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中 `디스플레이 굴기` 원천은 중앙·지방정부 협력 지원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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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디스플레이 굴기`의 원천은 든든한 정부 지원이다. 디스플레이 패널 생산설비를 갖추는데 필요한 수십조원 규모의 비용은 대부분 현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주도해 구성한 펀드에서 나온다.

고정비가 높은 디스플레이 사업 특성 상 수율이 낮으면 막대한 손해가 발생하지만 중국 패널 제조사는 일정 수준의 수율 달성을 목표로 생산에 속도를 낸다. 막대한 손해를 입어도 계속 공장을 가동할 수 있는 것은 든든한 정부의 지원 덕분이다.

중국은 국내총생산(GDP) 수준을 높이고 국산화율을 높이기 위해 중앙·지방정부가 설비 투자에 적극 참여한다. 현지에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기술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디스플레이 기업에 직접 투자하거나 보조금을 지급한다.

중앙정부는 특별 대출 프로그램을 만들어 기업을 지원하고, 지방정부는 조인트벤처를 만들어 직접 투자한다. 특히 지방정부는 지역 발전을 위해 기업과 공장이 들어설 땅과 설비를 지원하고, 신제품·기술 개발을 위한 보조금을 지급한다. 디스플레이 기업은 이 같은 투자와 보조금을 바탕으로 매출과 이익을 발생시켜 정부에 환원한다.

중국 현지 언론이 보도한 지난해 12월 2일 중국 허페이시에서 열린 BOE 10.5세대 TFT LCD 생산라인 기공식 현장 모습.
중국 현지 언론이 보도한 지난해 12월 2일 중국 허페이시에서 열린 BOE 10.5세대 TFT LCD 생산라인 기공식 현장 모습.

예를 들어 중국 최대 패널 제조사 BOE가 허페이시에 건립하고 있는 세계 최대 규모 10.5세대 LCD 팹의 경우 허페이 정부와 BOE가 조인트벤처를 설립, 자금을 충당한다. 총 투자비용 400억위안(약 7조1372억원) 가운데 허페이시가 180억위안(45%), BOE가 220억위안(55%)을 각각 부담하는 형태다.

그러나 이를 살펴보면 BOE가 부담하는 220억위안 가운데 실제 BOE가 내는 비용은 40억위안(7137억원)에 불과하다. 나머지 180억위안은 은행 대출이다. 실제 은행 대출은 금리 0% 수준의 파격 지원을 받는 경우가 많다.

시장조사업체 IHS는 BOE와 차이나스타(CSOT)가 지난해 정부에서 받은 보조금이 각각 11억4400만위안(2041억원), 12억1000억위안(2159억원)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정확한 전체 보조금 규모가 아니라 일부분을 파악한 액수여서 실제 보조금은 이보다 더 많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중국 정부의 적극 투자가 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위협하는 큰 요인이라고 분석한다. 아직 한국과 중국의 기술 간극이 크지만 정부 투자를 발판으로 세계 기술 인재 영입, 특허 매입, 기업 투자, 생산 경험 축적을 동시에 진행하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이 세계 수준으로 성장했지만 앞으로도 계속 세계 1등을 유지하려면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도 미래 기술 투자와 후방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는 게 중요하다”면서 “하지만 최근 정부는 디스플레이를 성숙 산업으로 분류, 대기업에 국가 경쟁력을 떠맡기는 모양새여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원 현황 (자료: IHS)>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원 현황 (자료: IHS)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