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메일을 써서 보낸 사람의 감정 상태를 컴퓨터가 확인할 수 있을까요. 가능합니다. 이걸 한 번 보시죠. 어떻습니까. 상대방이 화난 것 같나요.”
롭 하이 IBM 왓슨 최고기술책임자(CTO)는 6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엔비디아 GPU테크놀로지콘퍼런스(GTC) 2016 기조연설자로 나와 자사 인공지능 시스템을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IBM 왓슨은 인지 컴퓨팅 기술에 기반을 두고 있다. 2011년 미국 유명 퀴즈 프로그램 제파디에 나가 1위를 차지해 화제를 모았다. 영상 분류와 분석, 음성인식, 자연어 처리 기술로 의료, 법률,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데이터를 분석, 핵심 통찰력을 도출한다. 사람이 하는 일을 돕는 것이 왓슨의 존재 이유다. IBM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플랫폼 `블루믹스`를 통해 왓슨의 능력을 외부 개발자가 활용할 수 있다.
하이 CTO는 “2011년 퀴즈 프로그램에서 1등을 한 이후 IBM은 왓슨을 조금 더 사람처럼 만들기 위해 집중했다”며 “핵심은 사람의 감정까지 읽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왓슨을 활용한 감정분석(Emotion Analysis) 서비스는 텍스트에서 분노(anger), 혐오(disgust), 공포(fear), 기쁨(joy), 슬픔(sadness)을 점수로 환산해 결과 값을 구체적으로 전달한다. 비슷한 감정 측정 서비스로는 성격 통계(Personality Insights)가 있다. 텍스트로 특정인의 성격을 확인 가능하다. 이런 기술이 완벽해지면 로봇에 적용했을 때 진가를 발휘한다. 상대 감정에 따라 몸짓 등을 가미하면 보다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해진다고 하이 CTO는 밝혔다. 이미 소프트뱅크 자회사 프랑스 알데바란로보틱스와 이러한 작업을 하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하이 CTO는 왓슨이 인간을 돕는 인공지능으로 진화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정보 과부하` 현상을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을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에 따르면 매일 전 세계에서 생성되는 데이터양은 2.5엑사바이트(EB)다. 해리포터 책 6500억권에 달하는 분량이다. 2020년에는 일 생성 데이터가 지금보다 무려 2만배 증가한 44제타바이트(ZB)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사람이 감당할 수준이 아니다.
그는 “일반적으로 의사들이 최신 연구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매달 쓰는 시간은 5시간 정도인데, 실제 160시간 이상을 써야 따라갈 수 있다”며 “정보 과부하 현상은 의료 등 일부 분야에선 이미 풀어야 할 문제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하이 CTO는 “왓슨의 인지 컴퓨팅 능력이 이러한 문제를 풀 수 있다”며 “문제는 적은 전력으로 더 많은 연산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병렬 연산에 최적화된 GPU를 활용하면서 자연어 처리 등 학습 능력을 8.5배나 향상시켰다”며 “사람의 감정까지 완벽하게 읽어내는 인지 컴퓨팅 기술을 완벽하게 구현하려면 GPU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IBM은 지난해 왓슨 컴퓨팅 플랫폼에 엔비디아 테슬라 K80 GPU 가속기를 채용한 바 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