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 강소기업이 뛴다]석경에이티, 나노 기술 적용해 토너 사용량 30% 줄였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나노가 10년이라도 팔아야 남는다. 정부 차원에서 나노융합 산업을 육성한 지 20년이 다 돼간다. 여전히 나노 기술은 연구실 문턱을 넘기 어렵다. 수많은 기업이 나노 기술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는다.

[나노 강소기업이 뛴다]석경에이티, 나노 기술 적용해 토너 사용량 30% 줄였다

그러나 속단은 이르다. 이른바 `죽음의 계곡`을 넘어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강소기업이 많다. 전자신문과 나노융합산업연구조합은 총 20회에 걸쳐 나노 분야 강소기업을 소개한다. 이들 기업 경쟁력과 경영 철학을 공유해 나노 기술 상용화 기폭제가 되기를 기대한다.

석경에이티(대표 임형섭)는 전통 화학재료에 나노 기술을 접목해 성장한 회사다. 실리카(SiO2)와 불화이터븀(YbF3)이 주력이다. 둘 다 전통 화학재료지만 나노 기술을 접목해 물성을 크게 개선했다. 레이저 프린터·복사기 토너용 외첨제, 치과 재료 시장에서 두각을 보인다. 40여명이 근무하는 작은 회사지만 지난해 50억원 가까운 매출을 거뒀다. 올해 60% 성장한 80억원 매출을 올리는 것이 목표다.

석경에이티가 생산하는 `솔젤 실리카`는 나노 단위로 입자를 제어했다. 불규칙하게 엉겨 붙는 실리카 입자를 고르게 분산했다.

이 소재를 토너 외첨제로 쓰면 토너 사용량을 30%가량 줄일 수 있다. A4 용지 절반가량에 인쇄할 때 토너 사용량은 35㎎ 전후지만 솔젤 실리카가 첨가된 토너는 25~28㎎이 사용된다.

석경에이티는 수출을 바탕으로 국내 시장을 공략했다. 세계 시장 선두를 다투는 일본계 토너 완제품 회사에 실리카를 공급했다.

석경에이티 기술이 적용된 토너는 미국 렉스마크가 먼저 도입했다. 해외 납품 실적을 바탕으로 국내 기업에도 공급을 시작했다.

임형섭 석경에이티 대표는 “국내 기업만 바라봐서는 살 길을 찾을 수 없다”며 “해외 선진 기업에 적극적으로 기술을 도입해 먼저 실적을 만든 다음 국내 기업 공급을 타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석경에이티 매출 68%가 해외에서 발생한다.

치과 재료에 쓰이는 이터븀 소재는 지난해 약 30억원 매출을 올렸다. 이 소재는 X선 반사를 위해 래진에 첨가하는 물질이다. 프랑스 로디아가 시장을 장악했지만 석경에이티가 나노 기술로 균열을 냈다. 40나노미터(㎚) 단위로 가공한 이터븀은 투명성을 띤다. 기존 100~200㎚ 이터븀을 첨가한 래진은 하얀색이 그대로 드러난다. 20억원이 넘는 매출이 유럽 수출에서 발생했다.

지르코니아(ZrO2)를 첨가한 개선품도 내놨다. 고내열 플라스틱 폴리에테르이서케톤(PEEK)에 지르코니아 나노 입자를 섞어 강도를 높이고 무게는 줄였다. 물질 비중이 6.3으로, 기존 대비 70%에 불과하다. 이 제품 역시 유럽으로 수출한다.

석경에이티 성공 비결은 `대체 불가능한 재료`를 파는 것이다. 고객이 쉽게 바꿀 수 없는 소재를 집중 공략하는 전략이다.

계약 조건에 “생산을 못하게 되면 반드시 다른 기업이 대체 생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항목을 넣는 경우도 있다. 거래선을 형성하는 데 많은 시간이 들지만 일단 공급을 시작하면 안정적 수익이 난다.

임형섭 대표는 “실리카만 해도 16년 전에 개발한 제품”이라며 “마케팅만 7년, 상용화는 12년이 걸렸지만 지금은 매출 상당 부분을 올려주는 히트 상품”이라고 말했다.

이어 “2011~2012년 회사가 매출 동력을 갖추기까지는 외부 투자를 통해 견뎠다”며 “힘들고 오래 걸리더라도 고객이 쉽게 바꿀 수 없는 제품을 파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