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케미칼이 역대 두 번째 많은 분기 영업이익을 올렸다. 주력사업 양축인 석유화학과 태양광 사업이 동반 호조를 보이며 캐시카우 역할을 했다. 폴리실리콘 등 부진했던 사업부문 손실폭이 줄면서 모처럼 `트리플 호재`로 웃었다. 과감한 투자로 외형 확장, 사업다각화에 주력한 김승연 회장의 `오너 승부수`가 서서히 빛을 발하고 있다.
한화케미칼은 12일 1분기 매출액 2조1637억원, 영업이익 1428억원을 기록했다고 12일 밝혔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58% 늘었다. 2011년 2분기(2002억원) 이후 최대 실적이다.
회사 전체적으로는 `고진감래`로 거둔 성과다. 김 회장은 핵심 계열사 한화케미칼 외형 확장, 사업 다각화에 주력해 왔다. 태양광을 신성장동력분야로 낙점하고 지난 2010년 한화솔라원(당시 솔라펀파워홀딩스)을 인수한데 이어 2012년 한화큐셀도 인수했다. 인수대금으로 각각 4300억원, 550억원을 투자했고 부채도 떠안았다. 태양광 발전소 시공, 태양전지 R&D 등 사업을 추진하는 기업까지 감안하면 투자금액은 지금까지 2조5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수직계열화 달성에 필요한 폴리실리콘 사업에 진출하는데도 1조원을 넘게 썼다. 2014년엔 2조원 규모 빅딜로 삼성 석유화학과 방위산업을 인수해 주력 사업 외형을 갑절로 늘렸다. 사업 다각화, 고도화 측면에서 긍정적 평가도 따랐지만 거듭된 태양광사업 부진과 수조원대 투자자금은 부담으로 작용했다. 한화솔라원, 폴리실리콘 사업부는 단 한 차례 영업이익을 내지 못했고 인수한 일부 석유화학계열사도 시황 부진으로 적자에 시달렸다. 지난해 한화케미칼 부채비율은 한때 900%를 넘어서기도 했다.
김 회장은 한화큐셀로 태양광 사업을 단일화하고 비주력 사업 가지치기에 나서는 등 채찍질을 계속했다. 분위기가 반전됐다. 지난해 태양광 사업이 흑자로 돌아섰고 한화토탈을 중심으로 인수 계열사 실적도 빠르게 개선됐다. 올해 들어 주력 사업간 톱니바퀴가 잘 맞물려 돌았다. 석유화학 영업이익은 651억원으로 전년 대비 184% 늘었다. 에틸렌비닐아세테이트(EVA), 와이어앤드케이블, 전선용 복합수지(W&C) 등 고부가 특화제품 판매가 늘었다. 외형확장을 통해 에틸렌 등 주요 제품 생산을 늘린 선택이 주효했다.
태양광부문도 글로벌 수요 회복으로 실적이 개선됐다. 태양광·기타부문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 192억원 적자에서 889억원 흑자로 전환했다. 여천NCC 등 자회사 실적 개선으로 당기순이익도 2011년 2분기 이후 최대인 1135억원을 기록했다. 한화토탈은 1분기 역대 최고 영업이익이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부진했던 사업도 기지개를 켰다. 적자를 이어온 폴리실리콘은 부진의 늪에서 탈출을 앞뒀다. 폴리실리콘 가격은 올해 초 ㎏당 12달러 대까지 떨어졌다가 현재 16달러까지 반등해 손실폭이 줄었다. 구조조정 대상 품목으로 거론됐던 고순도테레프탈산(PTA) 가격도 반등세를 보였다. 폴리우레탄 원료 톨루엔디이소시아네이트(TDI) 사업도 경쟁사 공장 폐쇄, 가동지연 등으로 공급 과잉이 해소되며 호기를 맞았다. 한화케미칼은 2014년 화인케미칼 인수로 사업에 뛰어든 이후 처음으로 15만톤 규모 3개 생산라인을 풀가동하기 시작했다.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한화토탈은 주력제품인 파라자일렌(PX), 스티렌모노머(SM) 가격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폴리실리콘과 TDI, PTA 가격도 상승세를 탔다.
한화케미칼 관계자는 “석유화학 시황이 회복됐고 태양광 사업이 궤도에 오르면서 양대 주력사업이 제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며 “주력 제품 생산 용량을 늘리고 일부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는 등 수년간 진행해 온 재편 작업 끝에 얻은 성과”라고 설명했다.
<한화케미칼 실적 추이 (단위:억원, 자료:한화케미칼)>
최호 전기전력 전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