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연 72%, 지난해 사업화 재투자 규정 어겼다

5년치 사용현황 분석…상당수 기관운영비로 활용

25일 전자신문이 입수한 출연연 25곳의 기술료 사용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기술료 사업화 재투자 10% 규정을 지키지 않은 곳이 전체 72%인 것으로 밝혀졌다.
25일 전자신문이 입수한 출연연 25곳의 기술료 사용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기술료 사업화 재투자 10% 규정을 지키지 않은 곳이 전체 72%인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출연연구기관 대다수가 기술료 수입 가운데 10%를 `기술 사업화`에 재투자해야 한다는 정부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전자신문이 입수한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25개 출연연구기관 2011~2015년 5년치 기술료 사용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기술료 사업화 재투자 10% 규정을 지키지 않은 곳이 전체 72%인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기술료 수익의 `사업화 재투자` 비율이 0~10% 미만에 그친 곳은 출연연 25개 기관 중 18개에 달했다. 전체 72%가 정부 규정을 어겼다. 0%인 기관도 11개나 됐다. 2014년에도 규정을 지키지 않은 연구소는 19개였다. 이중 16개는 사업화 재투자를 전혀 하지 않았다.

국가과학기술심의회는 2013년 10월 민간 R&D 활성화와 기술 이전·사업화를 촉진하려고 기술료 수입 10% 이상을 사업화에 재투자하도록 의무화했다. 하지만 2014~2015년에도 출연연 업무 행태는 달라지지 않았다.

정부는 `국가연구개발 사업관리 등에 관한 규정 23조`에 기술료 사용 용도를 정해 놓았다. 기술료는 출연연이 정부 예산으로 개발한 기술을 민간에 이전하면서 거둬들이는 수익이다. 수익 50%는 연구원 인센티브, 5%는 지식재산권 관리 비용이다. 10%는 기술 이전이나 사업화에 필요한 경비로 사용하도록 규정했다. 규정을 만든 이유는 기술료를 기관운영비로 사용한 기관이 많았기 때문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2009~2014년 기업에서 받은 기술료로 경기도 용인 골프장 회원권을 구입해 사용했다. 논란이 되자 그해 골프회원권을 매각했다. 기술료는 기관의 `번외수입`처럼 쓰이는 경우가 흔하다. 과거 일부 출연연에서는 기술료를 해당 연구원이 아닌 직원성과급으로 쓰기도 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2015년 499억원의 기술료 수익을 얻었으나 기술이전 사업화 경비로 한 푼도 쓰지 않았다. 연구개발 재투자도 1%에 그쳤다. 2014년에도 39억원 중 1억8500만원만 사업화 경비로 썼다. 한국전기연구원과 화학연구원도 지난해 30억~40억원의 기술료를 벌었지만 재투자는 0%다. 2014년도 마찬가지다.

무분별한 기술료 임의사용도 문제다. 기관운영비는 통상 인건비와 경상비로 사용된다. 기술료 사용 전이를 막기 위해 규정을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기관운영비로 많이 활용하는 기관이 상당했다.

KIST는 지난해 기관운영비로 16억9000만원을 사용했다. 생산기술연구원은 지난해 116억원 기술료 가운데 기관운영비로 11억원 이상 지출했다. 기계연구원도 기술료 49억원 가운데 6억5000만원을 기관운영비로 썼다.

생기원과 기계연은 5년 동안 기술료에서 상당 비중을 기관운영비로 사용했다. 생기원은 2011년 30억원 가운데 8억원, 2012년 58억원 가운데 7억4000만원, 2013년에는 60억원 가운데 7억5000만원, 2014년 기술료 76억원 가운데 26억원을 썼다. 기계연은 2013년 43억원 가운데 5억원, 2014년 71억원 가운데 10억원가량을 한국과학기술지주에 출자하는 형식으로 지출했다.

ETRI는 지출 내역을 자세히 밝히지 않은 기타 항목에 2011년 8억원, 2012년 18억원, 2013년 5억8900만원, 2014년 32억6300만원, 2015년 34억원을 각각 지출했다. 원자력연구원도 2013년 8억원, 2014년 24억원을 기타항목으로 지출했다.

정부 관계자는 “과거에는 기술료가 소프트머니로 인식돼 (직원)성과급이나 기관 운영에 필요한 부분을 많이 사용했다”면서 “정부가 사후 규제를 적용하는 만큼 문제가 발생한 기관을 밝혀내고 재투자에 쓰도록 권고하겠다”고 말했다.

◇출연연 기술료 재투자 현황

※국가연구개발 사업관리 등에 관한 규정(2014년부터 적용)

제23조(기술료의 사용) ①연구개발성과 소유기관이 비영리법인인 경우에는 징수한 기술료를 다음 각 호에 따라 사용해야 한다.

1. 정부 출연금 지분의 5퍼센트 이상:지식재산권의 출원·등록·유지 등에 관한 비용

2. 정부 출연금 지분의 50퍼센트 이상:연구개발과제 참여연구원에 대한 보상금

3. 정부 출연금 지분의 10퍼센트 이상:개발한 기술을 이전하거나 사업화하기 위해 필요한 경비

출연연 72%, 지난해 사업화 재투자 규정 어겼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