때 원천기술 응용이 기본적으로 다 있어야 하기 때문에 기술 축적이 무엇보다 중요한 분야”라고 말했다.
R&D 팀을 통신기술과 떼어서 생각할 수 없는 분야가 바로 통신 칩이라는 것이다. 과제가 없어지면 결국 기술개발이 단절돼 그간 개발해 놓은 것이 물거품이 된다. ETRI 연구원 28명이 무선통신 칩을 가지고 창업한 뉴라콤 사례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연구원에서는 상용화 자체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창업했다는 것이다.
“IoT용 무선통신칩 기술은 에이투유정보통신에 이전, 올해 내 시판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전기나 수도, 가스 등 스마트 유틸리티 네트워크에 유용합니다.”
사실 이 연구성과는 최 책임에게는 ETRI 재직 상태에서 내놓는 마지막 결실이다. 올해 퇴직하기 때문이다.
요즘 최 책임은 이 무선통신칩을 기업 지원을 통해 어떻게 상용화할 것인지에 몰입해 있다.
최 책임은 “ETRI가 칩이나 시스템 칩 성공작에 대한 경험이 그리 많이 않다. 상용화까지 간 사례는 더 드물다”며 “그렇기에 스마트 유틸리티 네트워크(SUN) 칩셋과 이번에 개발한 칩이 상용화되는 성공사례를 꼭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최 책임은 한양대를 졸업한 뒤 해운회사서 10년간 근무하며 선박 통신장을 지냈다. 이후 미국 와이오밍 주립대서 전기공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ETRI선 15년 근무했다.
대전=박희범 과학기술 전문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