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도로에서 `허` `하` `호` 등 `웃음` 번호판을 장착한 차량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이들은 모두 렌터카다. 지난해 기준 국내 렌터카 누적 등록대수는 54만대를 돌파하며 전체 승용차의 3.3%까지 확대됐다. 과거 `영세사업자`의 표식과도 같던 렌터카가 이제는 엄연히 새로운 차량 구매 방식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특히 `공유 경제`가 보편화되면서 차량에 대한 개념이 `소유`에서 `사용`으로 변하는 것도 렌터카 시장 확대를 주도하고 있다.
10일 전국렌터카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신규 등록 렌터카는 15만6522대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신규 등록 렌터카가 579대에 불과하던 2000년보다 270배가량 성장한 것이다. 또 지난해 내수 시장에서 판매된 승용차 157만대 가운데 10%가량이 렌터카인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렌터카 시장이 본격 성장한 것은 2010년부터다. 그 이전까지 신규 등록된 렌터카는 연간 수백대에서 수천대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0년 신규 등록 렌터카는 전년 대비 3배가량 증가한 1만3516대를 기록했다. 2011년은 1만9477대, 2012년은 4만4903대였다. 2013년에는 신규 등록 렌터카가 11만224대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10만대를 돌파했다. 이후에도 매년 성장세를 유지, 연간 14만~15만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국내 렌터카 성장을 주도한 것은 `신차 장기렌터카`다. 국내 렌터카 시장 1위 업체인 롯데렌터카는 신차 장기렌터카 누적 등록대수가 2011년 4만2907대에서 지난해 10만115대로 2.3배가량 커졌다. 지난해 국내 3위 업체로 올라선 SK렌터카도 신차 장기렌터카 등록대수가 2011년 대비 4배가량 성장했다. AJ렌터카와 현대캐피탈 등 다른 업체들도 연 평균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했다.
특히 개인 장기렌터카 시장의 성장세가 눈부시다. 2010년 4000여대에 불과하던 개인 장기렌터카 시장은 지난해 4만여대로 5년 만에 10배 성장했다. 이에 따라 개인이 전체 장기렌터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해마다 늘어났다. 2011년 전체 시장의 9.5%에 불과하던 개인 장기렌터카 비중은 2012년 14.2%, 2013년 20.1%로 늘어났다. 개인 장기렌터카가 3만대를 돌파한 2014년 비중은 26.2%까지 확대됐고, 지난해에는 28.5%까지 증가했다. 반면에 법인 장기렌터카는 2010년 95%에서 지난해 71.5%로 점유율이 급감했다.
이처럼 개인 장기렌터카 구매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차량 렌트 비용이 비싸지 않은 데다 연 2회 납부해야 하는 자동차세와 매년 가입해야 하는 자동차보험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월 차량 렌트비에 이 모든 비용이 포함돼 있다. 개인사업자는 렌트비를 손실로 처리할 수도 있다.
렌터카 업계 관계자는 “소유보다 사용 가치를 중요시하는 합리 소비 트렌드 확산과 함께 장기렌터카의 경제성과 편리성이 알려지면서 신차 장기렌터카 시장이 최근 몇 년 동안 법인, 개인 사업자를 넘어 개인 소비자에게까지 확장되고 있다”면서 “월 대여료에 차량 취득 관련 세금 및 보험, 자동차세 등이 모두 포함돼 있어 초기 비용 부담이 적고 모든 차량 관리 업무를 렌터카 업체가 대행하기 때문에 편리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수입차 판매가 늘면서 신차 장기렌터카 시장에서 수입차 비중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2011년 렌터카 시장에서 1%가량 차지하던 수입차는 지난해 점유율을 5%까지 확대했다. 롯데렌터카는 2011년 0.6%에 불과하던 수입차 장기렌터카 비중이 2014년 8.4%, 지난해 약 10%까지 늘었다.
롯데렌터카 관계자는 “현재 BMW, 아우디, 폭스바겐 등 수입차 브랜드와의 전략 제휴로 합리적 가격에 차량을 제공받고 있다”면서 “국산차 업체들은 딜러사와 영업 제휴를 맺어 140여개 지점에서 신차 장기렌터카 상담을 하는 등 신차 구매 고객을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렌터카 시장이 확대되면서 렌터카 등록대수도 많아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승용차 누적 등록대수는 약 1652만대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렌터카는 54만여대로 전체의 약 3.28%를 차지했다. 이는 승용차 시장에서 렌터카 비중이 1.89%에 불과하던 2010년 대비 약 2배 커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렌터카 시장이 급증한 요인으로 Δ인식 긍정 변화 Δ차량 구매 트렌드 변화 Δ하·호 등 번호판 다양화 등을 꼽았다. 특히 완성차 업체들의 신차 출시 주기가 짧아지고 소비자 취향이 다양해진 것도 렌터카 시장 성장에 한몫 거든 것으로 평가된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는 렌터카를 단순히 `빌린 차`라고 인식했지만 최근에는 `임원용 차`로 인식, 젊은 층 고객이 늘고 있다”면서 “특히 자동차가 `소유`에서 `사용` 또는 `공유` 개념으로 변화하면서 다양한 사업 모델이 제시된 것도 성장의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류종은 자동차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