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반도체 장비 실적 美 웃고… 日·유럽 울고

램리서치 식각 장비
램리서치 식각 장비

`미국 웃고, 유럽·일본 울고.`

세계 반도체 장비 업계 지난해 실적 희비가 갈렸다.

증착, 식각 장비가 주력인 미국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스와 램리서치는 시장 축소 국면에도 성장세를 이어갔다. 반면에 노광 장비를 다루는 네덜란드 ASML은 상위 10개 업체 중 매출 하락폭이 가장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10나노 이하 구리배선 패터닝 가능한 어플라이드 엔듀라 시러스 HTX PVD 장비
10나노 이하 구리배선 패터닝 가능한 어플라이드 엔듀라 시러스 HTX PVD 장비

14일 시장조사업체 가트너가 집계해 발표한 지난해 반도체 장비 시장 규모는 336억4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 마이너스 성장했다. 메모리 공급 과잉으로 관련 분야 투자가 줄어든 것이 시장 축소 원인이다.

어플라이드는 62억2000만달러 매출을 기록해 19.1% 점유율로 1위 자리를 지켰다. 어플라이드는 2013년부터 3년 연속 세계 반도체 장비 시장 1위 자리에 올랐다. 램리서치는 48억800만달러 매출을 기록, 14.3% 점유율로 2위 자리에 올랐다. 전년 대비 매출액이 무려 24.7%나 성장했다. 업계 순위도 2014년 4위에서 지난해 2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ASML EUV 노광 장비
ASML EUV 노광 장비

2012년 세계 반도체 장비 시장 1위를 기록했던 ASML은 47억3000만달러 매출을 기록하며 14.1% 점유율로 4위를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6%나 감소했다. 10위권 장비 업체 가운데 매출 역성장세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차세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성능개선 지연으로 소자 업계가 10나노 공정 도입시 멀티패터닝 기법을 활용하고 있는 데 따른 영향이다. 노광 장비 업그레이드를 배제하고 여러 번 패터닝으로 회로 선폭을 좁히려면 그 만큼 증착과 식각 장비 수요가 늘어나게 돼 있다. 메모리 셀을 수직으로 쌓는 3D 낸드플래시 본격 양산 체제가 갖춰지면서 식각 장비 전문업체 램리서치가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광액 처리, 도포성막, 화학기상증착(CVD) 장비를 주로 다루는 일본 도쿄일렉트론은 전년 대비 7.3% 감소한 43억2500만달러 매출을 기록했다. 업계 4위다. 검사, 테스트 장비 전문인 KLA-텐코 역시 전년 대비 4.1% 역성장한 20억4300만달러 매출을 기록했다.

미국 달러화 표기 기준으로유럽, 일본 장비 업체 매출 역성장세가 큰 이유는 환율 영향도 있다. 지난해 미국 달러화에 비해 엔화와 유로화는 약세가 이어졌다. 성숙 시장에선 환율 변동이 전체 시장 규모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이 가트너의 설명이다.

세메스 주력 전공정 장비는 세정 쪽이지만 최근에는 식각 장비도 상용화했다. 사진은 세메스 미켈란 OX 식각 장비
세메스 주력 전공정 장비는 세정 쪽이지만 최근에는 식각 장비도 상용화했다. 사진은 세메스 미켈란 OX 식각 장비

지난해 매출 1조1189억원을 기록한 삼성전자 반도체 장비 자회사 세메스가 순위권 내에 없는 이유에 대해 업계 의견은 분분하다. 지난해 세메스 내 디스플레이 장비 매출을 제외한 순수 반도체 장비 매출액은 7598억원이었다. 세메스는 세정 장비가 주력이다. 조사업계 관계자는 “가트너가 세메스와 정보 교류가 원활치 않자 순위 목록에서 배제했거나 전공정 장비 매출만 10워권 내 들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올해 반도체 장비 업계의 지각 변동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해 램리서치는 KLA텐코를 인수합병(M&A)한다고 발표했다. 올해 중반기까지 각국 규제당국 승인을 얻어 합병 작업을 완료할 계획이다. KLA텐코를 합병한 램리서치는 어플라이드와 어께를 나란히 할 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커진다. 1위 자리를 놓고 다툴 것으로 전망된다. ASML의 경우 매출액 성장세를 이어가려면 EUV 장비 성능이 양산라인에 도입될 수 있을 만큼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전문가는 판단했다.

세계 반도체 장비 실적 美 웃고… 日·유럽 울고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