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된 저속전기차, 제주서 불탔다

CT&T 저속전기차 e존. 이 차는 2009년 납축배터리를 쓴 모델과 2011년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한 모델 2종이 2013년까지 판매됐다가 단종됐다.
CT&T 저속전기차 e존. 이 차는 2009년 납축배터리를 쓴 모델과 2011년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한 모델 2종이 2013년까지 판매됐다가 단종됐다.

지난밤 제주 우도에서 충전 중이던 전기차가 불탔다. 전용 충전기를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용자 부주의로 인한 화재 사고가 유력해 보인다. 사고 차량은 2009년에 나온 저속전기차로 정부 도로주행 제한 등으로 2013년 단종되면서 현행 안전 규정은 적용받지 않았다. 전국적으로 수백대 저속전기차 운행되고 있어 점검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제주도청·소방당국에 따르면 11일 0시쯤 우도면 한 팬션 주차장에서 충전 중이던 전기차에 화재가 발생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차량 대부분이 불에 탔다. 사고 차량은 2009년 생산된 CT&T 저속전기차 `e존(eZONE)`으로 확인됐다. 이 차량은 지난 2013년 단종됐으며 당시 S사 납축배터리를 장착했다. 제주 소방 당국은 사고 원인을 전기차 배터리 문제로 잠정 보고했지만, 현장에는 전기차 전용 충전 설비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밤 사이 가정용 220볼트(V) 전기콘센트에 꽂아 충전하던 중 빗물이 차량 연결 단자부분에 스며들어 누전이 발생해 높은 열이 차량으로 옮겨붙은 것으로 추정됐다.

제주도 관계자는 “사고 차량은 소유주가 7년 전에 CT&T 저속전기차를 중고로 구입해 잘 이용해오다 간밤에 화재가 발생했다”며 “사고현장에는 전용 충전설비 없이 실외에 있는 일반 220V 콘센트를 이용해 충전 중이었다”고 말했다.

2009년부터 2103년 단종때까지 비슷한 저속전기차가 수백대 보급된 만큼 노후 저속전기차 안전 점검 등 관계 당국의 조치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사고 차량은 시속 60㎞/h로 제한된 저속전기차로 정부 보급정책에 따라 수백대가 팔렸다. 2013년 저속전기차 판매가 중단되면서, 안전 정비 규정 등 제도 밖으로 밀려났다.

전기차업계 관계자는 “납축전지는 전해액을 물 기반 물질을 사용하기 때문에 화재 위험이 리튬전지에 비해 현저하게 적다”며 “충전케이블 피복이 벗겨졌거나, 비규격 케이블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전국에 퍼진 저속전기차도 일반 전기차 수준의 안전 점검 등 제도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태준 전기차/배터리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