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반도체 파운드리 공정에 세계 최초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도입한다. 최첨단 미세공정으로 대만 TSMC 등 경쟁사를 빠르게 추월하겠다는 전략이다. 군소 팹리스 고객사에 200㎜(8인치) 공장 파운드리 사업 문호도 크게 확대한다.
삼성그룹은 올해 초 착수한 시스템LSI사업부 경영 진단을 지난달 마무리하고 이 같은 결론을 도출했다. 당초 3월까지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세부안을 끌어내는 데 시간이 걸려 진단 완료 시기가 한 달가량 늦어졌다.
경영진단 과정에서 고객사 정보 보안, 운용 효율 측면을 고려해 파운드리 사업을 물리적으로 분리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현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되 선진 기술 분야서 경쟁사를 추월하고 고객사 다변화를 강력하게 추진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삼성전자는 조만간 네덜란드 ASML에 양산형 EUV 노광 장비인 NXE3400을 구매 발주할 예정이다. 내년 2~3분기에 장비 입고와 설치를 완료한 뒤 연말께 7나노 칩 양산에 활용한다. 삼성전자가 양산 라인에 EUV 장비를 설치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EUV 노광 장비는 차차세대 시스템반도체·파운드리 생산 공정에서 활용된다. 7나노 시스템반도체 생산에 EUV 노광 장비를 활용하면서 고객사에 `완벽한 7나노 서비스`를 강조할 계획이다. 대만 TSMC는 아직 EUV 장비를 양산 라인에 도입할 계획이 없다.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는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비공개로 개최한 `삼성 파운드리 포럼` 현장에서 고객사와 협력사에 이 같은 EUV 도입 계획을 알렸다.
행사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삼성 측이 차차세대에선 EUV를 활용할 계획을 밝히면서 TSMC와는 다른 `완벽한 7나노`를 구현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면서 “이머전 노광 장비로만 7나노를 구현하는 것이 어렵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주에 방한, 한국 법인에서 삼성전자 EUV 장비 구매 발주 등 현안을 챙길 것으로 전해졌다.
노광(露光, exposure)은 증착, 식각, 세정 등 무수히 많은 반도체 생산 공정 가운데 핵심 중 핵심으로 꼽힌다. 현재 양산 라인에서 활용되는 노광 장비는 빛 파장이 193㎚인 불화아르곤(ArF) 엑시머 레이저와 액침(液浸, immersion) 기술을 활용해 해상력을 높인 이머전 장비다. 물리적으로 그릴 수 있는 최소 미세 패턴은 38나노에 그친다. 이 때문에 반도체 업체들은 30나노 미만 반도체를 생산할 때 회로 패턴을 두 번 또는 세 번에 나눠 그리는 멀티 패터닝 기법을 활용해 왔다. 그러나 이는 공정 시간과 비용 증가를 야기한다. 7나노대에선 멀티 패터닝으로도 완벽한 패턴을 그리기가 힘들다.
EUV는 자외선(UV)과 X선 중간 영역에 있는 전자기파다. 파장이 13.5㎚로 짧아 10나노 미만 회로 패턴을 한 번에 그려 넣는 것이 가능하다. 지금까지 양산 라인에 도입되지 못한 이유는 웨이퍼 처리 속도가 이머전 장비에 비해 떨어졌기 때문이다.
반도체 공정 전문가는 “삼성전자는 7나노에서 게이트 등 일부 중요한 패턴을 그릴 때 EUV를 활용하고, 나머지는 이머전 장비와 멀티 패터닝 기법을 활용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