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발전기 민가 이격거리 규정 신설 두고 정부 vs 업계 다시 신경전

육상 풍력발전기를 민가와 일정거리 이상 떨어뜨려야 한다는 규정을 새롭게 도입하는 방침을 놓고 정부와 풍력업계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해외 사례를 참조해 우리나라에 합리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정부와 산업 실태와 동떨어진 규제를 위한 규제가 될 것이라는 업계 의견이 서로 충돌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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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정부와 풍력업계에 따르면 육상 풍력발전소를 세우려면 민가와 일정거리 이상 떨어뜨려야 한다는 이격거리 규정 신설을 추진하는 환경부가 제도 도입을 위해 내부적으로 해외사례 연구를 벌이고 나섰다. ▶본지 1월 25일자 19면 참조

환경부는 이격거리 신설을 추진한다는 언론 보도에 업계가 사실상 규제 신설이라며 반발하자, 일단 공식적으로는 이격거리 조항 신설을 검토한 바 없다며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연말까지 예정된 소음과 생활환경 등 평가 항목을 포함한 `육상풍력 개발사업 환경성평가 지침(육상 풍력 가이드라인)` 개정 작업에 이격거리 제한이 필요하다면 신설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사례 조사를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는 이를 위해 해외 이격거리 제한 적용사례를 연구하고 있으며, 하반기에는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전문가 포럼을 구성해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풍력발전기 저주파소음 피해에 대한 민원이 끊이지 않으면서 (이격거리 조항)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며 “아직 관련 연구용역을 추진하지는 않지만, 하반기에는 전문가 포럼을 구성해 구체적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환경부는 풍력발전기 소음 때문에 인사사고 위험과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여지에 대해 소관 부처로서 외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명확한 기준을 설정해 국민 건강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관령 풍력발전소.
대관령 풍력발전소.

풍력업계는 이에 대해 과거 환경부가 추진했던 이격거리 1㎞ 이상 또는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권고한 1.5㎞ 이상 규정을 주먹구구식으로 다시 밀어붙여선 안된다는 주장을 폈다.

풍력업계 관계자는 “미국 미네소타 주정부가 실시한 세계 각국 풍력발전소와 민가 이격거리 권고조항 연구 자료에 따르면 독일이 1㎞로 가장 강력한 제재기준을 갖고 있으며 프랑스와 캐나다 온타리오주는 500m로 규정했다”며 “이들 국가도 의무사항이 아니며 지역 특성에 따라100m, 150m 민가와 인접한 발전소도 많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호주에서는 풍력발전기 소음이 인체에 무해하며, 피해를 호소하는 이유는 대부분 심리적 부분이라는 연구결과도 나왔다”며 “조항을 신설하는 것만 앞세우기 보다 풍력발전기 건설 전후 비교 연구로 제도 도입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확보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함봉균 에너지/환경 전문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