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배우 View] 조연을 자청한 스타배우, 황정민&천우희&고아라&문근영

“나홍진 감독이 각 신은 주인공이 아닌 조연이 차지해야 한다고 말하더라”최근 ‘곡성’으로 첫 주연을 맡았던 배우 곽도원의 말이다.

스타배우들이 주연을 맡는 것은 자연스럽다. 배우가 분량에 신경을 쓰는 것도 있지만, 이들의 티켓파워도 무시하지 못해서다. 하지만 최근 스타배우들이 스스로 조연이 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주연이 많은 시간 극에 얼굴을 내비치는 만큼 연기력이 필요하다면, 강한 성격을 가진 캐릭터의 조연 역시 이에 만만치 않은 내공이 있어야 한다. 게다가 잠깐의 출연으로 강한 인상을 남기기에 촬영 분량 대비 더 많은 효과를 보여줄 수 있다.



그렇기에 스타배우들이 무조건 주연을 맡아야 한다는 출연 공식을 깨고, 임팩트 있는 조연으로 대중을 만나고 있다.

출처 : '곡성' 포스터
출처 : '곡성' 포스터

◇ '곡성' 황정민

황정민은 지난해부터 ‘국제시장’ ‘베테랑’ ‘히말라야’ ‘검사외전’ 등의 영화에서 주연으로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당연히 ‘곡성’에서도 주연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그는 영화가 시작되고 나서 1시간 30분 만에 등장한다.

나홍진 감독이 “시나리오를 전했을 당시 황정민이 굉장히 바빴다. 내가 조르듯이 부탁드렸는데 참여해줘서 감사하다”라고 말했지만, 오히려 최근 변화 없는 캐릭터를 소화해왔던 황정민이 또 한 번 인생캐릭터라고 부를만한 무당 일광 역을 만났기에 이 선택은 현명했다고 볼 수 있다.

황정민은 등장할 때마다 모든 것을 씹어 삼킬 것 같은 장면을 만들었다. 특히 황정민의 굿 신은 ‘곡성’의 하이라이트라고 볼 수 있다.

황정민은 “조연이든 주연이든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일광이란 캐릭터를 맡고 나서 고민했고, 이 역할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라며 “큰 울림들이 살아 숨쉬기 때문에 좋은 영화가 나온 것 같다”고 조연으로 출연한 소감을 전했다.

출처 : '곡성' 포스터
출처 : '곡성' 포스터

◇ ‘곡성’ 천우희

같은 영화의 천우희가 맡은 목격자 무명 역시 작지만 큰 역할이다. 121회차 분량 중 단 20회차만 촬영한 것만큼 천우희는 앞에서 잠깐 나오고 한참 동안 모습을 볼 수가 없다. 하지만 나올 때마다 강한 인상을 주며 섬뜩하게 만든다.

천우희는 "편집된 부분도 있긴 하지만, 원래 분량이 많지 않았다. 내가 주연부터 시작한 것은 아니지 않냐"며 "영화의 비중에 따라 책임은 다를 수 있겠지만, 정말 좋은 작품이라면 황정민 선배 말처럼 작은 역할이라도 할 수 있다. 역할의 크기보다 작품에 대해 만족하고, 배우가 연기적으로 작품 안에서 살아 숨쉬는 것을 느끼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대신 작은 역할이라도 소모되는 것이 아니라, 나를 발현할 수 있는 역할이어야 한다"고 이야기 했다.

출처 :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 포스터
출처 :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 포스터

◇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 고아라

고아라는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에서 평소 이미지인 활발함을 벗고 도도하고 강한 인상을 가진 황회장 역을 맡았다. 그는 홍길동(이제훈 분)을 조력하는 인물로서, 지금까지 연기한 캐릭터 중 가장 여유로운 모습을 선보이며 이로서 방방 떠 있는 듯한 이미지를 떨쳤으니 어느 정도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고아라는 “분량이 적은 부분은 나도 아쉽다. 속편이 빨리 나오길 나도 기다린다. 처음에는 카메오로 제안을 받았는데, 후에 수정을 거치면서 신이 더 들어간 것이다”고 설명했다.

출처 : '사도' 스틸
출처 : '사도' 스틸

◇ '사도' 문근영

문근영은 ‘사도’에서 분량이 많지 않았지만 좋은 작품이라는 이유만으로 작품을 선택했다. 자신의 배역에 욕심이 없다기보다는 작품에 대한 욕심이 반영된 선택이었다. 덕분에 문근영이 선택할 차기작 역시 제대로 된 작품이지 않을까란 기대감을 갖게 한다.

문근영은 “마음에 덜 와 닿는 작품을 했을 때는 후회만 남더라. 나는 연기가 재밌어서 하는 것인데 처음부터 재미있지 않은 캐릭터를 하다보니까 그 결과가 잘됐건 못됐건 간에 에너지만 쓴 느낌이 든다. 이왕 하는 것 재밌는 것을 해야겠다 싶었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이주희 기자 lee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