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만에 여섯 개의 수정이 하나의 결정체가 되어 한 무대에 올랐다. 긴 시간을 돌아 다시 만나게 된 이들은 ‘무한도전-토토가2’를 통해 영광의 순간들을 재현했다.
MBC ‘무한도전’이 또 한 번 제대로 사고 쳤다. 지난 2000년 5월 해체한 젝스키스 은지원, 이재진, 김재덕, 강성훈, 장수원이 16년 만에 뭉쳤다. 이들은 지난 7일 ‘무한도전’ 녹화에서 게릴라콘서트를 진행하려 했지만, 사전에 공연 정보가 노출되며 잠정 중단하게 됐다.
지난 14일 오전 ‘무한도전’은 게릴라 콘서트 취소 후 플랜B로 계획한 ‘하나마나 행사’를 통해 젝스키스가 서울, 경기 인근에서 녹화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날 젝스키스는 ‘무한도전’ 멤버들과 함께 한국민속촌과 휴게소에서 미니 공연을 펼쳤다.
이후 젝스키스는 이날 ‘무한도전’ 공식 SNS를 통해 오후 8시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마지막 공연을 개최하겠다고 공지했다. 오후 4시부터 노란색 우비를 입은 팬들은 공연장 근처에 운집하며 설레는 마음을 드러냈다. 대부분의 관객이 20~30대 여성 팬이었으며, 남성 팬들 또한 눈에 띄었다. 이들은 사전 MC의 안내에 맞춰 응원 구호를 연습하며 젝스키스 멤버들을 기다렸다.
오후 8시가 지나자 무대 조명이 모두 꺼졌고, 유재석이 등장해 젝스키스 멤버들의 등장을 알렸다. 젝스키스 멤버들은 안대와 헤드폰을 낀 상태로 무대에 올랐다. 고지용을 제외한 다섯 멤버들은 스탠드 마이크 앞에 선 채로 16년 만에 팬들과 마주했다. 현장 상황을 확인하지 못한 멤버들은 긴장한 채로 안대를 벗었고, 객석을 가득 채운 5808명의 팬들을 본 젝스키스 멤버들은 눈시울을 붉히며 울음을 터트렸다. 팬들 또한 16년의 기다림을 가득 담아낸 함성으로 멤버들을 맞으며 2000년으로 돌아갔다.
은지원은 “노란 풍선을 보는 순간 내가 젝키였다는 것이 실감났다”며 소감을 전했다. 김재덕은 이어 “안 울려고 했다. 어른스러운 모습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너무 감동이어서 안 울 수가 없었다”며 눈물을 닦았다.
강성훈은 “16년 만에 안무실에 모여 다 같이 춤을 추는데 거울에 비친 저희 모습이 그 자체가 무한도전이고 무한감동이었다”며 “저는 그냥 마냥 행복했다”며 지난 6개월 동안 이 무대를 위해 멤버 전원이 한 마음으로 준비했음을 밝혔다.
젝스키스의 무대는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컴백’을 시작해 ‘폼생폼사’, ‘커플’을 연이어 불렀다. 16년 만에 호흡을 맞췄음에도 완벽한 칼군무를 펼치며 팬들을 열광케 했다. 다소 쌀쌀한 날씨였음에도 불구 팬들은 노란 풍선과 ‘젝키야 사랑해’라는 글이 적힌 플랜카드를 흔들며 젝스키스의 히트곡을 따라 불렀다.
은지원은 “사실 무대 준비하며 시간이 이렇게 흐른지 몰랐다. 좋은 기회를 만들어주신 ‘무한도전’ 제작진 분들께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같이 애써주셔서 이런 자리도 더 쉽게 만들 수 있었다”며 “의지할 수 있는,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셔서 감사하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젝스키스는 ‘기억해줄래’를 끝으로 ‘하나마나 행사’ 마지막 무대를 장식했다. 노래가 시작되자 무대 뒤에서 고지용이 등장했고, 팬들은 더욱 뜨거운 함성으로 그를 맞았다. 해체 이후 평범한 회사원으로 돌아간 고지용은 오랜 시간 멤버들과 제작진의 설득 끝에 출연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00년 5월 젝스키스의 마지막 무대에서 불렀던 ‘기억해줄래’를 부르자 감격에 벅찬 고지용은 눈시울을 붉히며 한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고지용은 “벅차올랐다. 너무 반갑고, 이렇게 많은 분들이 와주셨다”며 “저는 다시 저의 자리로 돌아가 멤버들을 응원하겠다”며 다시 뭉친 젝스키스의 앞날을 응원했다.
6명의 완전체로 다시 만난 젝스키스는 고지용과 함께한 ‘커플’을 끝으로 ‘하나마나 행사’의 대미를 장식했다. 16년 만에 한 자리에 모인 6개의 수정과 5808명의 팬들은 다음을 기약하며 데뷔 20주년을 뜨겁게 축하했다.
젝스키스의 재결합은 그야말로 ‘무한도전’이었기에 가능한 이벤트였다. 긴 시간이 지났음에도 이들의 무대를 간절히 기다린 팬들과 다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지켜낸 젝스키스의 뜨거운 눈물은 감격 그 자체였다.
한편 젝스키스가 출연하는 ‘무한도전-토토가2’는 오는 16일 방송을 통해 공개된다.
윤효진 기자 yunh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