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움직이는 것은 지면과 맞닿아 있는 바퀴다. 엔진이 회전하면서 발생한 동력이 토크컨버터와 변속기, 드라이브샤프트 등의 여러 동력전달장치를 거치며 차량 바퀴에 전달되면 바퀴가 움직이게 되고 비로소 자동차가 움직인다.
자동차 연구원들은 `동력장치를 별도 공간이 아닌 바퀴 안에 바로 장착하면 그 만큼 장점이 많아지지 않을까?`와 같은 의문을 갖게 됐다. 여기에서 시작한 연구가 기존 자동차에 대한 관념을 뒤엎은 신개념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다. 바로 자동차 바퀴 안에 구동 및 제동 장치 등을 일체화해 구성한 `인-휠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앞서 설명한대로 바퀴를 돌릴 수 있는 동력원인 모터와 제동을 위한 장치 등을 일체화해 바퀴 안에 장착한 것이다. 단순한 개념인 것 같지만 획기적인 장점을 동반한다. 우선 여러 단계에 걸친 동력장치를 거치지 않고 모터가 바로 바퀴를 직접 구동시키기 때문에 중간 과정에서 새어나가는 동력 손실이 없다. 이와 함께 관련 부품이 최소화되면서 무게도 줄어들어 연비 개선의 이중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효과는 바로 다른 안전시스템과 결합했을 때다. 대표적으로 차량자세제어장치(ESC)와 결합되었을 때 ESC만 장착된 차량에 비해 자동차 선회 시 차량 조정 가능 영역이 더욱 확대된다. 쉽게 말하면 운전자가 급격한 커브 길에서 회전할 때 운전자가 의도하는 대로 차량을 조정할 수 있는 회전각이나 거리가 크게 향상된다는 것이다.
주차보조시스템(SPAS)은 현재 핸들 조작만 자동화돼 있고 전·후진 변속 및 엔진 제어는 운전자가 조작해야 한다. 반면에 인-휠 시스템과 결합하게 되면 전·후진 변속까지 자동화되는 것은 물론 조향효과가 추가되어 선회반경의 축소도 가능하게 된다. 이처럼 인-휠 시스템은 ESC, SPAS 외에도 차선유지시스템(LKAS) 등 다른 여러 시스템과 결합했을 때, 단순히 해당 기술만 적용했을 때보다 성능을 크게 개선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인-휠 시스템은 최근 자동차산업 화두가 되고 있는 전기차,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차에서 그 장점이 더욱 빛을 발한다. 친환경차는 인-휠 시스템을 적용하면 별도의 엔진룸 자체가 필요 없기 때문에 차량 무게를 줄일 수 있다. 또 차량 장착구조가 단순하기 때문에 4륜 구동화가 용이해져 빗길과 눈길에서의 주행 성능을 개선시킬 수 있다.
세계적으로 많은 자동차 및 부품업체들이 경쟁력 있는 시스템 개발을 위해 연구개발을 진행 중에 있다. 국내에서는 현대모비스가 완성차 업체가 주관하는 인휠-시스템 선행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해 왔다. 그간 축적된 기술을 바탕으로 소형전기차량 후륜에 적용 가능한 `인휠-모듈` 프로토타입 독자개발을 완료하고 신뢰성을 검증하고 있다. 현재 레이EV 뒷바퀴에 16㎾급 구동모터를 가진 인휠 시스템을 탑재해 여러 가지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양산 가능한 수준의 신뢰성을 확보해 인휠 모듈 핵심 기술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류종은 자동차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