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가재정도 더 이상 안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아직 우리나라 재정건전성은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 양호한 편이지만 올해 처음 국가채무가 총생산(GDP) 대비 40%를 기록하고, 2060년 60%까지 치솟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복지제도 신설, 저성장 지속 시 90%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발표된 재정개혁안에는 이런 위기감이 반영됐다. 재정 지출을 순식간에 줄일 수 없으니 `돈이 새나가는 구멍`을 최대한 막겠다는 의지다. 다양한 내용을 담았지만 결국 세금 누수를 차단하고 재정사업 효율을 높인다는 게 핵심이다.
세금 낭비 방지책으론 `재정건전화특별법(가칭)` 제정 카드를 꺼내들었다.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재정 준칙을 도입할 계획이다. 예컨대 GDP 대비 중앙정부 채무한도를 설정해 관리하는 채무준칙을 도입한다. 특정 시기까지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얼마를 넘어서는 안 된다`고 정하면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이 제한되는 식이다. 이밖에 총수입 증가율 범위 내에서 총지출 증가율을 관리하는 `지출준칙`을 비롯해 `수입준칙` `수지준칙`도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각종 재정사업에서 빚어지는 `재정 누수`도 해결한다. 100억원 이상 비보조사업(정부나 관계기관이 사업비를 전액 투입한 사업)은 추진 전 적격성을 따지는 사전심사를 벌인다. 비효율·낭비 사업을 관계부처와 재정당국이 직접 살피는 `집행 현장조사제`도 가동한다.
여전히 실현 가능성이 과제로 남았다. 그간 재정준칙 도입을 위한 법안은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정부가 여전히 증세 계획은 없고, 내년 예산은 확장적 기조를 유지하면서 재정개혁을 하겠다는 `앞뒤가 안 맞는` 이야기를 되풀이하는 것도 정책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재정건전화특별법 관련 “재정건전성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여야가 똑같이 인식하고 있어 정치적 쟁점이 있는 법안과 다르다”며 “(야당에) 설득도 하고 설명도 해야겠지만 여소야대 정국이라서 특별히 더 힘들지는 않다”고 말했다.
정부는 일자리, 수출 등 재정사업 효율 제고에도 역량을 모은다. 부실한 사업은 통·폐합해 투자 효율성을 높일 방침이다.
수출 둔화는 우리 경기 회복을 막는 핵심 원인이다. 정부는 부처별 수출지원 사업성과 관리가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아 민간 역량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각 부처 관련 사업성과를 분석해 저성과 사업은 과감히 버리고, 기업 수요가 많고 성과가 높은 사업 위주로 재편할 방침이다.
일자리사업 예산은 올해 15조8000억원에 달한다. 그럼에도 청년실업률은 지난해 9.2%, 올해 3월 11.8%로 높아졌다. 정부는 일자리 사업을 원점 재검토해 수요자 중심으로 사업을 전면 개편한다. 고용창출 효과가 큰 직업훈련, 고용서비스 투자는 확대한다. 공공근로 등 정부가 직접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업은 줄이되 민간과 연계한 취업 지원은 강화할 방침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재정전략회의에서 “경제 안전판 역할을 해왔던 재정은 국제적으로 건전하다고 평가받고 있지만, 재정 책임성이 무너지고 복지 포퓰리즘이 확산되면 순식간에 악화될 수가 있다”며 “재정건전화 특별법 등에 대한 취지와 내용을 성심성의껏 설명해 국회에서 원만하게 처리될 수 있도록 하라”고 당부했다.
<재정 건전화를 위한 재정 개혁 방안 (자료:기획재정부)>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