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온고지신]식물같은 연구자

[사이언스온고지신]식물같은 연구자

얼마 전 한 언론에 `식물 연구자 안 되려면`으로 부제가 달린 기사가 실렸다.

부정적인 이미지가 너무 강하다는 의견이 일면서 담당 기자도 수긍하고 단번에 그 부제를 바꾸었다.

식물은 우리에게 산소, 식량, 의약품, 각종 산업소재를 제공하고 온실가스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제거해 주는 고마운 존재라는 어느 식물과학자의 의견을 받아들인 것이다.

식물은 원시시대부터 인간의 식생활과 주거생활을 획기적으로 바꾼 불을 사용할 수 있게 했고 최근 우리가 엄청난 양을 사용하는 화석연료의 근원이기도 하다.

석탄,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가 없었다면 제임스 와트가 만들어 낸 증기 기관은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고 산업 혁명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국제에너지협회(International Energy Association; IEA)는 에너지원별 수요 전망에 대한 기후변화 대응 세 가지 시나리오 중 가장 강력한 시나리오를 통해 화석연료의 사용을 2011년 82%에서 2035년 64%까지 줄이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서 바이오에너지는 1차 에너지 수요의 14.8%를 담당하는 가장 유망한 신재생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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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2014년 발표한 제2차 에너지 기본계획에 따라 오는 2035년까지 1차 에너지 37억7900만톤의 11%를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는 것이 목표다. 2011년 기준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절반 이상인 67%는 폐기물로 공급되고 있으며 바이오에너지는 12.7%의 100만톤 수준에 그치고 있다.

정부는 2035년까지 바이오에너지를 통한 신재생에너지 공급을 17%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처럼 에너지로서 바이오매스에 주목하는 이유는 성장과정에서 광합성으로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량과 연소 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양이 동일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증가시키지 않는 `탄소중립(carbon neutral)` 에너지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 생활과 밀접한 곳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바이오매스의 가장 중요한 제공원은 바로 주위의 모든 나무와 초본, 해조류 등 식물이다.

바이오매스는 직접 연소시켜 전통적인 방법으로 열에너지를 얻을 수 있고 열화학적, 생물화학적, 물리적인 방법으로 실생활이나 산업에 사용하기 편리하도록 연료로 변환시킬 수도 있다.

이미 바이오에탄올이나 바이오디젤은 개발이 활성화돼있으며 최근에는 바이오가스를 수송용 연료로 사용하는 기술이 등장하는 등 식물을 에너지나 연료로 보다 폭넓게 전환하기 위한 기술이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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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필자는 열화학적 전환법의 하나인 급속 열분해법을 이용해 톱밥이나 갈대, 커피찌꺼기 등으로부터 오일을 얻는 기술 개발에 참여해 식물을 가까이 하면서 동물이나 우리 인간보다 식물이 오히려 고귀한 존재임을 알았다. 식물은 물과 이산화탄소, 그리고 햇빛만으로 광합성을 통해 스스로 생명체의 근간이 되는 유기물을 생산해 낸다.

하지만 동물은 유기물을 스스로 만들지 못한다. 식물이나 다른 동물로부터 약탈한 유기물로 자신의 몸을 살찌우고 에너지로 사용해야 한다. 그 점에서는 인간도 동물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식물은 스스로 생산해 낸 자신의 몸 일부는 물론 어쩌면 자신의 생명까지도 다른 식물이나 동물에게 제공한다. 아무런 대가 없이 무한히 제공하고 그러고도 말이 없다.

만일 다시 젊은 연구자가 될 수 있다면 감히 식물같은 연구자가 되고 싶다.

김석준 한국기계연구원 환경에너지기계연구본부 책임연구원 sjkim@kimm.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