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만에 여소야대 국회가 재현되면서 앞으로의 경제 정책 향배에 관심이 집중된다. 20대 총선에서 승리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성장`보다는 `분배`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정부가 추진하는 경제활성화 정책의 추진 동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이 쏟아져 나오면서 기업 활동 위축과 투자 불투명을 가중시켜 결국 우리 경제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터져 나온다.
◇야 `경제민주화` 공약 다수…기업 “벌써 부담”
더민주와 국민의당도 경제성장 공약을 준비했다. 더민주가 에너지, 미래자동차, 정보통신기술(ICT), 라이프케어, 문화관광, 고부가 제조, 푸드 등 7대 미래형 신산업 발굴을 약속한 것이 대표 공약이다. 국민의당 역시 미래형 신성장산업 육성, 인수합병(M&A) 플랫폼 도입을 활용한 모험자본 활성화, 한국형 노키아 지원정책 등을 내놨다. 하지만 양당 총선 공약을 뜯어보면 상당수가 경제민주화 내용임을 알 수 있다.
더민주는 △청년일자리 70만개 창출 △불평등 해소 777플랜 도입 △대통령 직속 불평등해소위원회 설치 △최저시급 1만원으로 인상 △중소기업 적합 업종 보호 특별법 제정 △기업 갑질 근절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재계와 경제계는 대·중소기업 간 성과공유제,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사용부담금제 등이 기업 부담을 키울 것이라며 우려한다. 재정부담 확대, 투자의욕 감소 등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국민의당은 △납품단가 연동제 △성과공유제 △일감몰아주기 금지 △다중대표소송제 등을 내세웠다. 이 역시 기업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한다며 재계와 경제계는 반발했다. 특히 다중대표소송제는 상법을 개정해 자회사 불법 행위를 모회사 주주가 손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김광석 한양대 국제학 대학원 겸임교수는 “집권 여당이던 새누리당은 민간소비 촉진, 건설투자 확대 등 경제 성장에 초점을 뒀고 야당은 복지 강화와 같은 형평과 분배에 초점을 뒀기 때문에 경제정책 방향은 변화가 생길 것”이라면서 “하지만 지금은 어느 때보다도 경제가 장기간 침체돼 있기 때문에 여야가 합심해 경제 살리기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부, 경제정책 펼치기도 힘들어
정부도 경제활성화 관련법, 노동개혁법 등 경제정책 추진이 벽에 부닥쳤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세제, 금융, 제도 혜택을 주는 내용이 담겼지만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보건·의료 부문 공공성이 훼손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파견법, 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산재보험법 등을 개정하는 `노동개혁 4법`도 처리가 불투명해졌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파견법이 쉬운 해고를 위한 것이라며 반대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14일 제20대 총선 결과 관련 논평에서 “20대 국회가 견실한 입법 활동으로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힘을 모아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경총은 특히 “선거 과정에서 제시한 공약은 합리적 관점에서 재검토하고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위한 의정 활동을 펼쳐 달라”고 당부했다. 이번 총선에서 승리한 더민주와 국민의당에 대한 당부로 읽힌다. 이른바 `경제민주화`로 요약되는 양당 공약이 경제활성화와는 거리가 멀다는 점을 암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새누리당은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한 유승민(대구 동구을), 주호영(대구 수성구을), 강길부(울산 울주), 안상수(인천 중구동구강화군운진군), 윤상현(인천 남구을) 의원 복당이 급선무다. 두 명 이상이 복당해 제1당의 지위를 되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안상수 의원은 이날 복당을 신청했다. 하지만 비상대책위원회를 이끌 것이 확실시되는 원유철 원내대표가 `복당 불가론`을 공식화한 바 있어 이 또한 중대한 당 기조 변화 없이는 호락호락한 상황이 아니다.
새누리당이 그나마 국회를 이끌려면 국민의당과 연대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민주와 새누리 어느 한 당이 압도하는 과반을 차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국민의당이 `캐스팅보트`를 쥘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이 어느 쪽 손을 들어주는지에 따라 쟁점 법안 처리 방향이 결정될 전망이다.
양금승 한국경제연구원 산업연구실장은 “20대 국회에서 거대 야당이 탄생했지만 경제 살리기 이슈를 수수방관하기는 힘들 것”이라면서 “경제를 망치면 내년 대선에서 심판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경제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어렵고 수출 마이너스 기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불필요한 정쟁을 거두고 여야가 앞장서서 경제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