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알파고가 바둑 최강 이세돌만 이긴 게 아니다. 인공지능은 인류의 존재 당위성에 대한 발칙한 의문을 제기하며 문명의 근간을 흔들었다. 그래서 더 절실한 인간의 귀중한 1승에 착안해 트렌드 리더들은 인공지능이 변화시킬 미래에 위협 받는 일자리와 떠오를 일자리에 대해 의견을 쏟아냈다. 누군가는 이제 인류가 힘든 노동을 기계에 전가하고 오락과 예술에 치중해 복지에 힘쓸 때라는 긍정적인 시각을 제시했다. 그러나 인간의 영역이라 여기던 분야조차도 흔들린다.
최근 일본이 인공지능의 창작물을 인정하며 저작권을 보호하고자 저작권법을 검토하겠다는 놀라운 소식을 보낸 것이다. 과한 기대와 두려움으로 가려진 인공지능을 심층적으로 이해해야 자국의 경쟁 기술로 삼을 수 있다는 시선이 많아지면서, 일부 사람들은 소프트웨어 과목처럼 인공지능 과목을 공교육에서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연 미래에는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까? 그리고 미래의 대한민국은 어떤 기술을 확보함으로써 전 세계에 도움을 주면서 국부를 창출할 수 있을까? 2016년 지금은 이러한 질문에 올바른 대답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미래를 예측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예측의 기반이 되는 현재다. 세계적으로 가장 앞선 사회의 현황을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해야만 가장 사실에 가까운 예측이 될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기술선진국의 미래예측을 알아보고 이중 합당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받아들여 미래를 예측하고 있다. 과연 이 방법이 옳은 방법일까? 혹시 그 동안 우리가 믿던 기술 선진국이 사실은 기술 후진국은 아닐까?
필자는 4년 전 미국 뉴욕에서 1년간 체류할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뉴욕의 지하철에서 휴대폰 전화가 터지지 않는다는 점에 매우 놀라웠다.
4년 전이라 하더라도 한국의 지하철에서는 음성통화는 기본이며 대부분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보면서 정보검색을 하거나 SNS, 게임을 즐기는 상황이었다.
또 한 가지 기억할 만한 경험은 미국에서 인터넷 접속을 위해 서비스 회사에 전화를 걸었을 때였다. 통화가 되자 합성음이 나왔는데 상담원을 바꾸어 주겠다고 하면서 음악이 나오기 시작했다. 3분 여가 지나도 음악만 계속 나왔고 5분 가까이 지나도 상황이 바뀌지 않았다. 결국 7분간 기다리다가 전화를 그냥 끊을 수 밖에 없었다. 결국 그 회사에 직접 방문해 일을 해결해야만 했다. 이에 반해 미국에서 한국의 전화회사에 문의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다음과 같은 합성음이 나왔다. “지금 고객님을 포함하여 7명이 대기 중입니다. 4분 20초 후에 통화가 연결됩니다. 시간이 급하실 경우 연락 받을 전화번호를 누르신 후 우물 정자(#)를 눌러 주시면 곧 전화 드리겠습니다.” 과연 서울과 뉴욕 중 어디가 더 기술적으로 앞서 있는 곳인가?
일본의 카메라 회사에서 신제품을 개발한 경우, 이를 먼저 대한민국에 출시한다고 한다. 한국 사용자들은 이 제품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내면 이를 반영해 최종 수정을 한 뒤 세계 시장에 내놓는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세계의 최첨단 가전제품 전시회인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에서는 전통적으로 가장 앞선 제품이 가장 중앙에 전시된다. 2010년부터는 대한민국 가전 회사들이 가장 중앙에 전시를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보면 대한민국의 현재가 세계에서 가장 앞선 사회 환경임을 알 수 있다. 미국, 유럽, 그리고 일본이 어떤 연구를 하고 있는지 알아보려 하지 말자. 대한민국 사회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깊이 이해하고 여기에 필요한 기술을 만드는 것이 미래 사회에 대한 최적의 대안이 될 것이다. 적절한 해결책까지 강구한 후에 외국의 관련 연구와 비교 해 보자. 필자는 이 방법이 우리의 독창성을 최대한 살리는 길이라 믿는다.
유일하게 인공지능을 이긴 바둑 1승은 이세돌의 `독창적인 한 수`였다는 점을 잊지 말자.
이영직 ETRI 자동통역연구실 책임연구원 ylee@et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