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카드가 최근 국내 카드사에 해외 결제 수수료를 1.0%에서 1.1%로 올려 논란이 되고 있다. 국내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울상인 전업카드사 등은 연간 수백억원대 국제결제망 수수료를 추가로 내야 한다. 금융당국은 자칫 수수료 갈등이 통상 문제로 번질까 관여를 꺼리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비자카드가 국내 카드사를 대상으로 해외 결제 수수료를 0.1% 인상했다. 연간 1000억원 이상 로열티를 받는 상황에서 국제겸용카드 수수료를 또 한번 인상한 것이다.
비자, 마스터 등 국제 카드사가 가져간 수수료(국내·국제 합산)는 2011년 1643억원, 2012년 1819억원, 2013년 1246억원, 2014년 1062억원, 지난해 1940억원이다. 국내 이용건에 대해서도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고 이번에 국제 결제 수수료를 인상한다면 국내 카드사가 지급해야 할 수수료는 2000억원을 상회할 전망이다.
일부 카드사는 수수료 인상을 통보받고 공동 대응을 검토 중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과거 비씨카드가 비자카드 수수료 부과에 대항해 직결제 등을 시도했지만, 결국 수년간 과태료를 물고 있다”며 “금융당국은 물론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불공정거래를 건의해도 돌아오는건 무관심 뿐”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비씨카드는 비자카드망을 거치지 않고 중국 은련과 미국 스타사 네트워크망을 이용했다가 300만달러에 달하는 과태료를 4년간 지불하고 있다. 지난 2011년 6월부터 비자카드는 비씨카드에 매월 5만달러씩 패널티를 부과했다. 비씨카드가 일부 국제 거래에 대해 자사 결제망을 사용하지 않았다며 회원사 규정 `IRR(International Routing Requiremen)` 위반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결국 비씨카드는 비자카드 소송을 취하했다.
일부 전업카드사는 이번 카드 수수료 인상분에 대해 공동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카드사 고위 관계자는 “일방적인 수수료 인상으로 국내 카드업계는 막대한 로열티 수수료를 추가로 내야할 상황”이라며 “정부에서 나서지 않을 경우, 협상력이 떨어지는 국내 카드사가 대응할 방법이 전무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반면에 미국 월마트 등은 비자카드 수수료가 너무 높다는 이유로 최근 뉴욕주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다른 해외 국가도 비자카드 수수료 불만에 강력 대응하고 있다.
이와 관련 비자카드는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도 수수료 조정을 했다고 밝혔다. 비자카드 관계자는 “다른 국가 또한 수수료율을 조정했고 비자카드가 책정한 회원사 규정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