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가 끝내 경제활성화 법안을 버렸다. 여야 모두 연일 경제위기론을 주창하며 `경제정당`을 자처했으나 주요 경제·민생법안 처리는 외면했다. 대표적 일자리 창출 법안으로 꼽히는 노동개혁 4법과 서비스산업발전법 등 쟁점 법안은 물론이고 규제프리존특별법, 은행법 개정안, 원격의료 허용법, 빅데이터산업진흥법, 자본시장법 등 산업계 숙원 법안이 휴지조각이 됐다.
여야는 19일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열고 무쟁점 법안 130여건을 통과시켰다. 사망이나 중증상해를 입은 의료사고 당사자나 유족이 병원의 동의 없이 분쟁조정을 시작할 수 있는 이른바 `신해철법`과 전월세 전환률을 낮추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주민등록법호 유출피해자가 주민번호를 바꿀 수 있는 주민등록법 개정안 등이 통과됐다. 주로 여야간 이견이 없는 무쟁점법안이다.
이 가운데 산업활성을 위한 법안으로는 5개 정도가 가결됐다. △중견기업 성장촉진 및 경쟁력 강화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이현재의원 대표발의)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일부개정법률안(전하진의원 대표발의) △중소기업창업 지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이정현의원 대표발의)△ 탄소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수정, 김성주의원 대표발의)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수정, 박주선의원 대표발의) 등이다.
기대엔 크게 못 미친 결과지만 중소·벤처업계는 그나마 법안 처리로 숨통이 트였다는 반응이다. 중견기업 성장촉진 특별법 개정안은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사업 일부를 중견기업에게도 적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중견기업이 되더라도 정보화 지원 사업을 지원받을 수 있다. 대상은 중견기업 진입 3년 이내, 연 매출액 3000억원 미만이다. 또 중소기업에게만 지원되는 `중진기금`도 사용할 수 있다.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은 1998년 제정된 10년 한시법으로 세제 감면, 특허 우선심사 등이 주요 골자다. 2007년 일몰을 앞두고 한 차례 연장돼, 내년 12월 31일 종료될 예정이었으나 법안 통과로 앞으로 10년이 더 연장됐다.
게임법 개정안은 민간 사업자에게 게임물 심의 권한을 위탁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모바일 게임처럼 PC 온라인 게임을 비롯해 스마트TV 등 기타 플랫폼 게임(청소년불가 게임과 사행성 게임 제외)에도 자율등급 분류를 적용하는 것이다. 이는 2006년 도입된 게임물 사전 심의제도가 10년 만에 자율심의로의 전환된 것으로 업계는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신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 완화 관련 중요 법안은 결국 자동폐기 됐다. 수도권을 제외한 시·도별로 전략 산업을 정하고 해당 지역에 한해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규제프리존특별법,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요건을 규정한 은행법 개정안, 한국거래소의 지주회사 전환 등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 원격의료 허용법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들 폐기된 경제 법안은 20대 국회에서도 통과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폐기 법안을 20대 국회에서 다시 논의하기 위해선 정부나 의원이 법안을 재발의해야 한다. 20대 국회 원 구성은 늦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조기 발의도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게다가 여소야대 정국이 된 만큼 노동 4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의 추진 동력은 19대 보다 더 약해질 것이란 분석이다.
20대 국회는 오는 30일부터 임기가 시작된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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